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 교육칼럼] 중부대학교 교수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의 원인을 고교평준화에서 찾았다. 그리고 2011년에 고교평준화를 폐지했다(충북일보 2015. 3.7). 우리나라는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평준화 운운할 것도 없다. 그러나 고등학교진학은 선택이다. 학생이나 학부모는 원하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선택의 자유가 있다. 대학의 평준화가 되지 않았는데 고교평준화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핀란드나 오스트리아는 대학이 평준화되었거나, 국공립대학이 많아 학부모들은 등록금 걱정이 없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공립대학의 숫자도 적고 대학의 서열화가 뚜렷하게 존재한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SKY대학 운운하면서 자신의 자녀가 그곳에 진학하기를 바라고 있다.

세종시교육청에서 말하는 교사의 평준화는 의미가 없다. 과거 경기고 교사들은 그대로 있고 평준화 세대가 입학했을 때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교사의 수준보다는 학생들의 질과 경쟁력이 문제다. 그런데 왜 학생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고교평준화를 시행하려 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본에서조차 폐지하고 있는 판국에 우리나라는 왜 진보라는 글자를 앞에 단 교육감들은 그렇게 서둘러 아이들과 나라의 장래를 망치려 하는가 모르겠다. 나라를 망치는 것이 그들의 의무인지 궁금하다. 평준화를 통해 진정 아이들의 실력이 향상된 적이 있는가?

평준화이후 아이들이 진정으로 행복해진다고 할 수 있는가? 평준화세대가 아닌 필자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도 사춘기의 고민은 존재했고, 평준화가 시행되고 고교입시의 중압감이 없는 현재의 학생들도 고민은 존재한다. ‘질풍과 노도’의 시기인 청소년기에는 언제나 고민이 많게 마련이다. 평준화이후에 학생 자살률이 낮아졌을까? 작년(2014년) 통계에 의하면 오히려 재작년(2013년)보다 높아졌다. 보도에 따르면 작년에 자살한 학생 61명 중 가정불화(17명) 다음으로 성적비관(14명)으로 나타났다.

금년의 통계는 2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작성된 것인데 성적문제로 인한 자살 증가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민중의 소리, 2015.8.30.). 올해 초 자살한 학생들을 지역별로 보면 경기가 19명으로 전체(61명) 중 31.1%를 차지했다. 서울(6명), 부산(5명), 대전(5명), 충남(5명), 경남(4명), 인천(4명)의 순이다.

서울에서 평준화가 시작된 것은 이미 오래 되었다. 학생들의 자살 중 성적비관으로 자살한 숫자는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민중의 소리, 2015.8.30). 이러한 결과를 놓고 본다면 성적비관자살은 증가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평준화를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학생들의 행복권과 성적으로부터의 해방을 부르짖는 것 같다. 그러나 위의 보도에 의하면 평준화 이후 성적비관 자살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학이 평준화되지 않는 이상 고교평준화는 전혀 의미가 없다. 오히려 대학에 가기 위한 사교육이 더욱 증가할 것이 뻔하다. 강남 열풍이 결국 사교육시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평준화 속에서 좋은 대학을 가려면 다시 좋은 학원에 가야하는 사교육열풍을 몰고 올 것이다. 공교육 살리기가 아니면 고교평준화는 의미가 없다.

일본의 고교평준화 폐지가 이미 그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데 왜 굳이 계속 평준화를 시도하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설문조사는 의도적으로 평준화를 지지하는 성향으로 했음이 이미 밝혀졌다. 상향식이라는 허울 좋은 말장난으로 학부모를 현혹시키고 있다. 세계 최고의 시설을 확보해 놓고 학생들을 둔재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하여 이러한 잘못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

특히 세종시는 교육도시가 되어야 한다. 교육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명문고가 많이 있어야 한다. 자사고, 특성화고 등도 많을수록 좋다. 자식 교육 보고 세종시에 왔다가 후회하고 귀경하는 학부모를 많이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교평준화를 억지로 시행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어리석고 나약한 백성을 만드는 것이 소원인가? 1960년대에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그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은 사람으로 할 짓이 아니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고 제대로 된 정책을 논해보자.

세종시를 살리자!
교육만이 세종시를 살릴 수 있다.
고교평준화는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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