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생들을 생매장시키신다면 시황제 폐하께옵서는 천대 만대 유생을 학살한 임금이 되실 것이옵나이다. 이를 누가 책임지겠나이까. 부디 바라옵건대 그들을 생매장하지 마시고 중한 벌을 내려 유배를 보냄으로써 다시는 그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시옵소서.”

시황제가 그 소리에 돌아앉으며 말했다.

“짐은 한입으로 두 번 말하지 않느니라. 그리고 부소는 들어라. 너는 아직 어려 사안의 중대성을 깨닫지 못하고 하는 말이니 내 용서하마. 하지만 다시 이 같은 일을 입에 올린다면 너 역시 죽음을 면키 어려울 것이야. 알겠느냐?”

시황제가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부소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다시 청했다.

“시황제 폐하. 저에게 죽음을 내리신다면 달게 받겠나이다. 하지만 갱유만큼은 접어주시길 간절히 바라나이다. 이는 천대 만대로 이어질 진제국과 시황제 폐하의 위대한 업적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니 윤허하여주시기 바라옵나이다. 만약 오늘 그들을 생매장 한다면 천대 만대 시황제 폐하를 원망하는 목소리가 이어질 것이오니 이점을 깊이 유념하시어 명을 거두어주시옵소서.”

그러자 시황제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뭐라. 감히 네놈이 짐을 협박하려 드느냐? 이런 못된 놈 같으니라고. 승상은 들어라. 이자를 당장 밖으로 끌어내 북방의 하투지역으로 내치도록 하렷다.”

시황제의 엄명은 시퍼런 서슬과 같았다. 북방의 하투지역은 몽염 장군이 만리장성을 쌓고 있던 변방지역이었다.

그길로 시황제의 큰아들 부소는 유배 길에 올라야 했다. 승상 이사는 그가 항차 2대 황제가 될 수도 있었으므로 그를 귀양 보내지 못하고 하투지역 군을 감독하는 군감으로 자리를 정해 내려 보냈다. 물론 갱유는 명대로 실시되었다. 관원들은 그들이 잡아온 유생들을 모조리 구덩이에 생매장을 시켰다.

이렇게 해서 생매장 된 유생이 460명에 달했다. 이것이 갱유사건이었다.

갱유사건 이후 민심이 더욱 들끓었다. 백성들은 그동안 잔인한 조치가 몇 번 있었지만 그래도 그것들이 시황제의 명이라기보다 승상 이사나 주변을 에워 싼 몇몇 무리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분서사건과 갱유사건을 접하면서 그 모든 것들이 시황제의 의중이라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때문에 시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사라져버렸다. 그는 늘 두려운 존재로만 그곳에 있었다.

처음 시황제가 순행을 나설 때만 해도 그의 존영을 보기 위해 도로에 만 백성들이 엎드려 절을 올렸다. 하지만 연이은 사건 이후로는 그를 피하기 위해 몸을 숨겼다. 이런 분위기는 함양성 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하지만 통치에 자신감을 얻은 시황제와 황궁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도리어 노역과 공역의 강도가 날로 거세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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