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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죽음에 답하는 자세

[성광진의 교육 통(痛)] (사)대전교육연구소장

성광진2017.09.21 11:02:38

지난 8월 30일 전북도교육청에서는 전교조전북지부의 윤성호 지부장과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2017년 상반기 정책업무합의안’에 대한 조인식을 가졌다. 이날 조인한 합의안은 무엇이었을까?

“지난 5월 25일 전교조전북지부는 특성화고에 관련한 안건 5개에 대하여 정책업무협의를 요청한 후, 6월 21일 양측의 전체협의회와 실무협의회를 진행, 총 5개항에 대한 합의안을 마련하였다. 이번 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지난 1월에 발생한 우리 지역의 특성화고 홍수연양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다시는 발생하지 않는 방향을 모색하고 노동인권교육을 강화하자는데 중점을 두고 진행하였다.”

▲성광진 (사)대전교육연구소장

이 합의안에 대한 전교조전북지부의 설명이다. 이 합의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특성화고의 파견형 현장실습을 폐지함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전공 관련 현장실습이 부득이하게 필요한 경우에는 2017학년도 3학년은 11월부터 실시한다. 현장실습을 나가는 업체 및 부서는 반드시 전공과 직접 관련이 있어야 하며 현장실습 관련 법령 및 지침에 위배하는 경우에는 업무담당자와 책임자 및 기업체에 대한 불이익을 명시적으로 공지하도록 한다.”

이러한 원칙 하에서 학생이 실습을 중단하고 돌아오는 경우에도 불이익을 주지 않고 사유를 분석하여 이를 정책에 반영하도록 한다든가,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을 교육과정 내에서 학급 단위로 한다는 합의안을 도출했다. 거기에다 (가칭)특성화교육발전협의회를 운영하도록 했다는 것은 직업교육 발전을 위해 교육 주체들이 의견을 나누고 수렴하는 기구를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진전된 일이 아닐 수 없다.

1월 전주 LG유플러스 콜센터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특성화고 학생 자살

이렇게 교육청과 전교조가 합의를 이룬 것은 한 특성화고 학생의 희생 때문이었다. 올 1월 전북 전주시의 LG유플러스 콜센터에서 현장 실습 중이던 특성화고 학생이 자살했다. 당시 이 학생은 고객센터에서 가장 업무 강도가 높다는 상품 해지 방어 부서에서 현장실습을 하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생은 3학년 2학기가 시작된 지난해 9월 취업 연계형 현장실습을 시작해, 2월 9일 실습 종료를 앞두고 사망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문제는 기업체에 실습을 온 학생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콜센터에서 고객들의 불만이 가장 집중되는 상품 해지 방어 부서에 배치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실습의 내용은 학생의 전공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특성화고 애완동물학과를 전공한 이 학생이 콜센터에 실습한 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이었을까? 여러 이유 가운데 분명한 하나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학교와 비용절감 차원에서 실습생을 활용하려는 기업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탓이다. 사실상 현장 실습의 상당 부분이 저임금-장시간 일자리 조기 취업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 일부 현장실습은 산업 현장에서 값싸게 부려먹을 수 있는 파견 근로와 같은 것으로 특히 실습처를 찾기 어려운 전공과의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과는 관계없는 곳에서 아르바이트 정도의 대우를 받으며 시간을 때우는 식이었다. 교육적으로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고 노동과 사회에 대한 불신만 갖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제도적 문제 때문에 학생이 희생당했다면 이에 대해 교육당국이 문제를 파악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우리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대전 여중생 자살 반성 없이 허술한 대책 내놓은 대전교육청

지난 9월 11일 대전교육청에서는 설동호 교육감과 여성단체대표들이 간담회를 가졌다. 여성단체 대표들은 이 자리에서 지난달 25일 송촌동의 한 건물에서 투신해 사망한 중학생 사건과 관련하여 학교와 교육청의 대응과 조치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간담회가 끝난 후 여성단체 대표들에 의해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교육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반성은 없이 대책으로 '생명존중교육', '피해학생에 대한 애도', '아이들에 대한 성교육'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학생이  '생명존중의식'이 부족해서 목숨을 끊은 것이라는 교육청의 시각이 담겨있다는 의심을 낳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를 비롯한 청소년상담센터와 경찰까지 모든 시스템이 작동했는데도 불구하고 왜 이 학생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느냐는 점이다. 무엇이 잘못 작동되어서 이 학생의 어려움을 돕지 못했는지에 대해 분명한 답을 가려내야 한다. 그래야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의 희생을 계기로 전교조전북지부와 전북교육청이 지난 5월부터 협의회를 하고 합의안을 만들어 냈다는 것을 보면서 그마나 희망을 본다.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다시는 발생하지 않는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교육주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었던 것이다. 이런 모습을 우리 지역에서도 보고 싶다. 아울러 마음을 다해 두 학생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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