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이런 사실을 알 리 없는 북방 하투지역은 심심하리만큼 조용했다.

몽염과 부소는 만리장성을 완성하고 북방에 대한 경계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일일이 여삼추였다. 따분한 나날만이 그들을 못살게 굴었다. 무슨 재미있는 일도 없고 그렇다고 급작스럽게 군사를 움직일 일도 발생치 않았다. 매일같이 아무도 없는 북방을 향해 진격나팔을 불어댄다는 것도 못할 일이었다.

그날도 부소와 몽염은 장성을 둘러보며 경계를 서고 있던 병사들을 격려하고 전망대에 올라 주변을 관망하고 있었다.

그때 멀리 함양쪽에서 먼지를 날리며 한 무리의 군사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저기 누가 달려오고 있질 않소?”

군감 부소가 멀리 황야를 가리키며 말했다.

“함양에서 사자가 오는 모양이옵니다. 공자님께서도 이곳에 오신지 10년이 다되셨으니 이제 궁으로 돌아오라는 시황제 폐하의 전갈이 오나보옵니다. 앙축드리옵나이다.”

“앙축은 무슨 앙축이오. 궁으로 돌아간다면 장군도 함께 갈 테지요.”

부소와 몽염은 길한 소식이 날아들 것이란 기대감에 서둘러 장성을 내려갔다. 부소와 몽염의 얼굴에는 미소가 숨어있었다.

그들은 변방을 바로잡고 만리장성을 축조하는 등 대공사를 성공리에 마쳤으므로 희소식이 날아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기대했다. 사실 그들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장성에 올라 주변을 관망하고 있었던 것도 시황제의 전갈을 기다리기 위함이었다. 이러다보니 얼마나 반가운 사자들인가.

그들이 들뜬 마음으로 관하에 내려갔을 때쯤 사자가 도착했다는 전갈이 왔다.

“어서들 오시오. 먼 길을 달려오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았소?”

공자 부소가 사자 앞으로 나가며 그들을 환대했다.

하지만 사자의 분위기가 예상 같지 않았다. 도리어 한기를 느낄 만큼 냉랭했다. 그들은 부소의 호의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꼿꼿하게 서서 자신들이 들고 온 사령을 챙겼다.

“공자 부소와 장군 몽염은 서둘러 황제폐하의 조서를 받으시오.”

그의 말투에는 어름보다 찬 냉기가 묻어있었다.

부소와 몽염은 머쓱한 표정으로 사자 앞에 무릎을 꿇고 조서를 기다렸다. 그러자 사자가 조서의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짐이 천하를 순시하며 명산의 여러 신들에게 기도하고 제사를 지냈노라… 병력만 대거 소모하면서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결국 한 치의 공훈도 세우지 못하였도다. … 짐이 하는 일을 비방하고 태자에 책봉되지 않은 것을 밤낮으로 원망하였노라. … 칼을 내리니 명예롭게 자결하여라.”

순간 부소는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이 부르르 떨렸다. 정신이 혼미했다.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닐까를 의심했다. 가슴 한가운데 숨어있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입도 열리지 않았다. 시황제 폐하께서 이를 수가 있단 말인가. 스스로 반문해보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이 시황제 폐하의 령이오?”

부소는 다시 확인했다.

“그렇소이다. 시황제 폐하께옵서 내리신 령이옵니다.”

사자는 앞만 쳐다보며 대답했다. 그와 눈을 맞추려지도 않았다.

부소는 하늘을 향해 눈물을 흘리며 시황제가 내린 칼을 들고 내사로 들어갔다. 그리고 윗옷을 단참에 벗어 바닥에 버리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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