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상 어찌 사는 것이 고단하구나. 요즈음 같아서야 얼마를 더 살겠느냐?”

“시황제 폐하. 폐하답지 않으시게 약한 말씀을 하시오니까?”

“아니로다. 짐이 천세 만세 살자했는데 그것도 부질없는 일이 아닐까 하노라. 이런 몸으로 천세를 살면 무엇 하며 만세를 산들 또 무엇 하겠느냐?”

“시황제 폐하. 조만간 불노불사의 생약을 구하여 올 것이옵나이다. 희망의 끈을 놓지 마시옵소서.”

승상 이사가 눈물을 삼키며 말했다.

“글쎄다. 언제 불사약을 구하여 온단 말이냐. 그 또한 부질없는 것을…….”

시황제가 혼잣말을 하듯이 중얼거렸다.

“시황제 폐하. 약해지시면 아니되옵나이다. 근자에 몸이 편치 않으신 것은 고뿔 때문이라 사려 되오니 마음을 단단히 드시고 대업을 완성하시옵소서. 그리고 선인이 되시어 천세 만세를 누리시옵소서.”

이사가 눈물을 흘리며 간청했다. 시황제는 눈만 끔벅이며 화답이 없었다.

“오늘따라 먼저가신 어마마마가 보고 싶구나. 효도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태후궁에서 홀로 돌아가시게 한 것이 못내 가슴 아프구나.”

시황제는 고개를 떨구고 한참동안 그렇게 앉아 있었다. 그동안 시황제를 가까이에서 모셔온 승상 이사로서는 뜻밖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맨몸으로 태산이라도 뚫을 듯 한 기세와 앞에서면 누구나 오금이 저리는 카리스마가 사라진 시황제는 초라한 촌로가 되어 있었다. 승상은 그 점을 안타까워했다.

시황제를 알현하고 나온 승상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서둘러 함양궁으로 돌아갈 것을 지시했다.

일행은 낭야에서 북으로 올라 성산을 지난 다음 지부와 황을 내달렸다.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쉼 없이 내달리도록 명했으므로 마차는 뽀얀 먼지를 일구며 박차를 가했다. 시황제 일행이 평원진(平原津)을 지나 사구를 향하고 있었다.

시황제가 탄 마차에서 기침 소리가 연이어 쏟아져 나왔다. 그 기침은 예사롭지 않았다. 끊어지는 듯 하면 이어지기를 반복했다. 시황제가 탄 마차에서 도리어 거친 기침소리가 나지 않으면 숨이 멎은 것이 아닐까를 의심할 지경이었다. 그럴 때마다 뒤 따르던 이사와 조고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 찼다.

“이러다 무슨 변고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요?”

조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말씀을.”

승상 이사가 조고의 입을 막았다. 누구라도 시황제의 죽음과 관련된 말을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당분간 모든 군신들의 폐하 알현을 막아야 할 것 같소이다. 그것은 낭중령이 조치를 취하도록 하시오.”

“알겠소이다. 승상어른. 시황제 폐하께옵서 건강을 회복하실 때까지 누구도 접근치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겠나이다.”

이사와 조고는 입을 맞추고 그것을 군신들에게 전했다.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이사는 더욱 빠른 속도로 말을 몰도록 지시했다. 궁으로 돌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었다. 작열하는 7월의 태양은 이들의 속도 모르고 열기를 더했다. 지나는 연도의 백성들은 들일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