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2017시즌 도미노 부상, 희망의 2018 시즌

한화이글스 선수단은 지난 3일 NC와의 시즌 144차전 경기에서 연장 12회 8:8의 무승부를 끝으로 시즌 마지막을 장식했다. 막판에 당한 5연패를 끊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화이글스의 시즌 최종 성적은 144경기에서 61승 81패 2무를 거두고 승률 0.430으로 8위를 기록하며 10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실패라는 불명예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한 기아타이거즈와는 25.5경기 차, 5위 SK와이번스와는 13.5경기 차를 기록했다.

김성근 시대의 종말

지난 2015 시즌을 앞두고 한화이글스는 ‘승부사’ 야신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며 암흑기를 끝내고 새로운 도약을 약속하는 듯 했다. 2015 시즌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와 함께 ‘불꽃’야구를 선보이며 리그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시즌 초, 중반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후반기에 무너지며 한화이글스 팬들의 ‘가을야구’에 대한 염원을 이루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의 ‘존재’는 금방이라도 한화이글스를 ‘가을야구’로 이끌 듯이 보이기에 충분했다. 2016 시즌을 앞두고 한화이글스는 FA 베테랑 선수들을 연이어 영입하면서 김성근 감독에 힘을 실어주었다. 하지만 2015 시즌부터 시작된 투수들의 무리한 출장과 원칙 없는 보직의 변화는 결국 한화이글스를 나락으로 빠지게 하고 말았다.

2017 시즌을 앞두고 한화이글스는 박종훈 단장을 영입하면서 김성근 감독 체제에 큰 균열을 일으켰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의 유임 카드로 3년 차 시즌을 보장하면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 화근이었다. 시즌 초부터 박종훈 단장과 김성근 감독은 때때마다 충돌하면서 선수단을 하나로 이끌지 못했고 김성근 감독은 지난 두 시즌에서 얻은 ‘학습효과’를 전혀 팀 운영에 반영하지 못하고 그만의 마이웨이를 걸었다. 그 결과, 5월말 시즌 중 ‘감독 교체’라는 결과물이 만들어지고 말았다. 야심차게 준비했고 리그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한화이글스의 김성근 카드는 이렇게 아무런 소득 없이 상처만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유례없는 도미노 부상의 악령

무슨 말로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성근 감독에게도 ‘면죄부’를 줄 수 있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김성근 감독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일까? 물론 모든 팀들이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2017 시즌 한화이글스 선수들의 부상은 ‘역대급’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시즌 내내 도미노처럼 부상이 끊이지 않았다. 역대급 도미노 부상의 키워드는 바로 ‘햄스트링’과 ‘복사근’이었다. 이용규가 국가대표 차출 여파에 따른 팔꿈치 부상, 권혁이 지난 2년 간의 무리한 등판으로 인한 허리 통증으로 인해 합류하지 못한 채 시즌을 시작한 한화이글스.

부상의 신호탄은 김원석의 햄스트링 부상이었다. 김원석을 시작으로 이성열(2회), 김태균, 허도환(2회), 최재훈, 송광민(2회), 정근우, 로사리오가 햄스트링 부위 부상으로, 최진행, 오간도, 김범수, 김태균, 로사리오가 복사근 부위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을 했었다. 그 외에도 외국인 투수 비야누에바도 팔꿈치 2회, 손가락 인대 부상으로 1군에서 이탈하는 등 크고 작은 부상이 시즌 내내 거듭되었다. 단 한번도 ‘완전체’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한화이글스의 2017 시즌이었다. 이제는 트레이닝 파트에 대한 점검도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 됐다. 더 이상 부상으로 인한 전력 누수로 온전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다.

희망을 본 2018 시즌

김성근 감독의 사령탑 교체 이후, 한화이글스는 이상군 감독대행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결과론적으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올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새로운 감독을 영입하는 것이었으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고 이상군 감독대행은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성적에서의 반전은 없었으나 지난 2년 간의 팀 운영에 큰 변화를 준 것은 사실이다. 우선 투수진의 휴식을 보장하면서 부상과 체력적인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썼고 그것이 얼마나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주전 선수들의 도미노 부상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측면도 있었지만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하면서 리빌딩의 초석을 다지는데 일익을 담당했다.

박정진, 심수창, 권혁, 송창식, 장민재 등 지난 2년 간 중간 불펜에서 많은 등판과 투구 수를 기록했던 선수들을 철저하게 관리했고 김재영, 김범수의 젊은 투수들을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시키면서 미래를 위한 포석도 깔았다. 또한, 중고 신인 강승현, 김경태를 비롯해 박상원, 이충호, 서균 등의 발견은 한화이글스 투수진을 한층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야수진에서는 만년 유망주 오선진의 재발견과 트레이드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포수 최재훈 그리고 양성우, 김원석의 ‘뱀띠 4인방’과 더불어 정경운, 김태연, 박준혁, 김주현 등의 젊은 선수들이 1군에 선을 보인 것은 2018년 시즌을 더욱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이제는 2018 시즌을 위해 시작해야 할 시기이다. 이미 교육리그 선수단과 프로그램이 확정된 상황에서 빠르게 감독 선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마무리 훈련 뿐 아니라 동계훈련과 FA 선수들에 대한 결정, 외국인 선수와의 계약 그리고 40인 외 드래프트 등의 난제를 하나씩 풀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지난 10년의 암흑기를 벗어나기 위해 피나는 훈련과 노력으로 2018 시즌 그라운드를 누빌 준비를 하고 있는 한화이글스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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