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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대행의 오버 ‘의리 행정’인가

[김학용 칼럼]

김학용 주필2017.11.24 16:55:05

▲이재관 대전시장 권한대행. 자료사진.


대전시장 자리가 공백 상태다. 이재관 행정부시장이 시장권한대행을 하면서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공백을 메워야 한다. 갈등을 빚고 있는 지역현안에 대한 부시장 입장이 주목받고 있다. 부시장은 일단 3대 갈등사업에 대한 ‘강행’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을 열어 트램사업과 월평공원 특례사업, 호수공원 사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하였다. 낙마한 전임시장의 시정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어떤 정책이든 장단점과 유불리가 있고, 중대한 사업일수록 시각 차이도 커서 심각한 갈등을 빚는다. 지금 부시장은 본의 아니게 이런 사안의 중심에 뛰어들었다. 이 사업으로 큰 이익을 보는 것도 아니고 출세를 위한 일도 아니라면 이런 일의 책임을 맡는 것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공직자의 투철한 사명감이 아니면 힘든 일이다. 지금 부시장은 기본적으로 이런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어떤 입장을 취하든 그것이 부시장의 개인적 이익과 연관되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시장 권한대행 기자회견에 “사람은 된 사람이구나!”

다만 부시장의 기자회견 장면을 보면서 드는 또 한 가지 생각은 있었다. 이들 사업이 모두 전임 시장이 밀어붙이던 사업이며, 부시장은 그런 시장에게 뽑혀서 대전시에 오게 된 사람이라는 점이다. 부시장은 대통령 임명장을 받지만 대전시장이 동의하지 않으면 임명될 수 없다. 부시장의 입장이 전임 시장과의 이런 관계와 무관한가 하는 의구심은 없지 않다.

자신이 모시던 전임 시장을 생각하면 야박하게 할 수 없는 점이 있다. 자신을 부시장으로 뽑아 앉혀주었는데 중간에 낙마했다고 하루아침에 돌변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부시장이 갈등사업에 대한 강행 입장을 밝혔을 때, 상식이 있는 사람들은 부시장에 대해 “사람은 된 사람이구나!”하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상관이 자리를 잃으면 바로 안면을 바꾸는 세태에서 부시장의 처신은 기특한 점이 있다. 갈등 사업에 대한 입장만 보면 대전부시장은 의리를 아는 사람으로 보인다. 필자는 부시장을 그렇게 이해하고 싶다. 

부시장의 강행 입장은 의리 때문이 아니라 부시장의 본래 소신일 수도 있다. 갈등사업에 대해 전임 시장과 생각이 같았고, 그래서 전임 시장과 같은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강행의 진짜 이유가 소신이든 의리든 ‘의리 행정’은 물론이고 ‘소신 행정’도 불가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의리 행정’의 문제점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동서와 고금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부패와 부정은 공(公)과 사(私)를 구분하지 못하는 ‘의리 행정’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신 행정’을 명분으로 삼을 수도 없다. 부시장은 자신이 시장의 권한대행을 하는 만큼 시장처럼 강력하게 밀고 갈 수 있는 권한이 자신에게 있고 그것이 임무라고 여길 수도 있다. 잘못된 생각이다. 

대전시의 주요 현안 문제는 대전시민의 뜻이 반영되어야 한다. 시민들이 뽑는 시장의 뜻은 시민들의 뜻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시장이 사업을 밀고 나갈 때는 논란이 있더라도 그만한 명분은 있다. 시장 권한대행의 뜻은 시민의 뜻을 대표할 수 없다. 지금 부시장은 부시장으로서 시장이 할 일을 한시적으로 대신하는 것뿐이다. 권한대행이 시장과 같을 수는 없다. 

‘의리 행정’도 ‘소신 행정’도 불가한 권한대행

논란을 빚는 현안들은 시급성을 요하는 사업이 아니다. 내년 선거 때까지 기다려도 문제될 게 없다. 그 중 일부는 벌써 수년 동안 끌어오면서도 시민들 의견이 모아지지 못한 사안이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번복을 거듭하면서 정치적 사안이 되어 있기도 하다. 이런 문제에 시민의 대표성도 없는 부시장이 팔을 걷고 나서는 건 난센스다. 그건 공직자의 사명감이 아니라 오버이고, 시민들을 우습게 보는 행동이다. 

시민들은 권한대행이 시장처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갈등사업이 잘못되더라도 부시장에게 책임 묻자고 할 사람은 없다. 누구든 시장이 되었을 때 시장 노릇을 제대로 못하는 것은 문제지만 권한대행에게 시장처럼 하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부시장답고 권한대행답게 하면 된다. 분명한 것은 권한대행은 권한대행일 뿐 시장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부시장은 시민들과 함께 해야 한다. 시민들이 뽑은 시장은 아니지만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면서 부시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의 안정이다. 조직의 안정을 통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시민들이 시정공백에 따른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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