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집장사가 풍경이 꽤 좋은 곳에 사업을 하고 싶어한다. 집을 짓기만 하면 잘 팔릴 것 같은 땅이다. 그러나 내 땅이 아닌 데다 건축허가가 안 날지도 모르는 친환경 지구다. 이런 경우 집장사는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는 땅인지부터 확인한 뒤에 사업을 추진하는 게 정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의 돈을 빌려다 땅부터 사들인 뒤에 건축허가 절차를 밟는 집장사는 없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황당한 집장사가 있다. 대전시다.

대전시가 해오고 있는 갑천친수구역 사업이 그런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업허가가 난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빚을 내 땅부터 사들였다. 3000억 원이 넘는 빚을 졌고 이 때문에 매달 6억 원의 이자가 나간다고 한다. 대전시장은 어제 시의회에서 “사업이 늦어지면 피해가 시민들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사업 허가권을 가진 정부와 제대로 협의도 없이 땅값부터 보상해놓고 이제 사업이 안 되면 시민들이 손해라며 시민들을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사고는 대전시가 쳤지만 시민들 돈으로 메워야 한다. 매달 6억원의 이자는 작지 않은 돈이다. 시민 입장에서도 아까운 돈이다. 그러나 이자 때문에 사업을 무조건 진행하면 그보다 훨씬 큰 손해가 나게 돼 있다. 전국 도심 하천 가운데 가장 보존상태가 양호하다는 갑천을 망치는 것은 6억원이 아니라 60억 원을 손해보는 것일 수도 있다.

갑천 친수구역 사업은 막대한 환경피해가 예상되는 곳이어서 정부가 대전시에 대해, 이에 대한 대안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고층 아파트를 천변에 때려 지으면서 하천을 보호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고 따라서 사업허가를 받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이 사업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론 날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수천억 원을 들인 사업이 아직도 사업의 허가 여부조차 미정인 상태다. 민간기업에서 이런 식으로 일을 진행했다면 대표부터 자리를 내놔야 할 것이다. 대전시에서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정부와 시민들에게 6억 원 이자 운운하며 졸라대기만 하는 중이다. 이자 때문에 사업을 진행시킨다면 집장사의 무책임한 행동을 고칠 방도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사업의 타당성을 끝까지 따져야 하며 타당성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대전시가 왜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식으로 하는 이유는 분명 있을 것이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어려운 황당한 사업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좋은 방식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많은 시민들은 대전시가 이런 식으로 일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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