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대망' 향해 달리는 여당 4선 중진의 '큰 정치론'

더불어민주당 4선 중진인 양승조 국회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최근 내년 지방선거 충남지사 출마를 고민 중이라고 밝혀 차기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예상 밖의 선수가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링 아래에서 몸을 풀던 선수들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로 향했다. 그 선수는 바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58·천안 병)이다.

양 의원이 내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충남지사 ‘경선 링’ 앞에 나타났다. 그는 “충남지사 출마를 고민 중”이라며 한 쪽 로프에 한발을 걸쳐 놓았다. ‘신속하고 강력하게’ 결전에 임할 태세다.

장관은 상수 아닌 변수, 종착역은 '대한민국 권력 1순위'

4선 중진 정치인 입에서 “출마를 고민 중”이라는 말이 나왔다면, 이미 8할은 ‘출마’로 기울었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양 의원이 출마를 고민 중이라고 한 <디트뉴스>의 단독 보도(본보 27일자 <4선 중진 양승조 “도지사 출마 고민 중”> 이후 주변에서는 “흥미롭다”면서도 “양 의원이 왜?”라는 의문 부호도 쏟아졌다.

이 같은 의문 부호는 양 의원이 출전할 경기장을 충남지사 선거가 아닌 5선 이후 당대표 내지 국회의장 선거로 바라본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정가에서는 양 의원의 차기 경유지를 문재인 정부 2기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대부분 언론에서는 그동안 양 의원을 민주당 충남지사 경선에 참가할 대기선수 명단에도 올리지 않았다. 때문에 양 의원이 직접 언급한 도지사 출마 가능성에 “체급을 낮추려는 것이냐”는 얘기가 나올 만 했다.

아직 양 의원이 결단을 내린 것은 아니다. 다만 그의 ‘워딩’에서 볼 때 출마 의지만큼은 확고해 보인다.

“장관에 매달리거나 연연하지 않는다. 장관이 된다고 해서 문재인 대통령과 독대할 일도 없고, 연연하지 않겠다”거나 “향후 정치인생은 겁날 것도, 거리낄 것도, 두려움도 없다”고 강조한 것만 봐도 그렇다.

장관은 인사권자 '선택' 받는 자리, 도지사는 '자력' 가능

양 의원이 도지사 출마를 굳힌다면 그것은 체급을 낮추려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의 것이다. 체급을 올리기 위해서란 말이다. 그 이유는 일부에서 예상하는 ‘장관’ 자리는 인사권자가 대통령이다. 본인의 힘으로 얻어지는 자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장관에 입각하면 ‘갑-을’이 바뀌기도 한다. 양 의원은 보건복지위원장으로 상임위 업무보고나 전체회의, 국정감사 때 장관보다 상석(上席)에 앉는다. 양 의원이 입각하면 자리를 바꿔앉아야 한다.

이에 비해 도지사는 지지기반과 정치적 내공, 지역 여론이 형성되면 자력으로 당선이 가능하다. 단숨에 대권까지 넘볼 수 있는 자리가 바로 도백(道伯)의 자리이기도 하다. 이는 “충청도도 이제 더 이상 종속 변수가 아닌 독립 변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한 말에서 찾을 수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함께 차기 ‘충청대망론’ 주자로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양 의원이 큰 뜻을 펴기 위해서는 정치력에 더해 행정력을 쌓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을 법도 하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아직까지 전문 행정을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양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탄생에 앞장섰고, 새 정부 핵심 공약이 ‘분권(分權)’이란 점에서 지방 행정 책임자로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돕는 동시에 행정력을 키울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보수 강세지역 15년 민주당 외길 정치, "당의 주인 중 한명" 
지역 의원·예비후보 중 맏형, 행정 경험 쌓으며 文 정부 지방분권 앞장설까

일부에서는 정치권에서 실력을 쌓은 양 의원이 보다 큰 정치 실현과 문재인 정부 핵심 공약인 지방분권을 실현할 교두보로 충남지사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천안 출신 도지사가 없었다는 점도 출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진: 지난 2015년 천안 유관순 열사 추모각을 방문한 당시 문재인 대표와 양승조 의원, 박완주 의원, 나소열 충남도당위원장(현 청와대 자치분권 비서관), 구본영 천안시장.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양 의원이 “15년간 정치활동을 하면서 민주당을 떠나지 않은, 당의 주인 중의 한명”이라고 강조한 대목은 바로 도지사 출마의 ‘명분’인 셈. 더구나 양 의원은 17대부터 내리 3선을 천안갑에서 당선됐다. 충남 정치 1번지라 불리는 천안갑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보수층이 두텁기로 유명하다. 그곳에서 단 한 번도 당적을 옮기지 않고 민주당 깃발을 들고 불모의 땅을 개척했다.

그는 또 환갑(60세)을 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민주당의 ‘거목(巨木)’이다. 충남지역 현역 의원들이 모두 그 보다 나이로나 선수(選數) 모두 적다.

도지사 예비후보군 사이에도 나소열(58) 청와대 자치분권 비서관과 1959년생으로 최고참이다. 김홍장(55) 당진시장, 박수현(53) 청와대 대변인, 전종한(50) 천안시의회 의장, 복기왕(49) 아산시장보다 선배다. 충남의 ‘맏형론’을 내세워 경선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교통정리’도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선 기사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양 의원은 이런 말도 했다. “천안이 충남의 수부도시인데 그동안 천안 출신 도지사가 한 번도 안 나왔다.” 이쯤 되면 그에게 장관 자리는 더 이상 상수(上數)가 아니다. 이처럼 양 의원이 도지사 출마 이유와 명분은 차고 넘친다.

안희정과 '충청대망론' 어깨, 중도 사퇴 부담도 만만치 않아
與 정치 거물, 충남의 '새로운 리더십' 주목

여당 충남 지역구 최다선에 최고참인 양 의원이 충남지사에 출마할 경우 차기 대권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에 올라설 수 있으며, 안희정 지사와 함께

양 의원이 3선 도전 즈음 지역사회에는 “사람만 좋지 그동안 한 게 뭐 있어?”라는 자조섞인 비판이 흘러 나왔다. 물론 본인도 익히 들어 알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향후 정치 인생은 겁날 것도, 거리낄 것도, 두려움도 없다”는 발언을 거침없이 한 것으로 풀이된다.

충남은 이제 ‘새로운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양 의원도 ‘큰 정치’를 위해 ‘장관→5선 의원→당대표’라는 3단계보다 도지사란 무대가 대망(大望)을 이루기에 보다 빠른 길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이는 반대로 도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다면 앞의 단계들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도 사퇴로 인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발생할 경우 지역 유권자들로부터 비판도 감당할 몫이다. 양 의원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그의 결단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출마하려면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르면 추석 명절이 지난 뒤 ‘선언’할 수도 있다. 차기 충남지사 선거판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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