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문창극 총리 지명 '황당'…'진짜 충청인' 어디에
일제 식민지배가 하나님의 뜻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자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JTBC 화면 캡쳐) |
“이럴 줄 알았으면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할 걸 그랬네….”
아직 이런 얘기를 들어보진 못했지만, 누군가는 속으로 이런 말을 곱씹고 있을지 모르겠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에 이어 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자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그렇게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 건설을 극렬하게 반대해 온 인물들을 발탁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기자는 청와대 수석과 박근혜 정부 1기 내각이 윤곽을 드러낸 지난해 초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 내각에 빗대 ‘세·무·불’이라는 신조어를 제시했었다.
‘세종시 수정론자-무늬만 충청인-충청권과의 불통’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100% 들어맞진 않지만 충청인의 입장에서는 일정부분 공감할 수 있는 용어라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 용인술,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은근히 닮아
한편으로는, ‘싸우면서 닮는다고 하더니’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꼭 그 꼴 아닌가 싶다. 박 대통령의 용인술이 정운찬 총리를 내세워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였던 이 전 대통령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그랬듯이 우리는 ‘충청 출신’이라는 용어에 여전히 갈증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의 명단 중 충청 출신 인사가 누구인지부터 살피는 게 국회 및 청와대 출입 기자들의 주요 업무가 된다.
그러나 정작 ‘진짜 충청인’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이 과연 누가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반드시 충청 출신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지역에 대한 배려나 안배가 작용했다고 한다면 최소한 그 지역에서는 환영을 받는 인물이어야 하는 것 아닌지 의문이다.
문 내정자에 대한 인선 결과 발표가 있자마자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충청 총리’라는 의미부여를 앞 다퉈 했지만, 정작 그의 칼럼과 삶의 궤적을 놓고 보면 “하필 이런 인물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문 내정자에 대한 인선이 강행될 경우 지역에서 호흡을 함께 해 온 인사들의 발탁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더라도 지역에 대한 안배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고향서 환영 못 받는 ‘충청 총리’…與 의원들 왜 한 마디도 못하나
이는 결국 박근혜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에도 충청과의 불통 상태가 지속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아쉬움이 남는 게 있다. 세종시 원안 사수를 위해 충남지사직을 던진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충청권 새누리당 의원들은 왜 한 마디도 못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이다.
이런 식으로라면 새누리당이 오는 7.30 재·보궐선거에서 충청권에 내려와 표를 달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충청도민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충청인이 박근혜 정부의 탄생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이유 중 하나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런 만큼, 이 말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도 문 내정자에 대한 인선은 철회되어야 한다. 6.4 지방선거를 통해 표출된 충청인의 민심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