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이 요즈음 기력이 갈수록 쇠해짐을 느끼도다. 이러다 죽으면 어찌할꼬 걱정이 앞서는구나. 할일이 태산 같은데 짐이 죽으면 누가 통일제국을 완성할꼬.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비법은 없는지 이를 묻고 싶었도다.”

“시황제 폐하. 없지는 않사온데 그것을 행하기는 어렵사옵나이다.”

귀가 솔깃해진 시황제는 허리를 굽혀 그를 가까이 오도록 일렀다.

“그래 무슨 비법이 있더냐?”

“조용히 지내면서 명리를 멀리하는 것이 진정한 선약을 구하는 길이옵나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악귀를 물리치면 진인이 될 수 있사옵니다. 물에 들어가도 젖지 않고 불속에서도 뜨겁지 아니하옵니다. 그 운이 실로 커서 천지와 함께 영원히 사는 것이옵나이다.”

고개를 내저었다.

“진인이 된다. 하지만 어찌 명리를 놓을 수 있겠느냐?”

시황제가 말했다.

“그러기에 어려운 일이라 하지 않사옵나이까. 하지만 명리를 버리지 않고 영생할 수 있는 비법을 찾아보겠나이다.”

“어떻게 찾아본단 말이냐?”

“일찍이 산속에서 수도를 할 때 선문과 고서라는 진인을 만난 적이 있사옵나이다. 또한 그들이 어디에 은거하는지도 짐작 가는 바가 있기에 그들을 찾아 불사약을 여쭈면 일러 줄 것이옵나이다.”

선문과 고서는 중국 고대의 선인들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들이었다. 전설 속에서나 살아있는 그런 위인들이었다.

“술사 노생도 그들을 찾아 나섰는데 그대가 그들이 은거하고 있는 위치를 안단 말인고?”

“노생 술사께옵서는 연세가 원만하시어 만만치 않을 것이오나 신은 아직 젊기에 그들을 찾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옵나이다. 염려를 거두시옵소서. 신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진인들을 만나 비법을 알아 오겠나이다.”

역시 자신의 생각이 옳았다. 진인을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노생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후생도 있으며 다른 술사도 운이 좋으면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황제는 후생이 요청한 대로 만금을 주고 신선을 찾아 비법을 알아오도록 일렀다. 솔직히 후생은 그것이 부질없는 일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연히 신선들을 찾지 못한다고 고하면 죽음밖에 돌아올 것이 없었다. 그래서 충분히 만날 수 있다고 거짓으로 고했다.

후생은 거창한 채비를 갖추고 길을 나선 다음 노생이 들어간 심산근처에 이르러 모든 신하들을 그곳에서 기다리도록 했다. 그 역시 노생처럼 많은 신하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면 진인이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핑계를 댔다. 그리고 혼자 노생이 은거하고 있을 만한 지점을 찾아 산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수일동안 산을 헤맨 뒤 깊은 숲속의 동굴에서 은거하고 있던 노생을 찾았다.

노생은 느닷없이 후생이 자신을 찾아온 것에 대해 한편 두려웠고 다른 한편 반가웠다.

자신이 진인을 만나기 위해 산으로 들어간다며 길을 나선 뒤 줄곧 이곳에서 은거했다는 사실을 시황제에게 고하면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지만 사람 냄새도 맡지 못하고 은거하는 처지에서 동료 술사를 만났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노생은 자신을 찾아온 후생을 환대하면서도 다른 한편 그의 의중을 알기 위해 저울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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