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위원칼럼] 육동일 교수 시도지사협의회 지방분권특별위원회 위원장·충남대 교수

지방자치가 우리 사회에 부활된지 26년이 지났다. 그동안, 지방자치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괄목할 만한 성과도 나타난 반면, 문제점도 적지 않았다. 가장 크게 나타난 문제점은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과 불신이다. 내년 헌법개정을 위한 국민토론회가 지난 12일 대전에서 열렸음에도 시민들은 관심이 없다.

관심은 고사하고 지방자치에 대한 불신과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지방자치제는 그동안 제왕적 단체장들만 탄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이어서 아직 우리 사회에 불필요하다는 위험한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여기까지 이르게 된 데에는 바로 언론의 역할과 그 영향력이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 특히, 지역민들이 많이 시청하고 있는 종편방송이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대단히 소극적이거나 왜곡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종합편성채널이 아니라 시사토크채널 되어가는 종편

육동일 교수 시도지사협의회 지방분권특별위원회 위원장·충남대 교수
종편방송이 시작된지 벌써 만 6년이 되어간다. 지금까지 종편방송은 방송구조 환경에 대단한 변화를 가져왔다. 지역사회에 끼친 영향 또한 막중하다. 무엇보다, 지방자치와 분권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세상에 종편이 생기기 전, 시청자들에게 시사프로그램이라 하면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종편은 시사프로그램의 새 장을 열었다. 진행자와 초대 손님 몇 명이 스튜디오에 모여 시사를 논하는 시사토크쇼가 등장한 것이다. 시사토크쇼는 완성도가 높아야 하는 다큐멘터리에 비해 제작비가 적게 든다. 이런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종편은 종합편성채널이 아니라 시사토크채널로 시청자에게 다가갔다. 일단 볼 만한 시사프로그램이라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열광한다.

그래서 지역의 주민들 그중에도 50대 이상 장‧노년층은 종편 사시프로그램을 많이 보고있다. 그 이유는 한마디로 이해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상파 시사프로그램은 2, 30분 봐야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왜냐하면 출연자들이 말을 돌려서 하니까 그 얘기를 곱씹어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편은 5분만 보면 딱 안다"고 말한다. 지상파만큼 신뢰하지 않고, 정부와 여당편만 든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들은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애청한다. 그리고 그 소감과 논평이 지역민들 일상대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막장 드라마처럼 욕하면서도, 그 시간이 되면 텔레비전 앞에 앉아있게 된다"고 실토한다.
 
문제는 이렇게 종편방송이 시사토크 프로그램에 치중해서 시청률을 높이면서 지역에 깊숙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주제선정에 있어서 지역의 이슈, 특히 지방자치와 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계된 이슈는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작년, <한겨레21>과 <민언련>이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전수 조사한 결과를 보면, 패널 한 명이 종편 3사에 50여회 이상 출연하는 등 겹치기 출연자가 눈에 띄게 많고, 전문성 없는 전문가들이 닥치는 대로 백화점식 토론을 한다는 점도 드러났다.

그에 따라 지방자치 관련 전문가가 종편방송 패널로 출연하는 경우는 아직까지 유례가 없다. 오직 중앙의 이슈들만을 선정해서 중앙의 논리와 시각에서 중앙에서 활동하는 특정분야 전문가들이 비전문 지역분야까지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지역민들은 유익하고 공정하며, 지역성에 충실한 방송 프로그램을 향유할 권리를 크게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에 대한 종편의 역할 재점검해야

 더욱이, 종편방송의 선거보도 경향을 보면, 지난 지방선거가 대통령선거나 총선으로 착각될 정도로 그간의 선거 보도관행을 그래도 답습하고 있어 지방선거의 본래 의미를 퇴색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즉 각 지역의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후보경합 상황까지 상세히 보도함으로써 정작 해당 지역언론들의 보도 및 여론조사의 결과를 지역 유권자들이 신뢰하지 않는 기현상마저 나타났다.

심지어, 선거방송에 있어서 지역의 이슈나 후보자의 공약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후보자간의 인지도 순위에만 흥미위주로 일관함으로써 이른바 '경마저널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결국, 지방자치 활성화에 종편방송이 현재 제일 큰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언론전문가와 지역언론인 그리고 시청자들이 하루속히 협업체제를 구축해서 지방자치에 대한 종편방송의 역할을 재점검하고, 그 개선을 강력히 촉구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는 현재의 제도와 수준으로는 문제점과 부작용이 나타난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방자치를 포기하거나 축소시켜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다시 중앙집권적 통제체제로 돌아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내년의 헌법개정에서 지방자치제가 정상화되도록 지방자치와 분권의 강화와 확대 내용을 담는 이른바 '지방분권형 개헌'이 국민들에 의해서 완성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지방자치와 종편방송의 관계가 우선 정상적으로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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