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기관’ 싸움에 ‘시민’ 불편만 가중
행정 갈등이 원인…대안마련 시급
지금 세종시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특정 아파트 단지 이야기가 아니다. 행복도시 전체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행복청과 LH가 건립한 공원이나 복합커뮤니티센터, 도로, 체육시설 등을 세종시가 인수받는 과정에서 기관 간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행복청과 LH는 건설사, 세종시는 입주민의 처지와 흡사하다. 문제는 기관 간 이해가 엇갈리면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갈등만 키우는 일이 많다는 데 있다. 시민들은 행정 갈등의 틈바구니에 끼어 그저 불편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이미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 행복도시에 처음으로 건설된 수영장이 2년 넘도록 문을 열지 못한 것도 실은 이런 행정 갈등 때문이었다. 학교, 공원, 주민센터, 체육시설, 하수처리장 등 거의 모든 공공시설에서 그 크기만 다를 뿐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오죽하면 ‘행복청’과 ‘세종시’라는 이원적 행정구조를 하나로 합쳐야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을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일부 전문가들은 “기관통합은 어렵더라도 차제에 별도의 통합기구를 두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고 있다. 세종시의회 차원에서 공공시설물 인수점검 특별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안찬영 시의원은 현 행정 갈등의 원인을 “소통부재가 아닌 구조적 문제”로 진단했다. 행복청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앙정부 차관급이 대거 포진한 ‘행복도시 건설추진위원회’에 세종시장이 당연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세종시 건설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업체 관계자들은 “행정기관이 서로 협의해 민원인 편에서 뭔가 일처리를 해 주리란 기대를 접은 지 오래”라고 체념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불편이 있어 행정기관에 문의전화라도 걸면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는 말을 듣기 일쑤다. 세종시민은 이렇게 핑퐁행정의 볼모로 잡혀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