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제 여산릉에 묻히다.

이사는 함양궁으로 돌아오는 시황제의 행렬이 생선 썩는 냄새로 얼룩진 것도 자신과 같은 간신들이 함께하고 있음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죽음만큼이나 큰 괴로움이었다. 하지만 현실을 어찌하랴. 살기 위해서는 호해를 2세 황제에 옹립해야하며 그의 비위를 맞추어야 했다. 썩은 생선과 같은 형상으로 살아가야 할 자신의 앞날이 너무나 암담했다. 이사는 복받쳐 오르는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다.

함양궁에 도착한 조고와 이사 그리고 호해는 며칠이 지난 뒤 시황제가 붕어했음을 만천하에 알리고 그의 장례를 준비토록 했다.

시황제 장례의 모든 것은 중승상의 자리에 오른 조고가 맡았다.

군신들과 장인들은 시황제의 시신을 현실 한가운데 다섯 겹으로 된 구리 관에 안치시키고 모든 부장품들을 제자리에 배치했다.

장작부소는 당초 설계대로 묘혈 내에 진귀한 보물을 가득 채웠다. 또 장인들을 시켜 불의에 화살이 발사되도록 만든 장치를 최종 점검토록 했다. 끝으로 수은을 기계로 주입시켜 현실에 만든 하천과 바다가 제대로 흐르는지를 확인했다.

장작부소는 또 미흡한 곳이 있는지를 관리들을 시켜 확인에 확인을 거듭토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수많은 관리들과 장인들은 능묘 안을 부산하게 움직이며 그것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태자전하. 시황제 폐하의 후궁과 비빈들은 어찌하면 좋겠나이까?”

현장을 감독하고 있던 조고가 호해에게 나아가 나직하게 물었다.

“글쎄요. 어찌하면 좋겠소? 그렇다고 선황의 후궁들을 짐이 취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니오?”

“그러기에 드리는 말씀이옵나이다. 이참에 시황제 폐하께 받치심이 어떠하실지…….”

“그렇게 하시구려.”

태자 호해의 명이 떨어지자 중승상 조고는 군사들에게 일러 시황릉 인근에 도열하고 있던 후궁들과 비빈들 가운데 자식이 없는 이들을 모조리 끌어다 순장시키라고 말했다.

그러자 군사들은 우악스럽게 나이어린 후궁들을 능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후궁과 비빈들이 적지 않았지만 모두 고개를 돌렸다. 항차 황제에 오를 태자의 명이었으므로 누구도 거역할 수 없었다.

한참동안 후궁들의 울부짖음이 계속되는가 싶었지만 그들이 능묘 속으로 깊숙이 사라지고 연도 문이 닫히자 이내 장지는 조용해졌다.

하지만 능 안에서는 소란함이 여전했다. 기백명의 후궁과 비빈들이 끌려가며 울부짖는 소리가 귀를 찢었다.

게다가 그들을 끌고 들어가는 군사들의 무리도 적은 수가 아니었다. 더욱이 마지막으로 능 내부를 둘러보기 위해 안으로 들어간 장작부소와 장인들도 안전장치를 점검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태자전하. 모든 장례절차가 마무리된 듯싶사온데 이만 자리를 물리심이 어떠신지요?”

승상 이사가 태자에게 나아가 조용히 여쭈었다.

“그럼 궁으로 돌아가도록 합시다.”

태자 호해가 막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참이었다. 장례를 관장하고 있던 조고가 태자에게로 다가와 귀에 대고 말을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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