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의 교육 통(痛)] (사)대전교육연구소장

올 여름에 1급 정교사 연수를 받고 온 교사가 매우 실망스러웠던 모양이다.
“여름방학을 반납하고 무언가 배울 것이 있을 줄 알고 기대가 컸는데...... 지금 학교에서 하는 각종 직무연수와 다른 것이 없어요. 사범대 교수이긴 하지만 학교의 현실을 전혀 모르고, 심지어는 비사범대 교수들이 와서 수업을 해요. 학교 현장에서 정말로 구하고 싶은 가르침을 1급 정교사 연수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어요. 무엇보다도 가장 안타까운 것은 교사들이 점수의 노예가 되어서 입시 경쟁에 찌든 학생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는 거였죠.”

성광진 (사)대전교육연구소장
교대나 사범대 등에서 일정한 교직과정을 거친 졸업자에게 2급 정교사 자격증을 준다. 그리고 이 자격증이 있어야 교사로 임용될 수 있다. 학교에서 만 3년의 경력을 채우면 1급 정교사 자격을 받기 위한 연수를 받아야 하고, 대개 3주 정도의 연수를 통해 1급 자격증을 받는다. 교사로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연수가 있다면 임용시험 합격자가 받는 신규교사연수와 1급 정교사 연수가 있다. 1급 정교사 자격증을 받으면 그 다음 달로 한 호봉 승급하고 부장 등의 보직교사로 선임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된다.

“2급에서 1급으로 바뀌는데 과락만 안 하면 가능한 것이라서 웬만하면 통과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런데 다들 이 연수성적이 나중에 관리자로 승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듣고 온 모양이에요. 95점 이상의 점수를 올리기 위한 경쟁이 엄청났는데..... 학생들 성적 경쟁하는 것보다 더 심하더군요.”

연수에 온 젊은 교사들은 선배들로부터 점수에 신경을 안 쓰면 결국 승진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가르침(?)을 듣고 오로지 점수에 골몰하게 된 것이다. 승진 타령으로 후배 교사들에게 기껏 점수 따기에 골몰하게 한 선배들이나 그렇다고 한 달 내내 점수 타령이나 하는 후배들이나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교사로서 가야할 방향 집단적 협력사고 통해 만들어가야

교직에 들어선 지 3년에서 5년 쯤 되면, 젊은 교사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돌아보는 때가 오기 마련이다. 초임교사로 정신없이 아이들과 생활하다가 어느 정도 교단에 익숙해지면서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시기이다. 과연 나는 무엇을 목표로 살아갈 것인가? 지금까지 과연 잘 해왔을까? 교사로서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진정으로 좋아하고 따를까? 이런 의문에 휩싸이게 되는 시기에 1급 정교사 연수를 맞닥뜨리게 마련이다.

사실 전문적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과영역의 연수도 필요하겠지만 그것들은 각자 알아서 하는 것이 더 낫다. 요즘 젊은 교사들의 지적 능력이라면 굳이 집합 연수를 할 필요가 없다. 사실 요즘 교사들의 교과 전문영역에 대한 지적 능력은 매우 뛰어나다. 어려운 임용시험을 치러냈던 실력으로 보자면 지적으로는 최고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교사들끼리 함께 생활하면서 자신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그려갈 교사로서의 전망을 그려보라고 하면 어떨까? 그래서 그들이 교사로서 가야할 방향을 집단적인 협력 사고를 통해 만들어가는 과정이었으면 좋겠다. 이미 만들어 놓은 연수과정을 충실히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 스스로 만들었으면 한다. 젊은 교사들이 자기들끼리 교육과정을 만들어 자기 정체성을 찾고 교사로서의 철학을 정립하는 계기를 만들면 어떨까? 교사에게는 평생을 이고 갈 자신의 교육 철학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교육철학으로 평생 변함없이 한 길로 가는 교사 모습 아름다워

분명한 교육철학이 정립되어 평생 변함없이 한 길로 가는 교사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초등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군포양정초등학교 이영근 선생이 있다. 선생은 자신이 학급운영 경험을 다른 교사들에게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지난 9월 9일 토요일에는 대전에서 초등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경험을 전수했다. 한 주간의 쌓인 피로를 풀어야 할 시간이지만 이른 아침에도 초등교사들의 눈빛은 초롱초롱하게 빛난다.

이영근 선생은 평생을 평교사로 살아가기로 하였단다. 지금 교단에서는 평교사로 살아가겠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관리자가 되는 것을 당연한 것처럼 생각한다.
 ‘아이들이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이라는 명제를 머리에 이고 평생 살아가고자 하는 선생의 말씀을 들으면서 그저 마음이 녹아내린다. 여기에 모인 교사들도 선생처럼 실천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넘쳐난다. 이제 다시 교단으로 돌아가 선생처럼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이 사랑하는 선생으로 살아가고 싶다. 아이들이 스스로 행복을 찾고 만들어가는 교실을 만들어 보고 싶다.

여기에 자발적으로 모인 젊은 교사들을 보면서 우리 교육에서 희망을 본다. 이영근 선생이 새벽처럼 달려온 데는 자신의 경험을 나누어 아이들과 교사들이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교실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이제 젊은 교사들에게 승진의 요령이나 가르치기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습으로 교사의 도리를 보여주는 선배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이영근 선생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나 또한 젊은 교사들에게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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