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상 이사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계속이었다.

“시황제 폐하. 옛것을 가지고 지금을 비방하는 자는 일족을 몰살시키고 또 관리로서 죄상을 알면서도 검거하지 않는 자는 범죄자와 동일하게 처벌을 내리시옵소서. 이런 금령을 내린 지 30일이 지나서도 서적을 소각하지 않는 자는 4년간 이른 아침부터 성을 쌓는 노역에 복무하는 형벌을 내리시옵소서.”

시황제의 눈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용상을 굳게 잡고 이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가고 있었다.

“시황제 폐하. 제거하지 않을 것은 백성을 구하는 의약서적과 점을 치는 복서(卜筮) 그리고 농사에 관한 책이옵나이다. 만약 법령을 배우고자 하는 선비가 있다면 그들은 관리를 그 스승으로 삼도록 해야 함이 마땅할 것이옵나이다. 시황제 폐하. 승상 이사 죽음을 각오하고 삼가 말씀을 올렸나이다.”

승상 이사는 시황제 앞으로 나아가 큰절을 세 번 올리고 뒤로 물러났다. 이사 역시 큰 모험을 하고 있었다. 시황제가 자신의 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정치적으로 엄청난 부담이었다. 승상의 자리에서 물러나 주검을 받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사와 문무백관들은 시황제가 무슨 말을 할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피비린내가 번졌다. 시황제가 이사의 청을 들어주지 말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숨소리를 죽이고 시황제의 엄명을 기다렸다.

“짐이 곱씹어 보건대 승상 이사의 말이 옳도다. 비로소 통일제국을 이룩했는데 또다시 옛것을 숭상하여 역사를 뒤로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로다. 승상은 곧바로 명을 내려 전국의 모든 사서를 불사르도록 하여라.”

시황제는 금적용 흑포를 획 젖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내전으로 향했다.

곧이어 순우월이 호위병들에 의해 개 끌듯 끌려 밖으로 나갔고 그에 적극 동조했던 신하들도 뒷문으로 달려 나갔다.

다음날 전국에 시황제의 포고령이 나붙었다.

그러자 전국 각지에서 6국의 역사서는 물론 시경과 서경 그리고 제자백가들의 어록을 모두 저자거리로 끌어내 불태웠다.

몇몇 선비들은 ‘그렇게는 못하겠노라’고 관리들에게 반항하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죽음을 당했고 그들의 시신은 그대로 내버려두는 기시(棄市)형을 당했다.

또 끝내 사서를 숨기다 적발돼 가족이 멸족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일부 선비들은 이마에 먹물을 먹여 중노동형을 당하는 경위성단(黥爲城旦)형을 받기도 했다. 분서였다.

분서로 인해 민심은 어느 때보다 흉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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