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 2심에서 모두 당선무효형이 선고되었던 권선택 대전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대법원이 최종 징역형을 확정함으로써 시장직을 잃었다. 현직 시장이 임기중 중도 하차하는 사고는 대전시 민선자치 이후 처음 겪는 일이어서 당혹스럽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지만, 대전시와 대전시민들의 입장에서는 허탈감을 넘어 불안감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거쳐 새 시장이 임기를 시작하는 2018년 7월 1일 까지 대전시정은 시장 권한대행체제하에 비상상황으로 돌입한다. 더욱이 선거법은 기소 후 6개월 내에 종결짓겠다는 사법부의 대 국민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채 3년 이상이나 끌어왔다는 사실은 사법부에 대한 신뢰감을 저하시킴과 동시에 대전 시정을 파행으로 이끈 주요인으로 작용했음을 분명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권 전 시장은 시장 임기 3년하고 4개월을 보냈다. 민선 6기 동안 대전시가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했었기 때문에 시장과 시정에 주워진 사명과 역할은 막중했다. 그러나 취임하자마자 선거법 위반이 족쇄가 되어 권 시장의 리더십은 임기 내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공무원들은 시장의 거취에만 촉각을 곤두세운 결과, 시정성과는 고사하고 시정에 필요한 정책과 계획들을 제대로 세우지도 못하고 끝난 것은 정말 불행한 일이다. 결국 대전시정은 정상궤도에서 이탈하여 방향감각을 잃고 우왕좌왕하다 좌초된 꼴이다. 대전시와 경쟁하는 타 도시들은 저만큼 앞서 달려가면서 민선 6기를 마무리하고 있는 현실을 대전 시민들은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통탄스러울 뿐이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누구를 탓하고 원망할 여유도 없다. 이제부터라도 대전시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 비상시국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시장권한대행 즉 부시장과 대전시 공무원들은 시민들에 대한 무거운 사명감과 책임감을 확고히 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 대전 시민들에게 보여줄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대전은 당장의 쇠퇴 분위기 속에서 제반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한편, 무한 경쟁 속에 미래를 준비해야 할 아주 중대한 전환기에 놓여 있다. 그간 마련한 도시개발 위주의 장기 발전계획들은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 졌다. 그렇지 않으면 유휴시설의 증가로 부동산 가치는 크게 하락하는 동시에 공동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날 것이 틀림없다. 세종시와 청주시의 발전은 대전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다.

그 동안 대전시의 각종 정책들 예컨대  옛 충남도청사 재개발 및 원도심 활성화의 지지부진, 갑천 친수구역개발과 도시공원의 민간특례 사업에서의 민관 갈등, 용산동 현대아울렛 건설 취소, 시 출연 산하기관 기관장의 선임문제와 기관 내 인사비리, 그리고 고도정수시설 민자 계획의 강행과 취소, 대전 시립의료원과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의 무산 등의 문제들에 이르기까지 대전시가 보여준 대부분의 사업과 정책들을 냉정하게 재정리해야 한다.

시장 권한대행 체제 하에서 신규 사업은 어렵다. 따라서 계획 중이거나 진행 중인 정책들을 확대, 유지, 축소, 연착륙, 폐지 등을 기준으로 재분류해서 행정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지켜나가야 한다. 시민들의 갈등과 대립을 일으킨 일부 정책들은 다음 시장으로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소 정책이 지연되더라도 매몰비용을 줄이는 게 현명하기 때문이다.

다음, 내년의 지방선거가 7개월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 공무원들의 선거개입이 우려된다. 이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대전시정은 지난 10여 년 동안 무슨 파니 누구 사람이니 하면서 특정 후보 줄서기 관행이 극심했다. 선거전에 이미 일부 자리와 승진명단 등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와 블랙리스트가 돌아다녔을 정도다.

이러한 전례가 다시 되풀이되면  민선 7기 대전시정도 실패하고 말 것이다. 시장 권한대행은 직을 걸고 이러한 공무원들의 불법 선거관행과 비리를 엄격히 관리해 주길 바란다. 지금 우리가 지켜본 대전시장의 낙마사태가 주는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끝으로, 내년의 시장선거가 공명정대하게 실시되지 않으면 대전은 재도약의 희망을 잃고 영원히 추락하고 말 것이다. 지역 언론들도 지금까지 주력해온 후보들의 인지도 경쟁에 몰두하는 '경마저널리즘'에서 벗어나서 대전의 위기를 극복해 낼 시장감이 누구여야 하는지, 어떤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후보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후보들도 정정당당하게 대전의 이슈를 중심으로 정책과 공약 대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2019년이면 대전시가 시로 승격한지 만 70년이 된다. 대전이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나 재도약하려면 대전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렇다면 새로 시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 아니 모든 걸 바꿔야 한다. 지금이야 말로 대전 시민들이 용기를 내어 다시금 저력을 발휘할 때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대전의 새로운 꿈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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