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와 22대 두 번의 총선을 거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대전에서 견고한 아성을 쌓아 올렸다. 지역 정치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지난 1996년 15대 총선에서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지역정당 깃발을 들고 석권한 적은 있지만, 명맥이 유지되지는 못했다.대전에서 7개 선거구를 연거푸 독식한 정당은 민주당이 처음이다. 때문에 “대전에 진보 블록이 형성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른 측면에서 충청권에 중도 성향이 강한 ‘스윙보터’가 많다는 점에서 ‘진보 블록의 견고성’에 대한 이견도 만만치 않다.다만 대전의 진보 블록이 22대 총선에서
페이스북을 스크린 하던 중 박범계 대전 서을 22대 총선 당선인의 당선 인사를 보았다. 무심코 스크롤 하며 댓글을 확인하던 중 의외의 인물이 남긴 댓글을 확인했다. 박범계 후보와 맞붙어 선거를 치른 양홍규 국민의힘 후보였다.그는 “축하드립니다. 좋은 정치 기대됩니다 ^^^”라고 쓰고 손뼉을 치는 이모티콘까지 얹었다. 단순한 인사치레를 보일 수 있지만, 큰 울림이 찾아왔다. 선거 결과에 승복하며 축하의 글을 남긴 그의 인물 됨됨이 때문이다.21대에 이어 22대까지 2차례 연속 맞붙은 박범계-양홍규 대결은 두 번 모두 박범계 후보의 승
민심은 옳았다. 주권자로서 제 역할에 충실했고, 무능한 정부에 본때를 보였다. 총선에서 1당을 유지한 더불어민주당은 활짝 웃었다. 단독 과반을 확보하며 정국 주도권을 쥐었다. 그러면 된 건가? 그러면 이긴 거라고 할 수 있나? 온전히 민주당이 잘해서 이긴 선거인가?4년 전을 복기해 보자. 21대 총선 결과 민주당은 300석 가운데 180석을 차지했다. 당시도 단독 과반 의석이었다. 그러고도 2년 뒤 치러진 대선에서 정권을 내줬다. 가진 만큼 오만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탄핵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은 적폐를 청산하고, 검찰을 때려잡겠다
4·10총선이 닷새 남았다. 예비후보 등록으로 출발해 치열한 공천 경쟁으로 이어졌던 숨 가빴던 각 정당과 후보들 질주도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 당장 오늘(5일)부터 이틀간 사전투표가 진행된다. 재외 투표는 이미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 세계 115개국(220곳)에서 치러졌다. 투표율은 62.8%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여야는 사전투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선거를 거듭하면서 사전투표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까닭이다. 그동안은 사전투표율이 올라가면 민주 진영에 유리할 거란 해석이 많았지만, 근래에는 그렇지도 않다. 2년 전
“윤석열 정권은 좌파도 우파도 아닌 대파 때문에 망할 것”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875원, 그거는 한 뿌리 얘기하는 것” 이수정 국민의힘 경기 수원정 국회의원 후보“대통령이 대파 가격 후려치자, 이번에 쪽파 1kg이 8,380원으로 올라”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정치권에 때아닌 ‘대파 사태’가 몰아쳤다. 4·10 총선을 목전에 두고 발발한 대파 가격 논쟁은 윤석열 대통령이 마트에서 한 발언이 시발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서울 하나로마트 양재점 대파 판매대 앞에서 “나도 시장을 많이 봐서 대파 875원이면 그냥 합리적인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지난 20일 사퇴했다. 지난 14일 일부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과 오찬에서 나온 말이 화근이었다. 황 전 수석은 당시 1980년대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과 5·18 민주화운동 배후 의혹 등을 언급한 사실이 배석했던 언론사 보도로 알려졌다. 황 전 수석은 지난 16일 입장문을 통해 “저의 언행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황 전 수석 사표를 즉각 수리했다. 불과 3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공직자가
4·10총선을 1년여 앞두고 있었을 즈음, 대통령실 기자실 내에서는 ‘용산 50명 출마설’이 돌았다. 장·차관을 비롯해 대통령실 참모진을 대거 특정 지역에 ‘꽂을’ 거란 설(說)이었다. 풍문은 삽시간에 대통령실 바깥까지 번져 세간의 이목을 끌었고, 언론 보도로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근거 없는 흔들기”라고 일축했다. 설은 설일 뿐이었을까. 참모진이 대거 출마하긴 했지만, 꽂히진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잠시 ‘공천 트러블’을 빚긴 했지만, 불난 서천 특화시장에서 ‘절친 노트’를 찍으면서 일단락됐다.
[김도운 충북본부장] 오랜 휴면기를 마감하고 현역으로 복귀했다. 내가 회사로부터 받은 직함은 ‘충북본부장 겸 세종본부장’이다.충북지역 전반의 취재 활동을 명받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음성군이었다. 당연히 공보실부터 찾아갔다. 첫 방문, 첫 만남인데 불쾌감이 몰려왔다. 심사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처음 대면한 해당 업무의 책임자는 시종 무표정하게 데면데면한 자세로 대화를 이어갔다. 상대의 말에 호응하거나 호의를 보이는 태도는 없었다. 무시당함이 느껴졌고, 나아가 모멸감이나 자괴감 같은 정서까지 치밀었다.더욱이 그가 내게 건넨 명함에는
조선 중기 이후 충청도 관찰사가 근무하는 감영이 있던 도시, 13도 체제 개편 이후 충남 도청이 있던 도시, 고속철도가 통과하고 역사(驛舍)가 있는 도시, 큰대자(大) 형 고속도로가 사방으로 뚫려있고 7개의 나들목이 설치된 도시, 오랜 전통을 가진 국립 종합대학이 있는 도시, 충남의 정중앙에 자리 잡은 가장 넓은 면적의 도시. 한때 충남 최고의 도시였던 공주는 현재도 나무랄 데 없는 인프라를 갖춘 도시지만,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쇠락하고 있다.속절없이 주저앉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런 공주를 바라보는 지역민의 심정
4·10 총선이 한 달 남았다. 각 정당 공천 작업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다음 주부터는 본 선거운동(3월 28일~4월 9일)을 대비한 선대위 체제로 전환할 전망이다. 본선에 진출한 후보자뿐만 아니라, 여야 지도부는 총선 승리를 위해 민심 잡기에 사활을 걸 것이다.그들은 민심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것에 걸맞은 정책 공약을 내놓고, 상대 후보(정당)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내세울 것이다. 그 전에 할 일이 있다. 국민들의 ‘정치 혐오’를 부추긴 사천(私薦) 논란을 잠재우는 일이다.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 모두 이번 총선을 앞두고
10년 전, 이 나라 대통령은 뜬금없는 ‘통일 대박론’을 들먹였다. 당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국민 중에는 ‘통일비용 너무 많이 들지 않겠느냐, 그래서 굳이 통일을 할 필요가 있겠나’ 생각하는 분들도 계신 것으로 안다. 그러나 저는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생각한다.”정초부터 대통령 입에서 튀어나온 ‘통일은 대박’ 발언에 분명 물음표가 달렸다. 하나는 ‘통일’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였고, 다른 하나는 대통령이 어쩌면 경박스럽게 들릴 수 있는 ‘대박’이라는 단어를 썼다는 점이다. 첫 번째 의문
4·10 총선이 40일 남짓 남았다. 다음 주쯤이면 각 당 공천 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전망이다. 지긋지긋한 여론조사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멈출 날도 얼마 안 남았다. 문제는 공천 갈등 후유증을 얼마나 잘 수습하느냐다. 공천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을 최소화하는 게 총선 승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 될 테니. 어딘들 공천 후유증이 없으랴만은 충청도만큼 심한 곳이 또 있을까. 인적 쇄신은 공염불에 그쳤고, 막무가내 전략공천을 하지 않나, 여기 있던 후보가 저기로 가지 않나. ‘시스템’의 ‘시’도 찾아볼 수 없는 공천이 난무했다. 국민의
‘2023 아시안컵’은 전혀 의도치 않은 풍파를 몰고 왔다. 한국 대표팀은 64년 만에 우승이란 목표를 세웠지만, 4강에서 멈췄다. 우승은 못 할 수 있고, 때론 질 수도 있다. 승부의 세계에선 엄연히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니. 중요한 건 어떻게 졌느냐, 지고 나선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다. 맥없이 주저앉기보다 ‘졌잘싸’라야 했다. 밤잠 설치며 응원한 팬과 국민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받고 싶었다면. 한데, 클린스만 축구 대표팀 감독을 향한 여론은 곱지 않다. 비판과 비난을 넘어 분노에 이를 만큼. 그는 자신을 향한 힐난에 태
지난해 4월 10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경기 의정부갑)은 제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총선을 정확히 1년 앞둔 날이었다. 그는 “오로지 진영 논리에 기대어 상대를 악마화하는, 국민들께서 외면하는 정치 현실에 대해, 책임 있는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초선 국회의원이 4년간 의정활동을 하며 폐부로 느낀 대한민국 정치 현실이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변화와 혁신을 말로만 하면서, 한 번 더 해 먹겠다는 몰염치한 기득권 정치와 정치인을 향한 날 선 비판이자 정곡
‘고향사랑기부금’이 제도 시행 2년째를 맞고 있다. 지난해 첫 시행 때는 홍보 위주에 집중했다면, 올해부터는 내실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도 그럴 것이 일부 지자체의 경우 기부금보다 홍보비를 더 많이 써 배보다 배꼽이 더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급한 건 제도 개선에 있었다. 국회는 지난 1일 막을 내린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고향사랑기부금에관한법률개정안’을 처리했다. 사장(死藏) 위기에 몰렸던 법안이 구사일생했다. 지난 1년 시행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에 법적인 보완이 필요한데, 총선을 앞둔 국회는 그동안
그날은 올들어 가장 많은 눈이 내린 날이었다. 충남 서천수산물특화시장 상인들은 성수품을 미리 주문해놓고 설을 준비했다. 명절 대목을 잔뜩 기대했던 이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진 건 지난 22일 밤 11시께. 수산동 쪽 점포 1층에서 불길이 치솟으면서부터다. 불은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시장 전체로 옮겨붙었고, 점포 292개 중 78%(227개)를 태웠다. 누군가에는 인생 전부였을 삶의 터전은 9시간 만에 잿더미로 변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새벽 1시께 대변인 서면 브리핑을 통해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화재 진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
제3지대. 총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찾아왔다. 이준석과 이낙연으로 대표하는 신당 창당 추진이 그 중심에 있다. 여야 전직 대표가 펴든 텐트가 ‘빅텐트’일 지, ‘스몰 텐트’일 진 두고 볼 일이다. 그간 제3지대가 온전히 성공한 경우가 드물다 보니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소리를 듣는 건 어쩔 수 없을 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가 주도하는 새로운미래(가칭)가 지난 16일 창당 발기인대회를 했다. 이 전 대표는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미래로 간다”고 말했다. ‘미래’라는 말에 ‘새롭
프로야구 ‘해태 왕조’를 만든 김응용 감독. 그는 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 어눌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아, 동열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 팀을 이끌었던 투타의 주축 선수 부재를 아쉬워한 표현이다. 어쩌면 총선을 석 달 앞둔 더불어민주당 상황과 어울릴 법하다. 5선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을)과 재선 김종민 의원(충남 논산․계룡․금산)이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재명 대표 당 운영이 자신들의 정치 철학에 부합하지 않은 데 따른 실천적 행동이었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에 입당했고, 김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와 손잡고 신당 창당을 궁리
제1야당 당수가 벌건 대낮에 칼에 찔렸다. 여야는 새해 벽두 벌어진 피습 사건에 “정치테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시에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엄정한 수사’는 경찰이 할 것이고, 진상규명도 사법 기관에서 할 일이다. 그런데 ‘자작극’이니 ‘음모론’이니 끼어들어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무엇보다 피의자의 출신을 놓고 벌이고 있는 진영 간 확증편향과 유튜브를 통한 가짜뉴스가 곳곳에서 활개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사건이 터지자마자 피의자가 ‘충남’ 출신이라고 제목을 뽑고, 어느 언론은 피의자가 운영했다는 아산의 부동산 사무실을
계묘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코로나19로 움츠렸던 일상을 회복할 거란 기대감으로 부풀었던 한 해지만, 연말 서민들의 삶은 추운 겨울처럼 꽁꽁 얼어붙었다. 대학교수들은 올해 대표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를 꼽았다. ‘의로운 정치’보다 눈앞의 ‘출세’와 ‘권력’이라는 이익만 챙긴다는 뜻이다. 사익에 앞서 의로움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와 국가를 만들려면, 국민이 더 똑똑해져야 한다. 국민이 똑똑하다는 걸 보여줄 시험장이 내년 4월 총선일 것이다. 충청도는 굵직한 선거 때마다 ‘캐스팅 보트’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영호남처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