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2학년 대상 방과 후 영어수업 내년 3월부터 금지


“과도한 선행학습 방지를 위해 초등학교 저학년의 방과 후 영어수업을 금지한다고요? 이건 교육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대한 민생문제입니다. 많은 학부모들이 방과 후 수업에 의지해 아이들을 키우는데, 이제 영어수업을 못 듣게 됐으니 학원 다닐 수밖에 없네요. 학부모들 등골만 빠지는 이런 정책은 누가 만드는 겁니까.”

대전을 포함한 전국 초등학교 1~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 내년 3월부터 학교에서 방과 후 영어수업을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전시교육청은 지난 11월 28일 교육부로부터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에 따라 내년 2월 28일까지 한시적으로 허용된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을 끝낸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받았다.

현행법 상 영어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배우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영어보다는 모국어를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법이 시행되던 2014년 당시 학부모 등의 반발과 갑작스러운 영어 수업 폐지에 대한 혼란을 우려해 2018년 2월 28일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했지만, 당장 내년 3월부터는 수업이 금지됨에 따라 학부모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올 4월 30일 기준 대전지역 초등학교 147곳 중 141곳에서 방과 후 영어수업을 하고 있다. 내년부터 대전지역 초등학교 취학 예정자 1만 5244명이 방과 후 영어수업을 받지 않는 셈이다.

이에 대전지역 학원가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파트 단지에 학원 광고 전단지를 돌리는가 하면, 학부모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 둔산동 한 영어학원 관계자는 “수업 상담전화가 심심치 않게 오고 있다”며 “지금은 성인들 위주의 교육과정뿐이지만, 내년 1월쯤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정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허탈해하면서도 이구동성으로 불만이 쌓이는 모습이다.

학부모 A 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영어를 가르친다는데, 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다른 아이들은 유치원 때부터 영어를 배워오는데 정규 교육과정을 그대로 밟다가는 내 아이만 뒤처질 것 같아 최근에 방문 학습지를 신청했다”며 “사교육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는데 도대체 누굴 위한 교육정책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초등학교 방과 후 영어강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학부모 B 씨는 “영어과목만 제한한다는 것은 부당하다”며 “학교에서 방과 후 교실을 활성화하려고 했던 것은 사교육 부담을 줄이고자 한 이유인데 유치원부터 방과 후 영어수업을 받아오던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하고 2년 간 수업을 받지 못한다면 당연히 사교육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학부모 C 씨도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교육정책이고, 학부모들의 의견을 정말 수렴해 시행한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애꿎은 학교의 방과 후 영어수업을 제한할 게 아니라 모든 사교육 학원에서 초등학교 1~2학년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을 펼치는 게 덜 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

학부모 D 씨도 “상식적으로 부모라면, 내 아이가 유치원부터 배웠던 영어를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2년 간 손 놓고 있게 할 부모가 이 땅에 몇이나 될지 묻고 싶다”며 “방과 후 영어 수업비보다 2~3배가 비싼 영어 학원비를 어찌 감당할지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전국 초등학교 568곳의 1~2학년 학부모 78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71.8%가 방과 후 영어수업 운영에 힘을 실었다. 학부모 만족도는 5점 만점 중 4.27점이었다.

이와 관련, 대전시교육청 교육정책과 관계자는 “방과 후 교실은 교육과정에 준해서 학교에서 시행하는 사교육 경감 대책의 일환”이라며 “법에 의해 효력을 가졌던 시행령이 일몰 되는 거고, 특별법 시행 당시 혼란 등을 막기 위해 3여 년간 유예를 가진 건데 방과 후 영어를 폐지한다거나 금지한다는 용어는 맞지 않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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