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조명아 대전MBC 기자 "영혼없는 회사원 됐다"

대전MBC 조명아 기자.
대전MBC 막내 조합원 조명아 기자입니다.
저는 지난 2015년 11월에 회사에 들어왔습니다.

저는 기자가 되고 싶어 회사에 들어왔지만 2년 가까이 지내면서 회사원이 되었습니다. 지난해 말 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그때 제가 쓴 주말 촛불집회 예고 기사는 정당한 절차 없이 삭제됐습니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훨씬 더 많았지만 균형 있게 기사를 써야한다는 명목 하에 제가 쓴 기사는 늘 ‘촛불 VS 태극기’가 돼야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촛불집회 현장에서의 냉소와 태극기 집회에서의 열렬한 환호는 덤으로 따라왔습니다.

갑을오토텍과 유성기업, 대덕특구의 수많은 비정규직 연구원 문제 등 지역에 노동현안이 산재해있었지만 저는 관련기사를 한 번도 쓴 적이 없습니다. 그 속에서 저는 2년차 기자가 되었지만 노동기사를 쓰지 못합니다.

때로는 반항해보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건 응징이었고 평범한 사람, 낮은 곳에 애정을 가진 기자가 되고자 했던 저는 그 속에서 2년 만에 영혼 없는 회사원이 되었습니다. 이 과정은 모든 부문에 있던 선배들이 한번쯤 느껴보셨을 절망감일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총파업이 결정되고 오랜만에 설레는 출근을 했습니다. 저는 지난 정권과 지지난 정권에서 철저히 망가졌던 공영방송 MBC, 지역방송 대전MBC가 드디어 살아날 수 있는 기회가 드디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확신합니다.

파업이라는 과정이 때론 힘들고 고단하기도 하겠지만 우리에게 온 마지막 기회인만큼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기는 총파업으로 다시 떳떳한 MBC 구성원으로 기자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 조명아 기자는 2015년 11월 입사했으며, 현재 경찰과 대학 등을 출입하고 있다.

조명아 기자가 지난 4일 열린 출정식에서 조합원들에게 파업에 대한 소감을 밝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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