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유사건

분서정책이 천하를 뒤흔든 이듬해였다.

새해 벽두부터 여산릉을 더욱 확장하고 아방궁을 추진하라는 령이 떨어졌다.

시황제는 여산에 조영 중인 능이 제후국 왕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며 황제의 권위에 걸맞은 능을 축조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함양궁은 비좁아 숨이 막힐 지경이라며 아방궁을 대대적으로 건설하라고 일렀다.

여산릉과 아방궁은 승상 이사가 직접 챙길 것을 명하고 낭중령 조고는 불로초를 구하는 일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이토록 영생을 꿈꾸며 동시에 죽음을 대비한 것은 자신의 기력이 옛 같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황제는 어떤 것보다 밤일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전날 밤도 그랬다. 후실 가운데 눈이 늘 촉촉하게 젖어있어 정을 나누고 싶다는 바람에 불렀지만 뜻 같지 않았다. 요염을 떨고 별의별 아양을 다했지만 마음같이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결국 고단한 몸으로 새벽을 맞고서야 길게 한숨을 쉬었다. 비릿한 기분으로 다음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근자에 들어서는 여색을 가까이만 해도 피곤하고 나른했으며 꼭 다음날 깊은 잠을 청하고서야 겨우 기력을 회복했다. 이러다 보니 기분도 좋을 리 없었다. 조그마한 일에 화를 내기 일쑤였고 역정이 치솟았다.

“시황제 폐하. 보약을 지어 올리나니 만수무강 하시옵소서.”

약사들이 앞 다투어 명약을 지어 올렸다.

“명약은 무슨 명약. 네놈들이 짐을 능멸하려드는 거냐?”

명약사발을 받아들은 시황제가 도리어 화를 벌컥 냈다. 그리고는 약사발을 문간을 향해 획 던졌다. 먹어도 효험이 없어 역정이 난 것이었다. 심기가 몹시 불편했다.

“노생의 소식은 없느냐?”

“아직 별다른 기별이 없사옵나이다. 하지만 그가 심산을 뒤지고 있다니 선인들을 만나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닐까 하옵나이다.”

낭중령 조고가 시황제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그럼 다른 술사를 불러들여라. 신선 만나는 것을 노생만이 할 수 있겠느냐 다른 술사들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

시황제가 낭중령에게 명했다.

낭중령 조고는 물러나 술사들을 소집시켰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 선인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술사들을 선발했다. 하지만 모든 술사들이 시황제의 하사금을 탐내 선인을 만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모든 술사를 들일 수는 없었다. 조고는 평소 친분이 있던 후생이란 술사를 선택하여 시황제에게 고했다. 후생은 한나라 사람으로 진나라에 와서 술사로 일하고 있었다.

“신 후생 시황제 폐하의 부름을 받고 입시하였나이다.”
중년의 후생이 담대한 모습으로 시황제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조고로부터 상황을 들었으므로 시황제가 무엇 때문에 자신을 불렀는지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

“짐이 그대를 부른 것은 긴요한 청을 하기 위함이로다.”

“미천한 신에게 무슨 청이 있사오니까?”

바닥을 내려다보며 연신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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