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⓶] 국회동의 미지수, 집권여당 핵심도 의지부족

지난 8월 26일 오전 대전 소제동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 현장을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 당시 이 총리는 "세종시 행정수도론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자료사진.

최근 개헌논의가 확산되면서 ‘헌법에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규정하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탄력을 얻고 있다. 적어도 충청권에서 이 같은 주장은 반론의 여지가 없는 당연한 것으로 수용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개헌논의에서 ‘행정수도 명문화’가 국민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개헌논의 중심축인 국회가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지 않은데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조차 확고한 ‘행정수도 명문화’ 의지가 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세종시가 실시한 국회의원 대상 여론조사에서도 의원들은 개헌안에 행정수도 조항을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내년 개헌 추진시 헌법에 수도 관련 조항을 명시하여 행정수도 추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란 질문에 응답 의원의 42.9%가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그러나 ‘반대(27.6%)’와 ‘유보(잘모름 29.5%)’ 의견이 찬성보다 많은 57.1%를 기록했다. 

이번 설문에 응답한 의원이 전체 의원의 3분의 1 수준인 105명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결과를 국회 전체의견으로 의미부여하기는 어렵다. 다만, 같은 질문에 대해 국민 여론이 찬성(54.5%)쪽으로 기울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국회의원들의 인식이 민심과 사뭇 다르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정당별로도 인식이 크게 엇갈렸다.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은 찬성보다 반대의견이 많았다. 한 가지 눈여겨 볼 대목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조차도 그리 높지 않은 찬성률(55.8%)을 나타냈다는 점이다. 집권여당 내부에서도 ‘헌법에 수도 조항을 신설해 행정수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에 대한 단일안 합의안 도출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설문 문항 설계에서 ‘세종시’를 직접 대입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개헌안에 수도조항을 넣어 행정수도 추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란 질문과 ‘개헌안에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하는 조항을 넣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란 질문은, 그 뉘앙스가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수도조항 신설론’에 초점이 맞춰진 질문이라면, 후자는 ‘세종시 행정수도론’에 방점을 찍고 있는 질문이다. 세종시가 후자를 가지고 설문에 나섰다면, 수도권과 국회의원 대상 조사에서 찬성률이 현저하게 낮게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세종시가 자신감 있게 여론을 주도하기보다는 우호적 여론조성을 위해 ‘설문조사’ 등 우회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 핵심에서도 ‘개헌을 통한 세종시 행정수도 명문화’에 대해 정면 돌파를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8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수도이전 문제에 대해 “다수 국민이 동의를 해주지 않을 것 같다”는 부정적 입장을 밝힌 이후, 물러섬 없이 동일한 화법을 이어가고 있다. 

9월 국회 대정부 질문 당시에도 이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광화문 대통령시대를 말씀하셨기 때문에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기는 것과 광화문 대통령시대와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정부를 대표하는 이 총리가 ‘세종시 행정수도론’에 대해 부정 내지 신중론을 펴고 있다는 점은 다른 경로를 통해서도 수차례 확인된 바 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6일 대전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하려면 헌법 개정 절차에 따라 개헌안에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한다는 규정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어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로 하되, 행정수도는 세종시로 한다. 통일이후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현재의 군사분계선 이북에 행정수도 한 곳을 지정할 수 있다’는 개헌안을 제시했다. 

세종시 시민단체 등은 일제히 환영입장을 표명하고 나섰지만, “‘수도 서울과 행정수도 세종’을 동시에 명문화되는 헌법 개정은 정치적 타협일 뿐, 갈등의 불씨를 헌법에 계속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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