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한때의 적수…내년 총선 새누리당의 위기감 표출

갑작스러웠다. 아니 좀 더 솔직한 표현으로 뜬금없었다. 정용기 새누리당 대전시당위원장의 염홍철 전 대전시장에 대한 러브콜 얘기다.

뜬금없었던 정 위원장의 제안, 이틀 만에 수용한 염 전 시장

정 위원장은 지난 8일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휴일 간담회’ 탓에 일부 기자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자 새누리당 대변인은 ‘기삿거리’가 있다며 기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렇게 해서 내놓은 정 위원장의 기삿거리는 인사혁신처의 세종시 이전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가로 막는다며 유감을 표시한 것이었다. 정 위원장의 간담회 다음날 국회 안행위의 심사가 예정된 탓에 긴급하게 시간을 잡은 것인데 기자들 눈에는 이 얘기보다 다음 내용이 진짜 '기삿거리'였다.

염홍철 전 시장에게 당직을 제안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회동하자고 제안한 것. 시당위원장과 평범한 당원으로 돌아간 전직 시장이 회동한다는 데 그게 무슨 대수로운 일이라고. 그러나 이들의 만남은 결코 일상적이지 않다. 한때는 사법기관에 손을 내밀 정도로 서로 치열하게 치고 받았던 두 사람이 아닌가.

만남의 결과 또한 흥미로웠다. 정 위원장이 공개 회동을 제안한 뒤 불과 이틀 만에 만남이 성사됐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갑작스런 제의가 실제 상황으로 돌변한 것이다. 그렇게 둘은 30여분간 독대했다. 그리고 염 전 시장은 정 위원장의 당직 제안(위즈덤클럽 의장)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표면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정 위원장 입장에서는 5개월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 승리가 발등의 불이기 때문. 이를 위해 보수 세력 결집이 당면 과제가 됐고 이 과제를 풀기 위해 염 전 시장을 모범 답안으로 끄집어 낸 것이다.

20대 총선 승리 위해 손잡은 두 정치인 왜?

정 위원장은 해법 차원에서 당직을 제안했고, 염 전 시장은 기다렸던 사람처럼 정 위원장이 내민 손을 붙잡았다. 지난해 6월 임기를 마치고 지역 정가에서 사라졌던 염 전 시장이 1년 4개월 만에 뉴스메이커로 다시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불과 몇 해 전민 해도 시장과 구청장으로 대립각을 보여왔던 이들이 아닌가. 둘이 손을 맞잡자 지역 정가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둘이 속한 새누리당은 긍정적인 효과를 예상했고, 상대 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난 논평을 발표했다.

적잖은 파장이 일었다. 각 정파에 따라 나름의 셈법으로 유불리를 따졌다. 결과적으로 염 전 시장과 정 위원장간 '화합의 제스처'는 새누리당의 노림수대로 성공적으로 끝나는 모양새다.

항간에서는 선거가 임박해지면서 정가의 불문율인 '이합집산'을 거론하며 둘을 꼬집기도 하지만 여권에서는 적잖은 효과를 예상하는 눈치다.

정 위원장이 염 전 시장을 먼저 찾아간 이유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여당 시당위원장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총선 승리가 녹록치 않다는 우려감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의 패인 중 하나로 염 전 시장을 지목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염 전 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염 전 시장 지지 세력들이 당시 새누리당 대전시장 후보였던 박성효 전 시장이 아닌 경쟁 후보 진영에 합류했다.

‘염홍철 협조 없으면 안돼?’ 30분간 독대 후 결과 나와

심지어 상대당 후보인 권선택 대전시장 캠프에도 염 전 시장 지지자들이 영입되면서 선거 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정 위원장에게 있어 염 전 시장의 도움과 협조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었을 거란 얘기다.

현재 대전지역 선거구 여섯 곳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각각 3석씩 보유하고 있다. 20대 총선에서도 이같은 결과가 가능할까?

여섯 곳 중 새누리당이 유리한 곳이 그다지 많지 않고 그나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중구마저 현역인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 불출마하다보니 수성 여부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또 선거구 증설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유성지역도 야당 지지세가 높다는 점은 새누리당 입장에선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염 전 시장과 정 위원장간 30분간 독대에서 어떤 모종의 합의가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화합의 제스처'를 취할 수 밖에 없었던 불편한 진실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새누리당이 처해있는 현 상황과 더불어 어떤 모습으로든 지역 사회에서 역할을 하려는 염 전 시장의 의지가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결과가 어떤 결과물을 낳을지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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