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맛집>원조 홍탁명가(대전시 유성구 봉명동 리베라호텔 앞)

홍어삼합, 코부터 꼬리 살까지 홍어 한 마리 맛 볼 수 있어

삭힘의 미학. 홍어를 두고 하는 말이다. 홍어는 숙성을 통한 발효로 그 맛을 낸다. 홍어의 독특한 맛에 대한 절대적인 표현이 아닐 수 없다.

홍어는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음식이다. 싫어하는 사람은 입에도 대지 않으려고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중독되었다고 할 정도로 좋아한다. 제대로 된 홍어를 먹기 위해서는 믿고 먹을 수 있는 곳이 중요하다.


대전시 유성구 봉명동에 있는 ‘원조 홍탁명가’는 외식업 40년 경력의 이정자. 장상채 부부가 항아리에 볏짚을 깔고 제대로 삭힌 홍어 맛으로 마니아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홍어요리전문점이다. 8년 전 계룡스파텔 뒤 본점에 문을 연 이후 최근 이곳에 직영점을 오픈했다. 리베라호텔 앞에 위치해 찾기도 쉽다. 홍어는 항아리에 볏짚을 깔고 삭힌다.

홍어삼합 코스요리를 시키면 홍어의 코를 비롯하여 애, 뱃살, 뽈살. 꼬리살, 전. 탕, 찜. 무침. 거시기 등 코에서 꼬리까지 홍어 한 마리를 골고루 맛볼 수 있다. 특히 딸려 나오는 갈치속젓, 낙지젓갈과 굴 생채는 별미로 인기가 많다.


홍어삼합은 홍어회, 돼지수육, 묵은 김치 등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가지가 어울려 절묘한 맛을 낸다. 선홍빛으로 윤기 자르르 흐르는 홍어회 살이 꼬드득 씹히는 가운데 부드러운 돼지 살이 그 속으로 스며든다. 묵은 김치의 시큼함은 그 두 맛을 감싼다. 처음엔 무슨 맛인가 싶다가도 씹으면 씹을수록 홍어의 톡 쏘는 맛이 뱃속이 청소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여기에 텁텁한 탁주가 곁들여지면 금상첨화다. 2-3년 묵은 백김치는 이곳에서 직접 담는다.

코에 어리는 알싸한 향훈, 혀끝에 착 감겨드는 속살, 잘 삭힌 홍어 한 점이 주는 맛의 경지가 이렇다. 이게 삼합의 정석이자 완성이다. 홍어 맛을 아는 사람은 반드시 홍어애(간)를 찾는다. 기다리던 홍어애가 나오면 홍어의 완결판이 된다. 부드럽고 담백하면서 고소함까지 있는데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는 맛이라 하고 ‘참치 뱃살 맛’이라고도 한다.


참치 뱃살 맛의 홍어애, 부드럽고 고소, 홍어탕,메생이탕도 인기

홍어삼합에 관해서는 재미있는 사연이 있다. 전라도의 잔치에선 홍어가 최고 인기 메뉴였지만 그 값이 비싼 것이 흠이었다. 그래서 잔치손님들은 귀한 홍어만 집어먹으면 염치없어 보일까봐 눈치 봐가며 돼지고기와 김치도 함께 집어먹기 시작했는데, 먹다 보니 이 셋의 궁합이 절묘해 어느새 ‘삼합’이란 메뉴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홍어의 삭힌 정도는 전라도 토박이들에게는 심심할 수 있겠지만 무난하다. 쏘는 맛이 가장 강한 부위는 코다. 몰캉한 콜라겐 덩어리인 홍어 코를 소스에 찍어 한 입 넣으니 코끝이 찡하게 울리면서 얼얼함이 정수리까지 닿는다. 홍어 코는 꽉 막혔던 코와 께름직하게 걸려있는 목구멍을 말끔히 청소한다. 홍어 한 마리에 딱 3점 나온다는 유난히 차진 맛의 홍어 뽈살도 맛있다. 홍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예약하면 장흥삼합(관자.한우.표고버석)으로 대체해 주기도 한다.


점심특선 명가정식은 홍어탕과 홍어삼합이 함께 나오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어 인기다. 홍어탕과 매생이탕 역시 찾는 사람이 많다. 토속적인 밑반찬은 직접 담고 초장은 막걸리를 직접 삭혀 만든 식초로 만들 정도로 정성이 묻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먹어보면 맛도 다르다.

홍어를 떠올리면 특유의 톡 쏘는 맛이 생각난다. 이런 맛은 홍어에 바다에서 몸의 삼투압을 조절하기 위해 요소가 있는데 이것이 삭히는 과정에서 암모니아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아미노산이 부패하면서 나는 암모니아와는 달라 부패세균이 발육이 억제되기 때문에 삭힌 홍어를 먹어도 식중독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홍어는 그 어떤 생선도 따라올 수 없는 깊이가 있다. 홍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입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코를 찌르는 지독한 냄새와 톡 쏘는 자극에 기겁을 하지만, 그 맛에 한번 빠지고 보면 뇌리에 깊이 각인된 그 맛을 못 잊어 또 찾기 마련이다.


삭히는 방업 따라 맛은 천차만별, 믿고 먹을 수 있는 중요

‘날씨가 추우면 홍어생각, 날씨가 따뜻하면 굴비생각‘이라는 전라도 속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홍어는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3월이 가장 성수기다. 홍어는 발효의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코끝이 찡하고 입안에서 톡 쏘는 맛과 상큼함에 청량감을 느낄 수 있는 고급 음식이다.

그러나 같은 홍어라도 ‘어떻게 삭히느냐’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이다. 정답은 없지만 우리가 제대로 된 홍어집을 찾는 이유다. 오늘은 혀끝에 감도는 달짝지근하고 쫀득한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원조 홍탁명가‘에서 홍어의 참 맛을 느껴보자. <이성희 푸드칼럼니스트>

예약문의:042-825-1122       본점 825-4636
영업시간: 오전11시30분-24시
휴일: 매월 4째주 일요일
좌석: 84석(방6개)포장: 가능
차림표: 국산 홍어삼합 (소)70000원(중)100000원(대)130000원, 수입 홍어삼합 (소)50000뤙(중)70000원(대)90000원.점심 명가정식15000원.홍어탕10000원.메생이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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