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의 신목민학] 용인(用人)

김학용 편집위원이 집필하는 [신목민학]이 다시 연재됩니다. 10월부터는 새로 창간되는 '위클리 디트'에도 실립니다. 독자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김학용 편집위원

'여씨춘추'에는 사람을 쓰는 본래 기준으로 3가지를 들고 있다. 최상은 뜻[志]으로 쓰는 것이고, 그 다음은 일[事]로 쓰는 것이며, 마지막이 공(功)으로 쓰는 것이다. 뜻으로 쓰는 것은 그 사람의 아름다운 뜻, 즉 덕(德)을 존중하는 것이요, 일로 쓰는 것은 그의 능력을 사는 것이다. 공으로 쓰면 벼슬로 상(償)을 내리는 것과 같다.

충남도 자치행정국장에서 정무부지사로 '특진'하며 중용된 권희태씨는 어느 경우인가? 공무원 신분이니 도지사 선거에 참여 안 지사를 돕지는 않았을 테고, 안 지사 취임 이후에도 특별한 실적을 낸 것도 없는 듯하니 공(功)으로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안 지사는 권희태씨의 무엇을 높이산 것인가? 덕인가 능력인가? 아니면 덕과 능력을 겸비한 것인가?

맞는 것은 맞다하고 아닌 것 아니라 하는 권희태

적어도 권 부지사가 들어온 평판을 보면 그가 도지사에게 재물을 갖다 바치거나 아첨으로 얻은 벼슬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보인다. 그는 상관에 아부 대신 직언할 줄 아는 보기드문 공무원이다. 옳은 것은 옳다 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를 전임 도지사들도 아꼈다고 한다. 어떤 공무원은 '그는 위사람 눈치를 안 본다'고 했다. 안 지사도 그를 부지사로 임명하면서 '맞는 것은 맞고 아닌 것은 아닌 분'이라고 평했다.

업무처리도 확실한 공무원이다. 안 지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주도적으로 소신있게 일을 해나가고, 우유부단하지 않고 결단력이 있으며, 행정 전문성도 뛰어나다고 그를 소개했다. 과장해서 하는 말은 아닌 것으로 들린다. 때문에 권 부지사가 안 지사의 '행정 멘토'역할을 해왔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정도면 권 부지사가 적어도 일(능력)은 물론 덕으로도 선택됐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 유능한 인물을 부지사로 기용하는 데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 사람이 내부에 없다면 외부에서라도 모셔와야 한다. 그런데 안 지사가 먼저 생각했던 1순위는 권 부지사가 아니었을지 모른다고 한다. 안 지사 자신도 '외부에서 모셔오는 경우도 생각했다'고 했다.

나는 이 부분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그렇게 뛰어난 권 부지사를 두고, 도대체 누굴 데려오려 하였을까? 도의회 조례가 개정됐다면 정말 외부에서 부지사가 들어왔을까? 그가 정말 권 부지사 이상의 인물이었을까? 안 지사가 진짜 원한 카드는 누구였을까?

정말 권 부지사였을까? 나는 그렇다고 본다. 외부인 영입을 위한 정무부지사 조례개정을 추진하고, 안 지사도 외부 후보 가능성을 굳이 부인하지 않은 것은 빚쟁이 심정으로 마지못해 그런 것일 수 있다. 그래도 조례가 통과되었다면 외부인 부지사가 들어왔을 것이다. 권 부지사에 대한 ‘과도한 찬사’를 보면 조례개정 불발이 안 지사에게 오히려 다행이다.

권희태는 안희정 지사의 행정적 멘토?

지금 안 지사에겐 자신을 능력있는 도지사로 만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안 지사는 취임 1년을 훌쩍 넘겨 임기 중반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러나 도지사로서 내세울 이렇다 할 업적이 없다. '정치인 안희정'의 모습만 비춰졌을 뿐, '도지사 안희정'의 모습은 그려지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행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이렇게 가다가는 대권후보로 크기는 커녕 후보 부적격자로 판명되지 말란 법도 없다. 시도지사 가운데 표만 얻을 줄 알지 정작 일은 할 줄 몰라 주민들한테 욕을 먹고 애를 먹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이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람을 잘 쓰는 것, 즉 '용인(用人)'이다. 권 부지사는 지금 ‘도지사 안희정’ ‘행정가 안희정’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 같다. 그런 권 부지사가 안 지사와 함께 도정(道政)의 지휘부가 되어 함께 머리를 맞대게 되었다. 권 부지사의 발탁은 안희정을 위해서도 충남도를 위해서도 잘 된 인사라는 평이 다수다.

‘안희정 당’에 끌어들인 정치행위라면....

물론 그의 발탁을 의아하게 보는 시각이 없지 않고, 3급 국장을 1급 부지사로 수직상승시키면서 나타나는 부작용도 있다. 행정부지사도 안지사의 권부지사에 대한 ‘과도한 찬사’의 의미가 남달리 들릴 것이고, 품계를 추월당한 기획관리실장도 거취를 고민해야 할 처지다.

권 부지사의 취임사가 '정치인 안희정'의 말로 채워진 점도 그의 발탁에 대한 다른 해석을 가능케 한다. 권 부지사의 취임사는 사람중심, 자연중시, 나눔의 미학, 연대의 질서, 대화와 소통, 공정과 투명, 견제와 균형, 참여와 창의 등 정치행사에나 등장하는 용어로 가득했다. ‘정치인 안희정’이 1년 내내 외치고 있는 말들이다. 그것을 실현하는 수단인 '행정적 노하우’가 필요해서 권 부지사를 중용한 게 아니라, ‘안희정 당’에 그를 끌어들이고 권부지사가 기꺼이 끌려간 것일 뿐이면 발탁의 의미는 별 게 없을 것이다.

권희태 부지사 발탁이, 고위직 자리 하나 늘려도 여러 명이 승진혜택을 보는 공무원들에게 인심을 사려는 것이라거나, 외부인 기용을 막으려는 도의회에 ‘정무적이지 못한’ 사람을 써서 한 방 먹였다는 등의 잡설(雜說)이 나중 근거 있는 말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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