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헌석의 예술계 산책] 충남조각회 이춘호 회장의 삶과 작품

충남조각회 이춘호 회장은 충남 보령시 주산면에서 출생하여 공주교육대학교와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에서 조각을 전공하였다. 보령 미술·사진 초대작가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지역 예술 발전에 공헌하였고, 대천해수욕장을 비롯한 공원 및 휴식공간에 아름다운 조각품을 설치하여 많은 사람들과 예술혼을 나누며 조각 발전을 위해 진력하고 있다.

리헌석 전 대전문인협회장·문학평론가 겸 아트리뷰어
농촌에 소재한 주산초등학교, 주산중학교, 주산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그가 공주교육대학에 진학하여 처음 경험한 것이 ‘찰흙 얼굴 부조’였다고 한다. 말하자면 무한하게 열려 있는 성장기에 ‘조각을 모르던 그’가 대학에 진학하면서 조각에 대한 걸음마를 한 것이다. 이와 같이 늦게 시작한 조각이기에 그는 더욱 가열하게 노력하여 작품에 예혼을 불어넣었다.

그의 끈질긴 성실성은 농촌에서 성장하며 체득한 것으로 유추된다.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위해 작은 짬이라도 나면 농사일을 도와야 했던 그, 자연과 함께 생활하면서 순수하고 정직한 땀의 의미와 보람을 습득하였을 터였다. 조각 창작에 대한 그의 끈질긴 노력은 교수의 신뢰를 받았고, 교수와 능력 있는 선배들이 참여하던 ‘청조회’ 회원이 될 수 있었다. 이때부터 조각가의 꿈을 가꾸며 더 많은 땀을 흘렸다.

노력의 결과는 입상으로 이어졌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최한 전국대학미술전람회에서 입선과 특선을 하였고, 충청남도 미술대전에서 입선 특선 대상을 수상하여, 1992년에 충청남도 미술대전 초대작가로 지정되었다. 그의 성실성은 1973년부터 충남조각회 전시회에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40여 회 출품한 이력에서 입증된다. 그로 인해 현재 충남조각회 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는 것이리라.

충남조각회 이춘호 회장.
조각가 이춘호는 고향인 보령시의 관광 시책에 맞추어 1992년 대천해수욕장 조각 공원 기획을 추진하여 11개 작품을 설치하였다. 조각 공원에 설치한 그의 작품 ‘화합’ ‘약속의 문’은 그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어 화현마을 안내석도 기획 및 설치하였다. 1993년에는 복혜숙 조각상과 대해로 조각 기획 및 추진하여 작품 2점을 설치하였다. 1995년에는 부여 구드래 야외조각 공원에 ‘순항’을 설치하면서 조각계의 신인에서 다크호스로 부각하였으며, 지역의 대표 예술가로 인정받아 여러 단체의 책임자로 봉사할 기회를 가졌다.

조각에 입문한 지 40여 년, 그리고 초대작가가 된 후 20여 년을 작품 창작에 매진하면서, 그는 창작 과정을 다음과 같이 술회한다. <작품을 한다는 것은 구상을 위한 번민과 도전, 탐구에 의한 진통의 반복과정이다.> <구상이 끝나면 재료의 선택과 제작을 위한 시공적 투자 끝에 고된 체력과의 씨름이다.> <땀의 결정체로 작품이 탄생되었을 때의 기쁨과 보람 때문에 쉴 수가 없다> 등으로 창작과정의 고통과 보람을 정리하였다.

초대작가로 지정된 1992년, 조각가 이춘호는 첫 번째 전시회를 대전광역시에서 갖는다. 오래 전의 전시에 대하여, 그는 다음과 같이 회고하고 있다. <대전에서 대학 은사이신 이창림 이성도 교수님, 대학원 동기들, 공주교육대학 출신 미술가들, 친구들, 형제자매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시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나의 교대 동기 동창인 리헌석 김흥식은 미술 전공도 아닌 시를 쓰는 작가면서도 만사 제쳐놓고 최선을 다해 도와주었다.>

20년이 지나 두 번째 전시회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추억한다. <나의 작품을 정리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하여, 보령의 특산품인 오석을 활용한 작품으로 조심스럽게 전시회를 준비하였다. 아창림 이성도 교수님, 박명규 정찬국 임선빈 선배님, 윤태중 작가, 육재원 사진작가, 임기혁 사장, 그리고 묵묵히 격려해 주는 아내, 항상 힘이 되어주는 두 아들 내외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모산조형미술관  임선빈 관장은 이춘호의 작품세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그의 성품에서 나타나는 친근함과 설실함, 그리고 소박하고 정겨운 감성을 조형언어화하여 새 생명을 탄생시키고 있습니다> <모든 역경을 스스로 녹이고 윤활유적인 활력소를 공간 속에 조형물로 형성하고 있습니다.>  <강도 높은 오석을 사용한 그의 작품은 단단하면서 부드러운 질감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조각가 리춘호는 평소 고마운 분들의 사랑과 격려를 마음에 담고 있어서일까, 사랑과 화해의 이미지를 작품화하고 있다. ‘그리움’ ‘부부 이야기’ ‘갈망’ ‘기다림’ 등의 시리이즈 작품들은 따뜻한 정서를 생성하고 있다. 이제 60대 중반을 넘기는 작가에게, 건강을 지키며 ‘서로의 눈빛과 마음’을 나누는 원숙한 작품 창작을 기대한다. 요즘 추세라면 60대 중반은 장년일 터이니, 그야말로 조각 작품도 물이 오를 때일 터이니, 예술혼의 만개를 이루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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