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환 기고] 시민여론 없이 정부 설득 가당한가

옛 충남도청사 부지와 건물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먼저 옛 충남도청사 활용방안을 둘러싼 최근 상황을 살펴보자.

1. 행정사항

특별법 통과 후 4개월 간 충남도청사 매입 주관 부처 간 이견이 크다는 보도이다.(대전일보, 2015년 4월 23일자) 국토부는 매입 주관부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문체부는 활용용역만 10억 원을 투입하고 매입비용 800억 원은 자체 예산으로 편성하는 것이 무리라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지자체가 주관 부처에 매입예산을 요구하면 청사활용계획 수립을 전제로 예산편성계획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충남도는 옛 청사를 문화예술용도로 사용해 온 만큼 활용방안을 조기 확정시키고 문체부를 주관부서로 결정할 방침이다. 지자체 공조 차원에서 대전과 충남은 문체부가 매입 주관부서이니 기재부에 공동으로 예산편성을 공동 건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충남도는 800억 원을 조기에 받아야 할 상황이니 당연하다.

그 이후는 어떻게 될까? 기재부가 예산편성 절차를 미루면 내년도 예산에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으니 대전․충남 공조로 우선 내년도 예산반영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취지는 맞다. 문체부 용역비 10억 원은 이미 책정된 만큼 산하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을 통해 올해 중 용역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미정이다. 용역 결과가 향후 1~2년 후 나온다면 예산편성과 구체적 시행은 2017년경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체부 용역과 관련, 대전시는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이하 문광연) 용역팀에 대발연 등 지역전문가의 참여를 요청 중이나 문체부는 소극적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문광연 용역이 지역여론을 완전히 외면하지는 않겠지만 누가 알겠는가. 용역 내용은 문화예술과 관련이 있어 보이지만 그 내용은 전혀 알 수 없다.

우선 향후 완성될 활용부지건물의 소유 및 관리 주체는 누구인지가 문제다. 국가 심지어 민간이 거론될 수 있다. 그러나 대전의 상징건물이니 대전시가 위탁받아 운영하는 게 맞다. 소유권이 국가라 해도 그 동안 관리해 왔고 대전을 가장 잘 아는 대전시가 위탁받아 운영하는 것이 맞고, 장기적으로 소유권도 양도하는 것이 옳다. 엑스포과학공원 부지건물을 국가가 대전시에 양도한 전례도 있다.

용역 내용은 무엇인가? 용역기관이 문체부라 문화의 색깔을 배제할 수 없을 테지만 가장 우려스런 대목은 돈이 되는 문화라는 명목으로 문화산업시설을 유치하는 것이다. 건물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저비용의 장점을 이용한다는 의미다. 그렇게 되면 문화로 돈을 버는 기업의 공간이 된다. 시민의 공간이 아니다. 최근 대기업이 문화산업에 등장하고 있다. 국가가 돈이 없으니 민간 기업을 설득해 문화로 돈이 되는 사업을 하도록 조장한다. 대신 부지건물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엑스포재창조 사업처럼 시민과학 공간의 외피를 가진 신세계몰 같은 상황이 되는 꼴이다.

대전시는 도청사 본관건물 3층 일부공간에 만화․애니메이션 관련 시설을 임대 유치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그것은 공공이 아닌 엄연한 기업유치 차원으로 보인다. 유상임대로 가겠다는 의미다. 만화라는 문화의 외피를 가진 창조기업, 만화기업인지 어떤 공공성을 가진 만화 관련 주체들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전자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크리에이티브랩이라는 구상으로 우선 도경부지를 복합청사로 개발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를 보면 도경건물을 헐고 새 건물을 지어 일부공간은 중부서 청사로, 일부공간은 창조기업 유치나 창조경제를 위한 관 차원의 기관배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경 3층 건물과 도경부지가 일부 크리에이티브랩의 구상 속에서 전개되는 것은 아닌지 두고 볼 일이다.

2. 시민문화공간은 있는가

대전시는 지난 2월 25일 도청사 건물에 문화복합단지 관련 국책사업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부 언론이 문화관련 국책기관으로 보도했는데, 잘못 보도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아마 문체부 용역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문체부 국책사업에 도청사의 명운이 걸린 셈이다.

문체부는 대전시민의 요구에 관심이 적다. 아직 10억 원 책정된 용역도 시작하지 않고 있지 않은가. 도청도경 일부에 경찰서가 존재하고 크리에이티브랩 개념의 사업체가 입주하면 그만큼 시민문화공간은 줄어든다. 대전시는 경제 활성화와 문화 복지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부서 설득도 복합청사라는 위 절충안으로 돌파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민대학은 임시방편이라는 인식을 하면서도 다른 대안을 강구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도청공간 3층에 도시재생지원센터를 들이겠다는 구상이다.

결국 지금 가시화된 것은 공공기관인 도시재생본부, 도시재생센터, 크리에이티비랩 개념의 기업유치, 중부서 존치, 시민대학 활용, 대전발전연구원 존치 밖에 없다. 시민문화공간의 전격적 구상을 위한 조치는 없다. 문체부 용역을 바라보면서 처분을 기다릴 뿐이다. 할 수 있는 것은 예산편성과 용역을 빨리 진행하라는 요구뿐이다. 도청도경 부지와 건물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시민문화공간으로 가겠다는 선 제안을 할 생각은 없다. 나는 이 점이 가장 아쉽다. 왜 대전의 상징공간이 이렇게 되고 있는가.

3.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제 시민들이 나서야 할 때다. 도청도경 공간은 법적 소유주체가 국가지만 그렇기 때문에 시민의 공익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 그렇다면 왜 시민들에게 물어보지 않는가. 특히 대전시는 왜 그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가하고 물어야 한다.

법적 소유는 국가지만 향후 관리는 대전시로 이관해야 한다. 활용도 대전시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 그 뜻은 이미 지난 여론조사에서 나온 ‘공원기반형 시민문화공간’이다. 물론 여론은 변하고, 시민들 사이에서 다른 여론도 있다. 무조건 대전시의 입장이 옳다는 원도심 상인들의 목소리, 중구청이 도청으로 이전하고 중구청 터를 개발하여 상권 활성화를 하자는 목소리, 우리의 시민 문화공간으로 만들자 등의 목소리가 있다. 그런 여론들을 정리하고 시민 전체의 뜻을 모아 중앙정부를 설득하는 일을 대전시가 당장 해야 한다.

이 문제는 선거구 증설을 위한 시민여론을 모으는 노력과 같은 차원의 문제다. 대전시가 시민들의 좋은 제안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면 안 된다. 지금처럼 대전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 약한 주장을 가지고는 중앙정부를 설득할 수 없다. 왜 문체부 용역에 대전시, 대전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가 하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대전시가 시민여론을 모으는 작업을 하지 않은 결과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시민행복위원회나 대전시의회도 그런 작업에 동참해야 한다. 지역 정치권도 선거구 증설 못지않게 중요한 이 사안에 동참해야 한다. 향후 시민단체들은 이 점을 염두에 두고 활발한 활동을 할 것이다.

활용문제가 지지부진하다는 언론도 그런 답답함만 호소할 게 아니라 우선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고 시민여론을 모으는 주장을 하는 것이 지역에 기여하는 모습이 아닌가싶다. 중부서도 기관입장만 유지할 것이 아니라 시민여론을 잘 듣고 다른 장소로 옮기는 문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