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는 이웃" 발언, 인권 프레임으로 여의도 입성 노리나

안희정 충남지사가 최근 성소수자에 대해 ‘존재하는 이웃’으로 인정하자며 ‘인권 대사’를 자처하는 모양새다. 인권단체들은 그의 소신에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 지난 6월 제주에서 열린 제8회 제주인권회의에 참석한 안 지사 모습. 안 지사 페이스북.

<연속보도>=안희정 충남지사가 최근 성소수자에 대해 ‘존재하는 이웃’으로 인정하자며 ‘인권 대사’를 자처하는 모양새다. 인권단체들은 그의 소신에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본보 17일자 <박수받은 안희정의 '성소수자>보도 등)

동시에 안 지사가 4년의 도지사 임기 중 8개월여를 남겨둔 시점에서 ‘성소수자 인권’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안 지사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소수자는 우리 곁에 존재하는 이웃이다. 성소수자의 존재는 그 자체로 우리의 현실이다. 누군가의 가족이자 친구로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라고 했다.

安 "성소수자 존재 그 자체로 우리 현실"
충남인권조례 폐지 주장에 "동성애 찬반, 선악 등 조례 아냐" 반론

또 지난 13일 당진문예회관에서 열린 ‘제3회 충남 인권주간 문화행사’를 언급하며 “행사장 밖에서는 충남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조례 폐기를 요구하는 집회도 열렸다. 충남인권조례는 어떠한 차별도 금지하자는 것이다. 동성애 찬반, 선악 등의 가치 규범에 관한 조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행사 당시 안 지사는 동성애와 관련해 "존재하는 이웃의 문제"라고 밝혔다. "최소한의 차별금지라는 원칙에 따라 행정을 보겠다는 도지사에 대해 도민과 주권자가 칭찬해 주실 것이라 믿는다"고도 했다.

안 지사가 지난 13일 당진 문예회관에서 열린 충남 인권주간 문화행사에 참석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최소한의 차별금지라는 원칙에 다라 행정을 보겠다는 도지사에 대한 도민과 주권자가 칭찬해 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안 지사 페이스북.

충남기독교총연합회, 충남성시화운동본부 등 지역 기독교 단체들이 충남인권조례에 동성애를 옹호하는 내용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안 지사가 반론을 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충남인권조례는 ▲충남도 인권센터 운영 및 목적 ▲인권침해 및 차별에 대한 상담‧조사 신청방법 및 장소 접수 등을 담고 있을 뿐이다. 일부 기독교 단체들이 인권조례에도 없는 내용으로 차별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근거다. 다만, 지난 2014년 제정 선포된 충남인권선언에는 성소수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선 출마 선언 당시 "개성이 차별이란 폭력 앞에 서는 것 막겠다" 밝혀

성소수자에 대한 안 지사의 소신은 이미 올해 초 확인된 바 있다. 지난 1월 서울 대학로 굿시어터에서 열린 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진행된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서다.

안 지사의 남대전고 후배이자 방송인 홍석천 씨는 “저희처럼 사회적 약자로 지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게 정치인으로서는 표 계산법에서는 손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으로서 일반 한 사람으로서 진정한 용기란 어떤 것인지 듣고 싶다”는 질문에 안 지사는 이렇게 답했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 이분법 역시 편의상 구분해 놓은 것이지, 사실상 우리는 그냥 사람일 뿐"이라며 "전 그런 점에서, '일체의 사람들의 개성이 차별이라는 폭력 앞에 서는 것을 막겠다'. 이것이 제가 가지고 있는 민주주의자로서의 신념"이라고 밝혔다.

안 지사는 같은 시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기독교 단체의 표가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기독교인은 동성애에 대해 종교적 신념으로 문제화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뚜렷한 소신 철학 불구, '정치적 프레임' 의구심
내년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시 '차별금지법 제정' 공약 내걸 수도

지난 1월 22일 서울 대학로 극장에서 안 지사의 대선 출마 선언에 앞서 열린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서 안 지사가 방송인 홍석천 씨와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 문제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자료화면.

이처럼 성소수자에 대한 안 지사의 뚜렷한 철학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는 그의 향후 정치 행보에 있어 ‘인권 문제’를 정치적인 프레임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 아니겠냐고 해석하고 있다.

안 지사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3선 출마 대신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 같은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안 지사가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한다면 ‘차별금지법 제정’을 제1공약으로 내세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 지사가 페이스북 말미에 쓴 “인권이 꽃피는 행복한 세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글이 의미심장하게 읽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경우 보수진영과 야당에서는 안 지사의 ‘인권 프레임’에 대한 반대급부로 ‘동성애 반대’로 맞서면서 전면전을 벌일 공산이 높다. 국회의원 재·보선이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안 지사가 충남 지역구에 출마한다면 성소수자를 둘러싼 인권 논쟁은 양대 선거 최대 이슈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당장 충남인권조례 존폐 여부를 쥐고 있는 충남도의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관심사다.

재보선·지선 '인권 논쟁' 핵심 이슈 급부상 '전망'
도의회 충남인권조례 존폐 여부 결정 '전초전'

충남지역 기독교단체들의 인권조례(동성애법) 폐지 촉구 기자회견 모습.
충남 인권 조례 지키기 공동행동 기자회견 모습.

충남도에 따르면 지역 기독교 단체들이 지난 5월부터 도민들을 대상으로 조례폐지 청구 서명운동을 벌여 받은 10만여 명 서명부가 제출되면, 조례규칙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청구(안)을 도의회에 상정한다. 그러면 도의회는 의결을 거쳐 인권조례 존폐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도의회는 총 40석 가운데 한국당이 과반이 넘는 27석을 보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11석, 국민의당은 2석이다. 한마디로 한국당 의원들의 선택에 조례 존폐 여부가 달린 셈이다.

한국당 소속 한 도의원은 18일 <디트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아직까지 인권 조례 폐지 여부에 대해 의원들끼리 논의한 바는 없다”고 전제한 뒤 “소수 약자에 대한 인권은 존중해야 한다. 다만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이 전체 인권을 대표하듯 침소봉대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은 당 차원의 결정보다 의원 개개인의 소신과 철학에 맡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존재하는 이웃’에 대한 도의회의 판단과 결정이 향후 안 지사의 정치적 행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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