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궁이 처음에는 발버둥치며 반항했지만 얼마지 않아 어린 내관의 힘을 이기지 못한 채 받아들이고 말았다. 후궁은 그녀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내관이 일을 치르도록 도왔다.

결국 이들은 공범이 되어 많은 날들을 나누었다. 하지만 그 일은 누구도 알지 못했다. 물론 시황제가 궁으로 돌아온 뒤에는 스스로 나눔을 자제했지만 그래도 그들의 불장난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시황제가 북방지역을 순방하고 있을 때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난 노생으로부터 급보가 날아들었다.

“시황제 폐하. 소신이 시황제 폐하의 불로불사 생약을 구하기 위해 황해바다 삼신산으로 향했으나 높은 풍랑을 만나 더 이상 접근치 못하고 뱃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나이다. 그때 선문 선인의 목소리가 들리며 다음과 같이 일렀나이다. 시황제가 드실 불노불사 생약은 좀 더 지켜본 뒤에 내려줄 생각이노라. 그러니 기도를 게을리 하지 말지어다. 또한 다음에는 심산에서 너를 만날 것이니 그곳으로 나를 찾아오도록 하여라. 다만 이번에 나를 만난 징표로 예언을 일러 줄 테니 그것을 적어 시황제께 전하라.”

기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 ‘진을 멸망시키는 자는 호(胡)이니라.’라고 적었다.

시황제는 노생의 기별을 받자 한동안 그것을 뚫어지게 들여다보고 또 보았다.

선인이 다음에는 심산에서 노생을 만나기로 했다는 대목에서 그는 불로초를 구하는 것이 시간문제라고 위안 삼았다. 아울러 자신이 진인이 되어 천년을 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기분이 들떴다. 하지만 그 밑에 적어놓은 대목에 대해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급보를 들고 들어선 승상 이사에게 물었다.

“짐의 제국을 망하도록 한다는 자가 ‘호’라니 그자가 대체 누구라고 생각되는고?”

“시황제 폐하. 소신이 어찌 알겠나이까. 그것은 두고 생각해 보아도 알기가 쉽지 않을 듯하옵니다. 천세 만세를 이어갈 제국의 끝을 지금 알 수 있다면 그것은 신이 아니고 또 무엇이겠나이까?”

시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천세 만세를 이어갈 제국의 끝을 내다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천세 만세를 이어간다면 제국의 멸망 또한 의미가 없었다.

“맞는 말이로다. 언젠가는 짐의 제국이 망할 수도 있겠지. 천세 만세를 이어간 뒤 망한다면 그것을 짐이 어쩌겠는가.”

“그러하옵나이다. 그것을 점치는 것 또한 어렵 사옵나이다. 소신이 생각키에 더욱 중요한 것은 제국의 끝이 아니라 얼마지 않아 노생이 불로초를 구해올 것이란 사실이옵나이다.”

“옳거니. 맞는 말이로다.”

시황제의 기분이 상기되기 시작했다.

“그래 언제쯤 심산으로 향한다는 말은 없던고?”

“아직 그런 소식은 없사오나 아마도 기별이 폐하께 전달되는 시점에 그는 이미 심산에 다다랐는지도 모를 일이옵나이다.”

“그도 그렇겠구나.”

시황제는 크게 웃으며 기별을 또 읽고 읽었다.

즐거운 소식만이 순행 길에 접보 되고 있었다. 이 또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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