[송진괄의 신비한 산야초]

어제 내리던 빗줄기가 그치고 반짝 보이는 햇빛은 눈이 부실 정도다. 숲길을 걸으며 나무 사이로 만나는 빛이 따갑다. 대웅전 뜨락에서 내려뵈는 풍경은 이곳이 신선 세상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흰 구름 사이로 언뜻 보이는 쪽빛은 무어라 표현할 말이 없다. 오랜만에 찾은 수덕사에서 아내와 망중한을 즐긴다.

경내를 살짝 비켜 오르는 길은 계단이 없고 숲길이라 산책하기 십상이다. 노송(老松)과 잡목이 우거진 옆길을 따라 걷는 이 시간이 나를 행복감에 젖게 한다.

송진괄 대전시 중구청평생학습센터 강사
‘삼 일 동안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요, 백년의 탐물은 하루 아침의 이슬과 같도다’ (3일수심천재보 三日修心千載寶  백년탐물일조진 百年貪物一朝塵)라는 글귀가 커다란 바위에 새겨져 눈길을 끈다. 누구에게나 결국은 맨손인데 사는 과정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글귀가 새겨진 바위 뒤에 빨간 참나리 꽃이 하늘거리며 눈길을 잡는다. 뭐 그런 글에 상심하느냐는 듯 손짓을 한다. 활짝 꽃잎을 뒤로 젖히고 도도하게 자신을 드러내어 하늘거린다. 

평범하고 가냘픈 싹이 피어나서 긴 꽃대를 올리고 꽃이 피기 시작하면 꽃잎에 얼룩점이 위협적이고 강한 느낌을 주는 야생화다. 하지만 꽃대 맨 위에 송이송이 여러 개의 꽃망울을 달고 겸손하게 고개를 숙인 모습은 속내를 알 수 없는 풀이다. ‘나리’라는 이름은 옛적의 ‘나으리’라는 말에서 왔다고 한다. ‘나으리’라는 말은 사회적 신분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이 풀의 ‘참나리’라는 이름도 그 식물이 아름답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이로운 면이 많기 때문에 좋은 의미로 그렇게 붙여졌다고 한다.

참나리는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전역의 산과 들에서 자라는 식물이다.잎겨드랑이에 주아(珠芽)가 있어 다른 나리들과 구분된다. 꽃은 7~8월에 줄기 끝에 총상(總狀) 꽃차례로 달리며, 밑을 향하는데 황적색 바탕에 흑자색 반점이 있고 꽃잎이 뒤로 말린다. 땅속의 둥근 알뿌리 형태를 살펴보면 여러 개의 비늘모양의 조각들이 붙어 있다.

이 조각을 땅에 심으면 발아(發芽)한다. 또한 줄기의 잎 사이에 붙어 있는 주아(珠芽) 모양의 구슬 눈도 땅에 떨어지면 싹이 난다. 종(種)의 번식방법이 특이한 식물이다. 백합(百合)이란 이름도 한자에서 보듯이 뿌리에 여러 개의 편린(片鱗)들이 모여 생장하는 모습에서 붙여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참나리는 한의에서 보익약으로 사용된다. 참나리의 뿌리줄기를 가을에 채취하여 약용한다. 심신불안증으로 정신이 황홀(恍惚)한 헛소리, 식욕부진, 번민(煩悶) 등에 효과가 있다. 또한 결핵으로 인한 기침과 복부팽만 통증, 기관지 분비를 증가시켜 거래를 없애는 작용도 한다.

민간요법으로 비늘줄기 한 개를 강판에 갈아서 소금과 설탕을 적당히 섞어 간을 맞추어 우유 등에 타서 마시거나 잼 대용으로 먹으면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소나무 사이로 빼꼼이 보이는 하늘이 멋진 배경을 이룬다. 카메라로 가까이 들이대니 참나리가 연출을 한 듯 중심에 서 있다. 한여름 머리끝에 피는 꽃송이가 층층으로 달려 아름답다. 활력 넘치는 붉은 색 꽃이 여름이라는 계절과 잘 어울리는 풀이기도 하다.

가만히 앉아서 하늘을 보니 그윽한 솔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참나리도 선돌의 내용도 산사의 풍경(風磬)소리도 가슴을 씻어 준다. 허허로운 마음은 푸른 하늘 속으로 끝없이 빨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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