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대학교병원 계약직 물리치료사

사람들은 숫자 7을 ‘럭키세븐’이라 부릅니다. 파업 7일째 오늘은 저희에게 ‘럭키’한 일이 생길까요? 저는 2016년 4월 1일자로 재활치료실 물리치료사로 입사해 어느덧 입사한지 1년 7개월이 지났습니다.

우리 부서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전환이 단 한명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처음 을지대학교병원에 입사했을 때, 첫직장이라는 설렘과 잘해야겠다는 부담을 갖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을지가족이라는 사명감을 안고 환자에게 친절하고 환자를 위해 열심히 치료하면 그 노력을 병원 역시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입사 이후 지금까지 정규직전환이라는 문턱에서 좌절하는 7명의 선생님들을 봤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치료실 환경, 임금과 복지가 열악하며 1개월 미만으로 일하고 제 발로 나가는 선생님들도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정말 열심히 하는 선생님, 함께 일하고 싶은 선생님들이 있었습니다.

“제 일이 아니라고 슬프지 않았을까요?” 그들의 좌절이 곧 저의 미래라는 불안감은 커져만 갔습니다. “과연 나에게 정규직이라는 기회가 오긴 할까?”, “열심히 한다고 과연 정규직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이었을까요? 아무리 힘들어도 항상 환자분들에게 웃으면서 치료하던 제가 어느 날부턴가 웃음을 잃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항상 웃어서 좋다”, “친절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더 힘이 나서 치료를 하곤 했습니다. 그 말이 듣고 싶어 더 열심히 했었습니다.

하지만 떠나가는 선생님들을 보며 주인의식, 치료의 책임감보다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더 크게 자리 잡았습니다.

불안감을 숨기려해도 환자들이 더 먼저 눈치를 챕니다. 장기외래환자들은 매번 2년까지 몇 개월 남았는지 더 많이 물어봅니다. 저를 응원해 주면서도 “또 치료사가 바뀐다”며 걱정을 합니다. 언제까지 치료사와 환자가 불안해하는 병원으로 남아야할까요?

저희 재활치료실은 현재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율이 50대 50입니다. 정규직전환이 단 한명도 없던 6년이라는 시간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격차를 더 크게 만들었습니다.

10년 이상의 선생님들과 3년 미만의 선생님들의 격차는 치료적으로 체감하자면 엄청납니다. 앞으로 정규직 전환이 계속 없다면 그 격차는 해를 거듭할수록 커질 것입니다.

“중간연차를 고용하면되지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앞에서 이야기했듯 그 중간연차 선생님들이 1개월 미만으로 일하고 나간 선생님들입니다.

그 선생님들은 왜 제 발로 퇴사 했을까요? 6년 동안 단 한명이라도, 딱 한명이라도 정규직전환이 된 사람이 있었다면 그 선생님들이 나갔을까요? 계약직들에게 불안감만 남았을까요?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라도 품었을 겁니다.

하지만 병원은 정규직이 퇴사해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 시켜주지 않고 희망고문만 시키고 있습니다.

어떤 꿈도 희망도 품지 못하는 계약직들의 마음속에는 항상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왜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정규직의 문 앞에서 비를 맞고 있어야 할까요.

촛불의 힘으로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습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이 대규모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을지대학교병원도 그 흐름에 맞게 정규직전환이 이뤄져야합니다.

비정규직 문제 꼭 해결해야합니다. 언제까지 마음속에 비를 맞고 있어야할까요. 이제 그 비를 그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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