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열여덟번째 이야기] 총선 앞두고 터진 ‘물가 전쟁’

MBC뉴스 화면 갈무리.
MBC뉴스 화면 갈무리.

“윤석열 정권은 좌파도 우파도 아닌 대파 때문에 망할 것”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875원, 그거는 한 뿌리 얘기하는 것” 이수정 국민의힘 경기 수원정 국회의원 후보
“대통령이 대파 가격 후려치자, 이번에 쪽파 1kg이 8,380원으로 올라”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정치권에 때아닌 ‘대파 사태’가 몰아쳤다. 4·10 총선을 목전에 두고 발발한 대파 가격 논쟁은 윤석열 대통령이 마트에서 한 발언이 시발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서울 하나로마트 양재점 대파 판매대 앞에서 “나도 시장을 많이 봐서 대파 875원이면 그냥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대파 한 단은 시중에서 보통 4,000원 정도에 팔리는데, 875원이 합리적이라고 했으니 논란이 생길 수밖에. 그걸 어느 후보는 ‘한 뿌리’라고 대통령을 옹호했다 논란만 키운 모양새다. 

상황이 정부 여당에 불리하게 흐르자 경제부총리와 농림축산부 장관이 연일 마트와 시장을 찾아 물가 점검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민생을 열심히 챙기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으로 보인다. 송미령 농림부 장관은 지난 25일 하나로마트 성남점을 찾아 대파 논란을 의식한 듯 이렇게 설명했다. 

“4,250원에서 정부 납품단가 지원 2,000원, 하나로마트 측 1,000원, 여기에 농식품부 할인쿠폰 375원까지 붙여 875원이다.” (하나로마트의 할인 행사와 맞물려 875원이었던 대파 한 단 가격은 지난 28일부터는 1,386원으로 올랐다고 한다.) 

지금 이 시점에 왜 갑자기 대파가 튀어나왔는진 모르겠다. 다만 작금의 사정을 살펴보면, 비단 대파 가격만 문제가 아니다. 사과 한 개가 5,000원이고, 배 하나도 그 정도를 줘야 사 먹을 수 있는 게 현재 장바구니 물가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논란이 확산하자 홈페이지에 전 정부 때도 채소류가 오른 적이 있다고 특유의 ‘전 정부 탓’ 전법을 구사했다. 

4·10 총선을 목전에 두고 터진 ‘물가 전쟁’이 어느 쪽에 유리할지는 선거가 끝나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역대 정권이 속 시원히 해결하지 못한 ‘민생·경제’ 이슈가 이번이라고 다를까. 

설령 그렇더라도, 고물가에 쪼들려 고통받는 서민들을 생각한다면 대통령이든, 정치인이든 발언에 신중해야 할 시점이다. 국민들은 납품단가 지원금부터 쿠폰까지 유통 단계가 궁금한 게 아니라, 정부의 현실성 있는 물가안정 대책 제시를 학수고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어이없는 건 윤 대통령의 대파 가격 발언 논란을 전한 MBC 보도가 문제 있다는 민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수된 것이다. MBC만 보도한 게 아닌데, 왜 툭하면 MBC일까. 떨어지라는 물가는 안 떨어지고, 여기저기서 표 떨어지는 소리만 들리고 있다. 

바뀐 기후 변화에 맞는 농업 전환 전략과 기후 위기 대응의 절박성을 논하는 장이 이번 총선 이슈로 등장할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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