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원들이 노생과 후생의 집을 이 잡듯 뒤졌지만 이들에 대한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다만 집안에 여러 권의 시경과 서경 등 고서들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시황제의 폭정을 비난하는 글이 고서 속에 들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관원이 급히 조정에 고했다.

이런 사실을 보고받은 시황제는 유생이나 선비라고 칭하는 자들이 여전히 역서를 지니고 있다는 증거라며 모든 유생들과 선비를 찾아 그들의 집을 수색하여 노생과 후생을 찾도록 하라고 엄명을 내렸다.

사태가 이지경이 되자 관원들은 함양궁에 있던 모든 선비들과 유생들을 찾아 그들의 집을 수색했으며 이 과정에서 숱한 책들을 발견하게 됐다.

“승상, 이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시황제가 격노한 목소리로 이사에게 하문했다.

“결단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옵나이다. 극형을 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사려 되옵나이다.”

다른 중신들은 입을 다물고 황제의 눈치만을 살필 뿐이었다. 극형이란 말 이외에 다른 말을 한다면 시황제가 더욱 진노할 것이므로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중신들은 어떻게 생각들 하는가?”

“신들의 생각도 승상과 같사옵나이다. 시황제 폐하.”

시황제는 눈을 흘기며 조당을 둘러본 다음 명했다.

“짐의 정책에 반대하는 무리들이나 금서를 소지하고 있는 유생들을 모조리 잡아들여 생매장 시키도록 하렷다.”

시황제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관원들은 유생들을 잡아들였다. 함양궁을 중심으로 유생들이 끌려 나왔다. 그들은 대부분 6국에서 끌려온 귀족들이거나 선비들이 대부분이었다. 비록 멸국의 화를 입었지만 자신들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가려는 심산에서 고서를 보존하고 있었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관원들은 잡아들인 유생들로 하여금 커다란 구덩이를 파도록 시켰다. 그들은 영문도 모르고 자신들이 묻힐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이 일로 함양성이 온통 뒤집어진 듯 소란했다. 유생들을 매장시킨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그러기 위해 구덩이를 파고 있다는 이야기도 끊이지 않았다.

유생의 식솔들은 울며불며 함양궁 앞에 몰려와 목숨만은 살려줄 것을 애원했다.

“시황제 폐하. 황은을 베푸시어 무지몽매한 백성들의 과오를 용서하여주시옵소서.”

함양성이 물 끓듯 했다. 곳곳에서 유생들이 시황제를 비난하는 소리가 높아갔다. 그들은 드러내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모일 때마다 쑥덕거렸다.

사태를 직시한 시황제의 큰아들 부소(扶蘇)가 시황제 앞으로 나아가 간청했다. 그것은 용단이었다. 누구도 나서서 이 같은 사실을 고하지 않는 마당에 부소가 나선 것은 진심어린 충정이었다.

“시황제 폐하. 유생들을 생매하려는 것은 크게 잘못한 일 이라 사려 되옵나이다. 이는 승상 이사의 간계에 따른 것이므로 폐하께서는 잔혹무도한 일을 저지르고 있는 승상을 폐하시어 민심을 바로잡으시옵소서.”

부소는 대전이 떠나가도록 목소리를 높여 간청했다.

“무어라. 지금 네가 짐의 명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말이더냐?”

“그러하옵나이다. 시황제 폐하. 죽음을 각오하고 드리는 말씀이옵나이다.”

부소는 울음을 토하며 진언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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