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세계적 트랜드는 '환경과 문화적 감수성의 결합'

“친환경과 문화적 감수성이 잘 결합된 공원으로 개발되길 바랍니다.”

미국의 환경디자인 전문가인 마크 프랜시스 캘리포니아(UC Davis) 대학교 교수가 세종시 중앙공원 조성 논란과 관련해 본보에 보내온 메시지다. 프랜시스 교수는 지난 2007년 행복도시 중앙녹지공간 국제공모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세계적 석학 중 한명이다.

본보는 현재 세종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중앙공원 논·습지 확장 논란’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해 프랜시스 교수에게 이메일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이슈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려워 조언하기 어렵다”는 조심스런 답변만 받았다.
 
다만 프랜시스 교수는 공원조성의 글로벌트렌드는 ‘친환경과 문화적 감수성의 결합’임을 강조했다. 다양한 국제공모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수상작들은 공통적으로 이와 같은 요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공원이 미국다워야 하고 아프리카의 공원이 아프리카다워야 하듯, 한국의 공원은 한국인의 문화적 감수성을 잘 표현하는 ‘한국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친환경적 요소’는 미래 세대를 위해 규범화된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는 점에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치 않은 부분이다.

최근 KBS에서 방영된 ‘자연 다큐의 전설 애튼버러,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다’에서도 환경의 가치에 대한 중요한 대화가 흘러나왔다. BBC 자연다큐 진행자인 애튼버러를 백악관으로 초대한 오바마는 50년 넘게 자연을 연구해 온 그에게 “자연에 대한 (인간의) 뿌리 깊은 오해가 있다면 무엇일까”라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애튼버러는 간명하게 대답한다. “잘 모르는 게 문제”라고.

오해는 세종시에서도 싹트고 있다. 행복도시 정중앙에 자리 잡은 세종시 ‘중앙공원’은 여의도 면적의 절반쯤 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도시공원이다. 그런데 사업시행자인 LH가 이곳에서 발견된 멸종위기동물 금개구리 보호를 이유로 공원의 절반을 ‘논’으로 채우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들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환경단체의 요구에 떠밀린 결과였다. 그러나 상당수 시민들은 그 넓은 땅을 금개구리 서식지 보호를 위해 ‘논’으로 채운다는 것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의 반발은 ‘행복도시 정상건설’이란 대의로 볼 때, 충분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원안 플러스알파’를 이야기했던 현 정부가 자연사박물관이나 아트센터, 종합운동장 등 ‘시민의 공간’을 축소시키거나 지연시키고 있는 것과 동일한 선상에서 이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뾰족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논란의 당사자들 모두 행복도시 상징이자 국내 최대 도시공원을 무엇으로 채울 것이냐에 골몰하고 있는 중이다. 한 쪽은 ‘논’으로 채우려하고, 다른 한 쪽은 ‘논으로 채우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행복도시는 애초 설계단계부터 도시의 중심부를 비워두고 환상형으로 설계한 특별한 도시다. 도시 중심부에 고층빌딩을 세우던 기존의 도시개발 관행을 완전히 무너뜨린 새로운 시도다. 그렇다면 첫 의도대로 중심부를 ‘어떻게 비워둘 것이냐’를 고민하는 것이 옳다. 인간이 비워 둔 자리에 ‘황량함’만 남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야말로 인간의 착각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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