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전‧충북의사회 등 상경 투쟁… “희생 강요하는 의료정책, 침묵하지 않을 것”


“의사들을 완전히 노예화시키는 거에요. 우리가 왜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합니까. 오늘 여기 모이신 의사 동지 여러분. 우리 자유를 위한 투쟁을 지치지 말고 달성해서 쟁취할 것을 함께 결의해주십시오.”

10일 오후 2시 10분쯤 서울 대한문 일원에 설치된 전국의사궐기대회 무대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 투쟁위원장의 연설로 사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최 위원장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5분간 집회 공간에 울려 퍼졌고, 여러 의사들은 추위도 잊은 채 박수와 환호로 호응했다. 이날 집회 측 추산 참여 인원은 3만 명, 경찰 추산 인원은 1만 명이었다.

젊은 의사 및 예비 의사들도 현장에 힘을 보탰다. 류환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회장은 연설을 통해 “떳떳한 의사로서의 꿈이 멀어지는 것 같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의사가 됐을 때 소신 있게 진료하지 못할까 두렵다”며 “미래의 의료인으로서 의사 선배들과 함께 행동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환경은 여러모로 악조건이었다. 이날 오전 내내 서울지역에 내린 눈은 오후부터 비로 바뀌었다.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낮았다. 움츠려 들 법도 하지만, 배수진을 친 의사들은 물러설 수 없었다.

이른 아침부터 버스를 타고 상경한 대전의사회와 충북의사회 등 지역 의사회원들은 의사들을 억압하고 희생을 강요하는 의료 정책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목소리를 냈다.

충북의사회 회원 A씨는 “국민의 건강과 관련된 의료 정책들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재정 고갈이 뻔한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 결국 피해는 국민의 몫이다. 달콤한 유혹에 휘둘리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대전의사회 회원 B씨도 “해가 지날수록 의사 하기 힘들어지는 것 같다. 자율적인 진료권이 침해되는 것 같아 속상하다”며 “한의사 의과 의료기기 사용 법안도 그렇고, 상식 밖의 일들이 벌어지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후 2시 35분쯤부터 도심 행진 집회를 했다. 집회 무대에 있는 대한문을 시작으로 세종로터리를 지나 효자동 치안센터까지 약 2.5km를 걸었다. 청와대와는 약 100m 채 안 되는 거리까지 행진했다.

대전의사회 회원들은 ‘현지 확인 현지실사, 제도개선 즉시 하라’, ‘건정심(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개혁, 심사기준 확립하라’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충북의사회 회원들도 이 같은 구호를 외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시간 뒤에는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글을 읊었다.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골자로 하는 문재인 케어 전면 수정 요구와 한의사 의과 의료기기 사용 저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필수 위원장은 “문재인 케어가 국민 건강을 바르게 지켜줄 수 있는 길이라면 우리 의사들이 추운 거리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천문학적인 재정이 들어갈 것이라는 추계와 건보재정이 빠르게 고갈될 것이라는 점을 국민 앞에 솔직히 밝히고 이에 맞는 적정부담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비급여 전면 급여화는 환자와 국민의 선택을 제한한다. 이 정책에 필요한 재정 일부를 부담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동의할지 의문”이라면서 “한의사 의과 의료기기 사용 법안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고 불법행위를 합법화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에 절대 시행되선 안 된다”고 밝혔다.

박홍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충북위원장도 “이제 시작”이라며 “목표 달성을 위한 협상의 긴 여정이 예상되지만, 인내심을 갖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치석 청주시의사회장도 “우리나라의 올바른 의료제도를 만드는데 의사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상림 비상대책위원도 "묵묵히 희생하며 국가 건강보험을 힘겹게 끌고 온 의사들을 정부가 하루아침에 밥그릇만 챙기는 나쁜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추운 날씨에 피눈물로 호소하는 우리 의사들의 억울함 심정을 알아달라"고 했다.

비오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케어를 반대하는 의사들은 두 시간여의 외침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앞으로도 문재인 케어를 몸으로 막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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