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며칠이 지난 뒤였다. 승상 이사와 낭중령 조고 그리고 공자 호해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제 호해 공자님의 태자 책봉을 만천하에 알려야 하질 않겠나이까?”

조고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도 함양궁에 돌아가서 알리는 것이 낫지 않겠소?”

이사는 호해의 심중을 살피며 말했다.

그가 2세 황제에 옹립될 인물이었기에 함부로 말을 할 수도 없었다.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다. 호해는 우두커니 앉아 두 사람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그럼 때가 늦사옵니다. 소신의 생각으로는 지금쯤 그 사실을 문무백관들에게 알리고 변방에 나가있는 부소 공자에 대해서도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사려 되옵니다.”

조고는 입술에 침도 바르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이사는 말라오는 입술을 연신 침으로 적시며 말을 더듬었다.

“그래도 시간을 두고 함이…….”

“아니 되옵니다. 오늘 승상께옵서 문무백관들을 모아놓고 황제폐하의 칙령을 전하시옵소서. 그리고 즉시 변방에 있는 부소 공자에게 새서를 전하여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해야 할 것이옵나이다.”

조고의 말에 이사와 호해는 눈을 호동그랗게 뜨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모두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옵니다. 이것은 한시도 지체 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이옵니다. 서둘러야 할 것이옵니다.”

조고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사는 이미 발을 들여놓았으므로 다른 방도가 없었다. 때문에 승상 이사는 복받쳐 오르는 눈물을 속으로 삼키며 문무백관들을 모아 공자 호해가 태자에 책봉되었음을 공표하는 칙령을 내렸다.

아울러 그것을 만 천하에 알리도록 지시했다.

동시에 사자를 시켜 몽염장군의 군영에 군감으로 가있던 부소 공자에게 황명이 담긴 조서를 전하도록 했다. 그 조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있었다.

“짐이 천하를 순시하며 명산의 여러 신들에게 기도하고 제사를 지냈노라. 그것은 제국이 천세 만세 이어지기를 기원하기 위함이었노라. 하지만 지금 부소는 몽염과 함께 수십만 대군을 이끌고 변경에 주둔한지가 벌써 10년이 지났도다. 그런데 병력만 대거 소모하면서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결국 한 치의 공훈도 세우지 못하였도다. 도리어 여러 차례 상소를 올려 짐이 하는 일을 비방하고 태자에 책봉되지 않은 것을 밤낮으로 원망하였노라. 짐이 생각건대 부소는 아들 된 도리를 다하지 못했고 효성이 지극하지 못하도다. 그래서 칼을 내리니 명예롭게 자결하여라.”

몽념에게도 조서를 내렸다.

“몽염은 공자 부소를 바로잡지 못하고 그가 황궁을 향해 원망토록 하였으니 그 불충을 용서할 수 없도다. 아울러 그런 상황을 보고하지 않았으니 통솔권자로서의 능력이 의심되노라. 따라서 군 통솔권을 부장 왕리에게 물려주고 명예롭게 자결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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