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모

조고는 다짐을 받고 큰절을 올린 다음 호해의 방을 나섰다.

조고는 그길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지필묵을 준비했다. 시황제가 써놓은 서신을 아무도 몰래 불사르고 같은 양식의 두루마리에 글을 써내려갔다.

“짐은 그동안 천하를 통일하고 백일을 하루같이 바삐 살아왔노라. 하지만 날이 갈수록 기력이 쇠해지니 후사를 내정치 않을 수 없도다. 따라서 공자 호해를 태자로 책봉하니 군신들은 그를 받들어 봉양토록 하여라.”

조고는 시황제의 시신이 안치된 내실로 가서 황제의 머리맡에 놓인 옥새를 아무도 몰래 찍었다.

다음으로 할 일은 승상 이사를 설득하는 것이었다. 그의 참여 없이는 이 모든 일들이 곤란했다.

조고는 평대관 옆에 마련된 승상의 침소로 이사를 찾아갔다. 여전히 주변은 무거운 어둠으로 휩싸여 있었다. 멀리 민가에서 개 짖는 소리만 간간이 들렸다.

“승상어른. 급히 상의드릴 일이 있어 이렇게 찾아왔나이다.”

“낭중령께서 야심한 밤에 어인 일이오니까? 무슨 문제라도 생겼소이까?”

조고는 입을 가리며 더욱 가까이 다가앉았다.

“목소리를 낮추시옵소서. 사실은 조금 전에 황제 폐하께옵서 붕어하셨사옵니다.”

“뭐라고요? 황제 폐하께옵서…….”

이사가 놀란 표정으로 조고를 보며 되물었다.

“목소리를 낮추셔야하옵니다. 심대한 일이옵나이다. 만약 이런 사실이 밖으로 새나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것이옵니다.”

“그야 그렇소만 이일을 어쩌면 좋단 말이오? 시황제 폐하께옵서 붕어하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천하는 또다시 전쟁에 휘말릴 것이외다.”

“그러기에 드리는 말씀이옵니다. 이 사실은 누구도 알아서는 아니 될 것이옵니다.”

“그러니 답답한 노릇이 아니겠소?”

승상 이사가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함양궁으로 돌아갈 때까지 이것은 비밀에 붙여야 하옵니다. 그러니 승상께옵서도 아무 일이 없는 것처럼 태연하게 정사를 돌보시옵소서. 그 다음일은 소신이 알아서 하겠나이다.”

“그것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2세 황제 옹립문제는 어찌해야 한단 말이오? 당연히 변방에 나가계시는 부소 공자께 알리고 그를 모셔 와야 하질 않겠소이까?”

이사가 화급하게 말했다.

“당치도 않는 말씀이옵니다. 부소 공자께옵서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승상은 물론 우리 모두 살아남기 힘들 것이옵니다. 부소 공자를 변방으로 내친 것은 승상께서 하신일이 아니오니까?”

조고의 말에 이사가 더욱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방도가 없질 않소? 장자의 승계원칙에 따라 부소 공자께서 2세 황제에 옹립되셔야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오. 우리가 죽는 일이 있다 할지라도 그런 천리를 어찌 거역한단 말이오?”

이사는 어깨를 떨어뜨리며 풀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소신에게 방도가 있사옵니다.”

“무슨 방도가 있단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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