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호 기고] "금요일엔 돌아오렴" 국립세종도서관 북콘서트 관람 후기

올해도 무심히 꽃은 피고 얼음은 녹았다. 그러나 1년 전 이맘때 우리 모두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그 끔찍하였던 바다는 흘러가는 시간에 묻어 두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우리사회의 속살을 보여주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지난 세월호 사건은 단순한 불운에 의한 사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사회에 만연한 잘못된 것들이 연속적으로 한 상황에 놓이게 될 때 어떠한 일이 생기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었다.

청해진의 회장 유병언을 생각해보자, 그는 내세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 생계를 위협할 만큼 헌금을 걷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일찍이 해운회사를 차렸다. 그리고 그 회사를 마음대로 운영하다 고의 부도를 낸 이후, 바로 청해진이라는 회사를 세우고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화려한 생활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잘못된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가 그 자리까지 올라가게 된 이유는 그의 말을 믿고 따랐던 많은 수의 신자들 덕분이었다. 이 사람들이 과연 적은 숫자인가? 단순히 “정신병자”로 치부하여 상대하지 않으면 될 일인가?

그렇게 여기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사회에 유병언 같은 사람과 그를 따르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이 존재할수록, 그 사회는 성숙한 지성체를 길러내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 결과가 이렇게 나타난 것이다. 이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느껴야 할 일이다.

오해하지 말자, 난 소위 “사이비(似而非)”를 법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방식으로는 사회에서 고립은 되겠으나 더욱더 “이단(異端)”에 생명력을 줄뿐이다.

내가 정말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단 시비를 떠나 이러한 행동자체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기성종교든 “사이비”든 가릴 것 없이 실체적으로는 유병언과 비슷한 방식, 그러니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관심을 두는 것보다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없는 내세를 강조하며 본인들이 저지르는 현세에서의 잘못된 일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를 줄이고, 이를 이용해 헌금을 뜯어내는 집단들이 너무나 많다. 그것이 먹히는 사회구조이기에, 유병언도 있었던 것이다.

슬픈 일이다. 지금 사회의 전반적인 정신 수준은 600년 전 우리의 선조들이 타락해버린 불교가 민중들의 돈을 내세의 발복(發福)을 미끼로 부를 편취하는 폐단을 보고 비판했던 의식수준만 못하다. 객관주의, 합리주의를 기초로 운영되는 민주주의의 나라가 600년 전 철학적 수준만도 못하게 되었다는 것은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우리는 과거 식민지배와 전쟁을 겪으면서 경제가 황폐화되었다.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민주시민양성보다는 가능한 많은 노동인력을 빠르게 양성하는데 주력했다. 그래서 생긴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그 때문에 사회에 걸맞은 개인의 정신적 성장은 오롯이 개인의 운에 달려있었고 수많은 괴물들과 희생자가 양산됐다.

그랬었다. 이제 처벌할 사람은 처벌하고 공직기강도 나름대로 세워보자. 하지만 지금은 가난의 극복이 최고의 목표인 시기가 아니니 좀 더 본원적인 문제도 같이 생각해보자.

물질적 성장이 크지 않는 지금, 민주의식이 결여된 사람들이 사회에 많이 배출되면 될수록 그 사회는 공존보다는 약탈이 사회의 가치가 되어 사회 전반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이 결과가 어떤지는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부정적인 사건들이 잘 보여주는데, 그 범위는 세월호에서 저출산 문제까지 매우 넓다.

이러한 것을 볼 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와 우리의 다음세대가 민주사회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찾아 나갈 것인지 결론을 이끌어 내도록 돕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다면 전처럼 혼란 속에 길을 잃다 결국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될 것이다. 권력다툼과 이권에 심취한 일부 정치인들과 정부 구성원들도 이 기조에 맞추어 스스로 변화돼야 한다. 이런 고민이 담기지 않은 단순한 세월호의 추모나 분노에 찬 저주는 그저 고인을 박물관에 전시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것은 해선 안 될 고인에 대한 모욕(侮辱)일 것이다.

공동체 의식을 갖고 인류를 위해 우리 모두 용기 있게 행동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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