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잘못된 행안부 자료, 국회의원 통해 공표


지난 9월 국정감사 기간에 주민참여예산제와 관련된 보도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진 의원(경기 수원시병)과 소병훈 의원(광주갑)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한 보도였다. 

전국 자치단체의 주민참여예산 반영비율, 위원회 구성여부, 개최횟수 등을 비교하며 의원들은 이 제도가 활성화가 되지 않고 있으며, 지역별로 운영실적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체계적인 관리와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의적절한 지적이었던 셈. 

공개 자료에서 대전시 성적은 최하위권이었다. 본예산 대비 주민참여예산 반영비율은 0.12%로 17개 광역단체 중 16위, 본청의 주민참여예산 위원회 개최 횟수는 최근 5년간 평균 1.6회로 뒤에서 다섯 번째다.

자치구의 성적도 마찬가지다. 특히, 중구는 주민참여예산 위원회가 구성도 되지 않았고 회의는 당연히 열리지 않았다. 때문에 주민참여예산 반영비율도 0%, 위원회가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은 기초단체 56곳에 이름을 올렸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집행부가 독점적으로 행사해 왔던 예산 편성에 주민들이 참여, 지방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2011년 9월부터 의무화됐다. 이런 취지를 감안하면 대전시와 중구는 법적 의무를 소홀히 해왔다고 볼 수 있다.

행안부 담당자 실수…대전시 주민참여예산제 외면 ‘오명’

그런데 시와 자치구 공무원들은 반성하기보다 되려 억울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잘 한 건 아니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못한 것도 아니다”라는 항변이다. 잘못이 부풀려졌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해 대전시 주민참여예산 반영액은 70억 4200만 원. 경기(1181억), 충남(2505억), 울산(1670억)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은 규모다. 역으로 경기, 충남, 울산의 주민참여예산이 과도하게 크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재정상태가 좋은 서울시도 708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통계 오류’로 짐작되는 부분이다.

중구는 지난해 주민참여예산 반영액이 ‘0’원으로 기록됐다. 주민참여예산 위원회 대신 ‘주민참여예산단’을 운영해 온 중구는 지난해부터 주민참여예산을 공식적으로 반영했고, 2800만 원이 집행됐다. 열심히 이행한 건 아니지만 최소한 ‘0’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수차례 관계자들과의 통화를 시도한 끝에 행안부 담당자의 실수가 원인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와 시는 행안부에 자료를 제대로 제출했지만, 행안부 담당자가 취합과정에 중구의 자료를 누락했다. 게다가 이 담당자는 광역단체별 수치가 동일한 기준이 없는 천차만별임을 확인하고도 별도의 보완 없이 국회의원실에 자료를 전달했다. 자료는 여과 없이 공표됐고 대전은 주민참여예산제 낙후 지역으로 낙인찍혔다.

“수치 차이가 너무 커서 의원실에 ‘정확한 자료가 아닐 수 있으니 참고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는 게 처음 기자와 통화한 행안부 담당자의 해명이었다. 그러나 기자가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다시 물으니 “제 기억에 착오가 있었나보네요”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사과나 수정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중앙정부의 부정확한 자료, 버려야 할 ‘갑질문화’

딱히 시와 중구를 두둔하고 싶은 의도는 없다. 그렇다고 그들의 노력이 폄하되는 일이 발생해도 안 된다. 그것도 행안부 담당자 한 명의 실수로 말이다. 비약일수 있지만, 고의로 자료를 날조하고 왜곡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이상을 발견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전달했다는 건 명백한 업무태만에 해당된다.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위증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 시각에 따라 이번 일은 그만큼 중대한 사안이다. 행안부 국회팀에 자문을 구한 결과 “자료를 요구한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 활용하려고 자료를 구했지만, 실제로 이 자료로 감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벌대상은 아니라고 판단 된다”는 답을 들었다. 

그럼, 이 사안의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취재 과정에서 이상을 발견했지만 마땅히 시정을 요구할 기관이나 주체를 발견할 수 없다. 행안부는 전국 자치단체 자료를 취합하다보면 의례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이고, 국회의원이야 자료를 준 행안부에 책임을 돌리면 그만이다. 

“일개 지방공무원이 국회의원이나 중앙정부에 따질 수 있습니까. 언론사에 해명 자료도 전달했지만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구청 직원의 하소연이다. 책임질 사람은 없지만 피해보는 사람은 생기는 모순. 세월호 이후 지속적으로 공직사회에서 울리고 있는 자성의 메시지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