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전시장 출마의지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 강조

허태정 유성구청장.

허태정 유성구청장이 “대전에 필요한 새로운 리더십은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차기 대전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허 청장이 ‘대전의 리더십’에 대해 이처럼 언급한 것은 그가 출마의중을 어느 정도 굳혔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허 청장은 지난 4일 <디트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내년 1월초까지 유성구정에 전념하면서 상의할 분들을 만나겠다”고 말했다. 출마 의지를 공개할 시점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권선택 전 대전시장이 이끌어온 지난 4년의 대전시정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요구에 “현안에 대해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공론화 과정, 숙의민주주의를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즉답을 피하면서 우회로를 선택했지만, 메시지는 간결했다.

“1월초까지 상의할 분들 만나겠다”

허 청장은 “이제는 속도와 효율의 문제뿐만 아니라 방향과 가치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직 구청장 신분으로 특정 현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꺼내놓기 힘들었겠지만, 그의 화법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그는 미시적 접근보다 구조적 접근에 능숙한 스타일이었다.  

일례로 그는 “출마할 것이냐”는 반복적이고 집요한 질문에 “지금 대전에 필요한 리더십은 ○○○이다”라는 식으로 답했다. 그 속엔 ‘행정권력 세대교체론’이 담겨 있고, ‘출마의지’ 또한 실려 있었다. 허 청장의 논리는 이랬다. 

“시민들이 여러 혼란을 겪으면서 ‘나를 따르라’는 장군형 리더십을 바랄 수 있는데, 이는 답이 될 수 없다. 21세기 새로운 지방자치의 리더십은 결국 소통의 리더십, 통합력의 리더십이다. 거버넌스를 어떻게 잘 구축해 나가느냐가 지방자치의 절대요소가 됐다. 시민주권을 행정 안으로 끌어들이는 능력과 의지야 말로 리더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대전에 필요한 건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

그는 “내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읽힌다. ‘인터뷰이’의 자찬모드에 공세모드로 대응하는 것이 ‘인터뷰어’의 숙명. 지금 대전엔 ‘도시철도 2호선 트램’처럼 논란 사업이 많은데, 시장의 과단성과 집행력이 더 중요한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허 청장은 이내 반론을 폈다. 그는 염홍철-박성효-권선택 3명의 전직 시장을 열거하며 “이 분들이 과단성과 집행력이 없고 무능해서 (도시철도 2호선이) 10년 넘게 답보 상태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평했다. 대전에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이 부족했기에 중요 현안사업이 다람쥐 쳇바퀴 돌고 있다는 시각이 묻어났다.

 2차 공세를 이어갔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허 청장이 심하게 돌다리를 두드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그래서 물었다. 카펫이 깔리길 기다릴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카펫을 깔 생각이 없냐고. 

이 대목에서도 허 청장은 단호한 목소리를 냈다. 자신은 카펫이 깔려야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항상 어려운 길에 도전해 왔고, 일단 결심하면 좌고우면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안희정 도우미’ 할 거면, 2016년에 했을 것”

내친 김에 한 걸음 더 나갔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권도전을 돕기 위해 여의도행(국회진출)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 허 청장은 “그런 생각이 있다면 2016년 총선 당시에 더 구체적으로 고민했을 것”이라며 “정치권이 유불리를 따지며 신뢰를 잃은 모습을 보며, 나만이라도 임기를 채우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서 그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가깝고, 당연히 의리를 지키려 한다”며 “다만, 친문이니 친안이니 하는 시각으로 정치행보를 고민해 본 적이 없다.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려 한다”고 강변했다. 설사 여의도행을 선택하더라도 마이웨이일 뿐, 누군가를 돕기 위한 부수적 역할을 고민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안희정 도우미’로 자신을 가두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보수진영에서 제기하고 있는 ‘민주당 시정 심판론’에 대한 입장도 물었다. 박성효 전 대전시장이 최근 <디트뉴스>와 인터뷰에서 제기한 문제로, 차기 시장 선거전의 주요 쟁점이 될 문제였다. 좀처럼 직설화법을 구사하지 않던 허 청장도 이 대목에서는 날을 세웠다. 

그는 “박 전 시장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은 친박이 아니라고 했는데, 그럼 누가 친박이란 말인가. 유리한 쪽에만 서려는 것은 장사꾼이다. 때론 불리해도 인연과 의리를 지키는 것이 정치하는 사람의 자세”라고 지적했다. 만약 허 청장과 박 전 시장이 본선무대에 오른다면, 두 사람의 입심대결이 어떤 양상으로 번질지 예상되는 대목이다.

“박성효, 민주당 심판론 말할 자격 있나”

약속한 인터뷰 시간을 훌쩍 넘기자, 다음 일정을 챙겨야 할 비서진의 얼굴에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마무리 질문은 조금 통 크게 던졌다. 대전이란 도시의 10년 뒤, 20년 뒤 미래를 위해 지금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느냐고. 허 청장은 ‘세종시와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1993년 엑스포 개최, 정부대전청사 개청 이후 미래를 바꿀 도시 경쟁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세종시 건설에 큰 기대를 걸었는데, 세종은 대전에게 기회이자 위기요인이 돼 버렸다. 대전의 미래를 위해 세종시와 어떤 관계를 형성할 것이냐를 좀 더 깊게 고민해야 한다.”

그는 “개발논리로 도시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생각을 이제 버려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시민의 권리와 사람의 가치를 높이는 일, 그 자체가 도시경쟁력”이라는 게 허 청장의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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