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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 영웅광장

[정승열의 세계속으로] <44>

정승열2017.11.13 15:04:48

▲부다페스트 지도.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는 도나우 강을 사이로 고지대인 부다 지역과 평야지대인 페스트 지역이 오랫동안 별개의 도시로 존재하면서 유럽 전역에 걸쳐 문예부흥이 활발하던 15세기 말 마차시 1세(MatyasⅠ: 1458~1490) 때에는 유럽 각국의 예술가들이 예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헝가리로 많이 몰려와서 ‘헝가리의 르네상스 시대’를 이루었다. 

▲영웅광장 전경.


이때 마차시 1세는 왕궁도 르네상스식으로 개축하면서 헝가리는 중유럽 르네상스의 중심지가 되었는데, 1842년 세치니(Szechenyi) 백작이 도나우 강 위에 자비로 380m에 이르는 다리를 놓은 뒤인 1872년 비로소 두 도시가 통합된 부다페스트는 ‘동유럽의 파리", "도나우의 진주"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동유럽 최대의 도시였다. 

▲밀레니엄 기념탑.

따라서 오늘날까지 부다페스트는 유럽의 각 시대를 대표하는 고대 건축물과 문화유적이 즐비할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헝가리를 지배했던 합스부르크가의 영향으로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체코의 프라하, 폴란드 바르사뱌 등 동․서유럽으로 통하는 열차와 버스 등 육로교통이 발달된 동유럽의 교통의 중심지이다. 헝가리는 20세기 초 공산권국가에 편입되어 폐쇄적이다가 1991년 개방되면서 부다페스트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도시다(마차시 1세에 관하여는 2017.10.13. 어부의 요새와 마차시 성당 참조). 

▲헝가리 7부족장.


부다 지구에는 어부의 요새를 비롯하여 마차시 성당, 헝가리 왕궁, 시타델라 요새 등 오래된 유적이 많고, 페스트 지역에는 비교적 근대에 세워진 영웅광장, 성 이슈트반 대성당, 국회의사당 등이 있다. 

▲가브리엘 천사.

특히 벨바로시에서 부다페스트의 문화 거리인 안드라시 끄트머리에 있는 영웅광장(Hősök tere)은 헝가리 건국 1000년을 기념하여 1896년에 착공하여 1926년에 완성되었는데, 이곳에는 헝가리의 건국이후 근대에 이르는 위대한 인물들의 동상을 세운 광장이다. 

▲영웅상(왼쪽).

처음에는 ‘천년 광장(Millenium Plaza)’이라고 불렀으나, 1932년 ‘영웅광장’으로 고쳤는데, 광장 바로 뒤편에 시민공원인 바로시리게트가 있어서 영웅광장은 마치 그 시민공원의 입구처럼 보이도록 설계되었다.

광장 한 가운데에는 넓은 대리석 기단석 위에 높이 36m의 코린트 양식의 원형 기둥(圓柱)의 기념비가 있는데, 이 기념비를 ‘밀레니엄 기념탑’이라고 한다. 기념탑 위에는 헝가리 민족의 수호신인 천사 가브리엘이 오른손에는 헝가리 초대 임금의 왕관을, 오른손에는 이중십자가를 쥔 모습으로 세워져 있는 것은 1001년 헝가리 최초로 통일왕국을 세운 이슈트반 1세(Saint Stephen I; 970~ 1083)가 헝가리를 개종시켜서 성모 마리아에게 바쳤음을 의미한다. 

▲성 이스트반 1세.

사실 영국이나 프랑스 등 유럽 각국의 유명한 광장에서 나라를 빛낸 임금이나 영웅들의 입상을 많이 볼 수 있지만, 대체로 너무 높은 기념비 위에 인물을 세워서 자세히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는데, 이곳의 천사 가브리엘 상도 마찬가지다.

▲마차시 1세.

가리브엘 천사상이 세워진 원형 기둥의 맨 아래 기단석 부분에는 헝가리 민족을 트란실바니아로 인도했던 아르파드를 비롯한 초기의 부족장 7명의 기마상이 가리브엘 천사를 호위하듯 서 있고, 그 앞에는 꺼지지 않는 불이 타오르고 있는 무명용사 기념 제단이 있다. 바닥에 깔린 동판에는 '마쟈르인들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영웅들을 기억하며'라는 글귀가 헝가리어로 새겨있다.

가브리엘 천사상의 배경이 되는 뒤편에는 왼편에서부터 오른쪽으로 각각 7명씩 14명의 영웅상을 칸막이로 하여 세웠는데, 왼쪽 첫 번째는 헝가리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는 성 이스트반 1세(Szent István Ⅰ: 970~1038)다. 

▲영웅상(오른쪽).


그 옆에 있는 성 라슬로(Saint Ladislas: 1040~ 1095) 임금은 헝가리의 영토를 크로아티아까지 확장하고, 크로아티아를 가톨릭 국가로 만든 임금이다. 또, 헝가리를 중흥시킨 임금으로 평가받고 있는 벨라 4세의 동상도 다섯 번째에 있고, 헝가리 르네상스의 주인공 마차시 1세의 청동상도 있다. 

오른쪽 원주에는 왕과 함께 헝가리 독립을 추구한 투사들의 동상이 있는데, 맨 끄트머리인 14번째에는 1849년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의 지배에 저항하여 반란을 주도했으나, 좌절된 헝가리민족의 지도자 라요시 코수트(Lajos Kossuth) 동상이다. 

▲현대미술관.

또, 각 동상의 하단에는 헝가리 역사에서 중요한 장면을 담은 청동 부조물이 한 점씩 걸려 있어서 헝가리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데, 이스트반 1세의 동상 아래의 부조(浮彫)는 그가 1000년에 교황 실베스터 2세(Sylvester Ⅱ, 재위 999~1003)가 보낸 아스트릭(Astrik) 주교에 의해서 왕관을 수여받는 장면을 보여준다. 영웅광장은 조각가 죄르지 절러(György Zala)와 건축가 쉬케단츠(Schickedanz)의 공동작품으로서 1900년 파리에서 열린 세계엑스포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아름다운 조각상의 현장이기도 하다. 

헝가리는 수많은 외적의 침략과 식민 지배를 받는 역사 속에서도 굳건히 민족정기를 이어온  자부심의 표현으로 영웅광장 왼편에는 예술성을 가미한 아름다운 예술사박물관을, 오른편에는 서양 근대미술관(Szépmüvészeti Múzeum)을 각각 세웠는데, 이것은 영웅광장이 단순히 헝가리인들의 건국만이 아니라 중세에 동유럽의 문예부흥의 중심지였던 헝가리를 상징하는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임을 말해 준다. 

▲예술사박물관.

예술사박물관에는 헝가리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작품 7,000여 점을 전시하고 있으며, 반대쪽에 있는 마치 그리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을 모방한 듯한 아름다운 근대미술관은 수태고지(受胎告知)로 유명한 스페인 출신의 엘 그레코(El Greco: 1541~1614)를 비롯하여 미켈란젤로, 다빈치와 함께 ‘르네상스 3대 화가’라고 하는 이탈리아 출신의 라파엘로(Raffaello Sanzio: 1483~1520), 벨기에 출신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의 작품은 물론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 프랑스의 마네(Édouard Manet: 1832~1883), 모네(Claude Monet: 1840~1926),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1841~1919), 폴 세잔(Paul Cézanne: 1839~1906), 로댕(Auguste Rodin: 1840~1917) 등 근대 유럽의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전시하고 있다. 

특히 스페인회화 전시실은 스페인 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페인 회화를 소장하고 있는 최대 규모의 전시실로 유명하다. 영웅광장 양쪽에 예술사박물관과 서양근대미술관을 배치한 것은 마치 북경의 천안문광장 양편에 혁명박물관과 모택동기념관을 세운 것과 흡사한 건물배치이지만, 그 내용은 이렇게 천양지판이다. 

헝가리인들의 자부심과 민족정신을 기리는 성지인 영웅광장은 1958년 10월 소련의 강압정책에 항거하는 헝가리인들의 민주화 혁명이 소련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수많은 젊은이들이 피를 흘린 곳으로서 1989년 소련 위성국가 중에서 최초로 민주화운동에 성공한 이곳에서는 매년 헝가리의 주요행사가 열리고 있다. 또 5월 1일(노동절)에는 이곳에서부터 에르제베트 광장까지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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