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한창민 정의당 대전시당위원장

대전이 대형 개발 사업 때문에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대전시가 추진 중인 ‘대전 도안 갑천지구 친수구역 조성사업 및 공동주택 건설사업’(이하 갑천 친수구역 개발사업) 이야기다.

어떤 정책이나 사업이든 다양한 의견에 따라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갑천 친수구역 개발 사업만큼 긴 시간 논란이 반복되는 사업은 흔치 않다. 대전 도시철도 2호선 추진과정의 혼란상을 다시 보는 듯하다.

한창민 | 정의당 대전시당위원장
도안 호수공원 조성사업으로 알려진 이 사업은 서남부 택지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민선 3기 염홍철 시장이 시작한 작품이다. 2006년 대전도시기본계획 수립 때 대규모 인공호수 조성 계획이 입안되었다가 정치적 경쟁자인 박성효 시장(민선 4기) 당선으로 보류 되었다. 이후 2010년 지방선거에서 염홍철 후보가 4대강 사업과 연계하는 공약으로 다시 끌고 나왔고, 국비확보 실패로 공전하다가 2014년 말 친수구역 개발사업 명목으로 인공호수와 주거단지를 결합한 사업으로 전환한 것이다.

대전시가 발표한 사업 자료를 보면 참 그럴싸하다. 자연친화적인 생태호수공원을 조성하여 주민들의 여가·휴식·생태학습 공간을 제공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명품호수공원이 대전의 명소이자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며 기대를 한껏 부풀리고 있다. 좋은 단어들만 나열한 장밋빛 그림이다.

하지만 동의하기 힘들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업 시행자인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의 추진목적과 기본구상 그리고 기대효과 그 어느 곳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타당성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원칙적인 접근만으로도 몇 가지의 의문점과 우려가 생긴다.

첫째, 대전에 정말 호수공원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3대 하천이 흐르는 대전에 도심 속 인공호수를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다. 염홍철 전 시장의 개인적 판단과 토건 지향적인 관료들의 졸속적인 합작품이 무비판적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뉴타운 개발이 한동안 유행으로 번진 것처럼, 타 도시 인공호수 열풍이 대전에 적용되고 변질되는 사례가 아닌가? 호수공원에 앞서 3대하천의 생태적·문화적 활용이 먼저다.

둘째, 천혜의 자연 훼손을 자연친화적인 생태호수라고 부르는 억지다. 갑천은 도심 자연생태계의 보고이자 대전의 허파 같은 곳이다. 육상생태계와 수상생태계가 조화로운 곳으로 800여종의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법정 보호종도 10여종이 넘는다. 대전시민이 사랑하고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그 소중한 가치때문이다. 그런데 인공호수와 택지개발을 하면서 생태와 친환경을 운운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수질관리와 수량 확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정말 대책 없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셋째, 복지재정과 동서불균형 문제다. 대전시는 갑천 친수구역 개발사업에 9644억 원(친수구역 조성사업 5288억원, 공통주택 건설사업 389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고, 이중 4100억원은 대전도시공사의 공사채로 충당할 예정이다. 조성 후 관리비용까지 생각하면 적지 않은 예산이 지속적으로 투여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예정대로 친수구역 개발사업이 진행되면, 재정자립도가 43..5%로 떨어진 대전시의 재정정책에서 복지부분이나 원도심 재생 및 활성화 정책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5500세대 1만 4000명을 수용하는 주택단지로 인해 원도심 공동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권선택 시장의 정치적 책임 문제다. 권선택 시장은 후보 시절 매니페스토 공약집에 ‘떠나는 도심’에서 ‘돌아오는 도심’이란 말로 신도시 개발을 억제하고 원도심 재생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고, 갑천은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하여 도심 생태자원을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청과 소통을 강조하며 시민경청위원회를 통해 공약에 대한 의견을 구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번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모든 것이 보여주기 위한 형식에 지나지 않았음이 확인되고 있다. 시민경청위원회의 재검토 의견,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전시는 일방적으로 사업계획을 발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6월에 관련 공청회를 하겠다고 했지만 이 또한 형식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처럼 갑천 친수구역 개발사업은 문제점 투성이다. 인근 지역의 교통대책이나 대전 전체의 주택정책 및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등을 따지면 더 많은 한계가 드러날 것이 자명하다. 지금처럼 졸속적으로 진행될 사안이 아니다.

갑천 친수구역 개발사업은 대전의 4대강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발상과 진행과정, 또 시민을 호도하는 것이 판박이다. 이 개발사업이 그대로 진행되면 민선 6기의 시정은 실패로 귀결될 것이고, 대전은 살맛나는 곳이 아니라 자연을 파괴하는 공사판이 되고 더욱 더 심한 동서격차의 도시가 될 것이다. 대전의 미래세대에 짐을 지우는 무책임한 일이다. 당장 추진을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 되어야 한다.

권선택 시장께 묻고 싶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이처럼 무모한 사업을 진행하는가? 무엇을 위해 생태하천을 훼손하면서 인공호수를 만들려하는가? 왜 원도심 재생을 외면하고 신도시 택지 개발의 꼼수를 부리는가? 시민의 삶을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도처에 깔려 있다. 토건관료에 포획된 것이 아니라면, 이제라도 귀를 열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소통하는 시장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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