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중 기자의 뉴스리뷰<42>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논란

세계 저널리즘은 ‘독립언론-강소매체’로

한국은 반대방향, 정치가 기형구조 키워

종편 재승인 과정, 기생언론의 한계 증명

  TV조선이 편성한 정치.시사프로그램 한 장면(화면 캡처)  
TV조선이 편성한 정치.시사프로그램 한 장면(화면 캡처)

“저널리즘이 거대 신문이나 방송사 등 전통적 언론기업에 의해 좌우되던 시대는 이제 끝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 매체 설립자나 대표들을 연달아 인터뷰했는데 프로퍼블리카, CIR, CPI, ICIJ, 인사이드 클라이밋 뉴스(ICN) 등이다. 인력이 많아야 70명, 적은 경우 6명 정도의 소규모 매체들이지만 매우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시 말해 강소매체들이다.”

지난해 ‘국내 유력인사의 조세회피 문제’와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을 집중보도해 큰 반향을 일으킨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가 최근 모 인터넷뉴스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김 대표는 “돈벌이에만 혈안이거나 지나치게 정파적 뉴스를 퍼트리는 전통적 매체에 대한 환멸과 반발이 독립언론의 탄생을 추동하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스쳐지나간다. 한국의 언론환경은 과연 세계적 조류와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나. 오히려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김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한국에서도 “환멸과 반발”이 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돈벌이에만 혈안이거나 지나치게 정파적인 뉴스”를 정치권력이 비호할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환멸과 반발을 잠재우기위해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재승인 심사과정을 살펴보면 누구나 이런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종편 재승인 심사 “짜 맞춘 결과”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방송통신위원회의 종편 3개사에 대한 재승인 심사결과, 모두 재승인 기준인 650점(1000점 만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JTBC가 가장 높은 점수인 727.01점, TV조선이 684.73점, 채널A가 가장 낮은 684.66점을 받았다.

평가를 맡은 심사위원회 구성에서부터 공정성 시비가 불거졌다. 심사위원장인 오택섭 고려대 명예교수는 JTBC 대주주인 중앙일보 이사를 지낸 인물이다. 설사 심사위원으로 추천받았다 하더라도 본인이 고사했어야 한다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심사위원 구성도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15명의 심사위원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들이 추천하게 돼 있는데 야당추천 방통위원들이 추천한 심사위원은 2명에 불과했다. 재승인 심사에 투영된 여야 입김을 굳이 나눠보자면 13대 2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공정한 심사를 기대하기 힘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가항목 대부분이 심사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이 작용하는 정성평가 항목으로 구성된 점도 공정성 시비를 촉발시킨 요인이다. 평가항목 중 관심을 모았던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공익성 실현 가능성 및 시청자 권익보호’ 분야에서 TV조선과 채널A가 과락 기준을 가까스로 넘긴 점에 대해 “짜 맞춘 결과”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 분야의 과락 기준은 100점 만점에 50점. 평가결과 TV조선은 57점, 채널A는 55.3점을 받았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에 따르면, 당초 심사기준을 연구한 연구반이 핵심심사 항목의 과락 기준을 60점으로 제안했으나 방통위가 이를 50점으로 낮췄다. 연구반이 제안한 과락기준을 적용했더라면 TV조선과 채널A는 재승인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자질부족 종편이 광고매출선 ‘우등생’

지난 2009년 미디어법 논란 당시, 언론학계의 종편 찬성론자들은 “방송에 경쟁구도를 도입해 글로벌 미디어기업으로 키우는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이명박 정부는 종편 탄생으로 2조 9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2만여 명의 취업유발 효과가 나올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종편 탄생의 논리를 제공했던 그들의 주장은 과연 얼마나 현실화됐을까. 종편 3개사는 당초 약속했던 투자이행계획마저 지키지 않고 있다. 단적으로 TV조선의 경우, 허가 당시 콘텐츠 투자에 1609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 투자한 돈은 25% 수준인 414억 원에 불과했다. 글로벌 미디어그룹의 탄생을 예고했던 언론학계의 ‘전문가’란 사람들이 어떤 변명을 꺼내놓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투자를 약속했던 종편은 오히려 광고매출 신장에만 열을 올렸다. 지난해 1∼3분기 기준, 종편의 광고매출 성장률은 전년대비 29.3%였다. 공중파 3사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종편3사의 광고매출 성장률 순위는 채널A가 60.2%로 1위, TV조선이 33.2%로 2위, JTBC가 13.2%로 3위였다. 공교롭게도 이번 재승인 평가 순위의 역순이다. 자질부족을 더욱 의심받는 종편이 광고매출 분야에선 ‘우등생’이었다는 의미다.

‘강소매체 대세론’을 편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1년 언론정책에 대해 “MB시대에서 넘어 온 유산을 최대한 즐긴 1년”이라며 “이 기간 주류매체는 박근혜 통치구조의 하부수단으로 완벽하게 전락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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