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죽은 이는 말이 없고, 산 사람들도 입을 닫았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원외교 비리 의혹과 관련해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그는 숨지기 전날(8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당시 그는 "저는 'MB(이명박 전 대통령)맨'이 아니라, MB정부 피해자"라며 눈물을 흘렸다. 자원 외교와 관련해서도 융자금 횡령 사실이 없다며 억울함을 토해냈다. 그리고 유서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성완종 리스트' 정치권 강타··새누리당 '눈치 보기' 급급

지금 정치권은 그가 죽기 직전 한 언론사와의 전화 인터뷰, 또 바지주머니에서 나온 금품 전달자 명단이 적힌 메모로 격랑에 휩싸였다.

특히 성 전 회장이 몸담았던 새누리당은 그의 죽음 이후 논평이나 브리핑, 최고위원회의 등에서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식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는 게 현재까지 새누리당 입장이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장이 커질 경우 이번 재보선을 비롯해 내년 총선, 2017년 대선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차원으로 읽힌다.

하지만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어도, 고인에 대한 애도 표시는 진작했어야 한다. 옛 선진통일당 원내대표였던 그는 지난 2012년 새누리당과 통합 이후 박근혜 후보의 대선 승리에 일조했다.

새누리당 위해 헌신한 성완종, 사실관계 확인 앞서 애도 표했어야

또 충남도당위원장으로서 선진통일당과 새누리당 통합 후유증을 봉합하는데 총대를 멨고, 지난해 지방선거 때는 새누리당 충청권 필승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지난해 6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배지는 떨어졌지만, 그는 엄연한 새누리당 소속 19대 국회의원 출신이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누구보다 먼저 고인에 대한 애도를 표명했어야 했다. 그것이 예의고 도리다.

성 전 회장이 충청권 출신이라 두둔하려는 게 아니다. 그의 당에 대한 기여도는 차치하더라도, 최소한의 동료애는 보여줬어야 한다는 얘기다.

성완종 리스트 실체를 밝히라며 연일 공세를 퍼붓는 새정치민주연합도 그의 사망 직후 첫 공식 서면브리핑 머리글에 "충격적인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아무리 살벌한 '정치판'이라지만, 한솥밥을 같이 먹었던 옛 동료의 죽음 앞에 '애도'란 말 한마디 못한다는 것이 씁쓸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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