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희 기고] 혈세 먹는 ‘하마’가 사유재산권만 주장

선각자들의 건학이념, 사라진지 오래
근본처방 ‘사학법 개정’이 어렵다면…
공익성 강화위한 다양한 감시기능 필요

한국의 사학은 조선말, 일제 강점기, 그리고 6·25 이후 등 역사의 격동기 마다 교육을 통해 민족을 계몽하고 민족정신을 고취하려는 선각 자들의 숭고한 이념과 아낌없는 사재 출연으로 국가를 대신한 공적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세워졌다.

이런 훌륭한 정신으로 인해 사학은 수난의 근대사에 무수한 민족의 지도자들을 배출했고, 오늘의 발전을 가져왔다. 하지만 현재 설립자의 2세 내지 3세가 계승 운영하는 사학의 다수는 공적 책무성을 망각했으며, 법인 회계 및 학교 등의 각종 회계 비리, 교사 채용 비리, 시설공사 비리, 학교 발전 기금 유용과 급식 비리 등 온갖 비리를 저질러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그동안 전국적으로 새로운 교육감들이 등장 할 때마다 사학의 투명성과 공공성 확보를 위한 여러 가지 정책과 사학 비리 척결을 내세웠으나 전북 등 일부 교육청을 제외하고는 더 나아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각 교육청 감사과가 수많은 비리를 적발했음에도 ‘사학법’이라는 방패막이 때문에 강력한 제재를 취하지 못했고, 비리 척결을 위한 교육청 내부의 직제 개편과 각종 프로그램들조차 그 효용을 발휘하지 못한 채 유명무실한 상태다. 비리 사학재단 관계자들과 부패한 교육청 관료들의 커넥션이 더욱 강화되고 있을 뿐이다.

자주성 보다는 공공성이 우선

사학의 관계자들은 교육청의 공공성 확보 요구가 사학의 자주성을 침해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이들은 “학교 법인은 민법상 ‘자본금재단 법인’이 아니고 ‘시설물 재단 법인’”이라고 말한다. 즉, 출연된 재산으로 시설물을 마련하면 출연이 종료되고 그 후에는 등록금(시설물을 운영하여 얻은 수익)으로 운영비용을 충당하고 설립 목적을 달성하는 ‘비영리 시설 법인’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사립학교를 운영할 자유는 헌법정신의 본질적 요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정부 예산으로 모자라는 부분을 보전해 주겠다며 등록금 액수도 마음대로 받지 못하게 하는 법조항은 사립학교에 대한 간섭을 강화한 전 세계 유일무이한 잘못된 사례라는 논리도 편다.

그러나 사학 관계자들의 이러한 주장은 선대 설립자들의 민족정신 계몽과 우수한 인재양성 이라는 공적 책무(공공성)의 숭고한 정신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이며, 오늘날 부실한 사학 재단을 대신하여 정부가 학교 운영 재정의 98%를 지원해주는 사실상의 준 공립학교라는 현실을 망각한 주장이다.

사학 지원을 위해 엄청난 국민의 혈세가 지출되고 있다. 사립학교 재단의 법정 전입금 납부 비율이 3% 미만이고, 심지어 단돈 1원도 지원 안하면서 학교를 운영하는 법인도 많다. 때문에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지난해 164개 학교에 총 5340억 원을 지원했다.

학교당 적게는 15억 원에서 많게는 60억 원에 이르는 액수다. 이렇듯 국민혈세가 막대하게 지출되기 때문에 교육청은 사학에 대한 행정 지도와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사학의 자주성 보다는 공공성을 강조해야만 하는 것이다.

사학의 자주성만 강조하면 오히려 그 폐해가 만연하게 된다. 증여세, 상속세 등을 무시한 세습으로 학교법인을 족벌 체제화 하는 일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각종 비리가 발생한다.

학교 발전기금 유용, 내신 성적조작 등 입학 비리, 교직원 채용 비리, 각종 물품 구매 비리, 시설물 비리, 심지어 학생들의 건강과 체력을 갉아먹는 급식 비리까지 그 사례를 이루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투명성과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

사학의 투명성과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사학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교육청의 사립학교 운영조례라도 강하게 운영해야 한다. 회계 부정을 저지른 학교에 대한 재정지원 중단, 학급 수 감축 등 강력한 행정조치가 요구된다.

직접선거를 통한 교원인사위원회를 구성해 교원채용 시 재단과 교장의 입김을 최대한 배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친재단 인사가 ‘개방이사’로 참여하는 일이 없도록 교육청의 관리 감독권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청의 감사기능이 강화돼야 하고 그에 상응하는 인적구성을 뒷받침해야 한다.

교육계에도 사법부의 변호사처럼 ‘전관예우 금지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 영훈중 사태를 보더라도 무려 5명의 교육청 출신 인사들이 비리사학의 중심에 서 있었다. 교육청과의 커넥션 형성, 비리 감사 무마, 타 학교보다 더 많은 예산 따오기 등 안 봐도 그 내막을 훤히 알 수 있다. 일정기간 교육청 출신 관료들의 사립학교 취업을 제한해야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익제보자 보호가 가장 중요하다. 공익 제보자가 없이는 부패한 사학의 치부가 절대로 세상에 나올 수 없다.

사학재단이 공익 제보자를 끈질기게 탄압하는 경우 교육청은 해당 사학을 더욱 엄중하게 감사해 사학재단을 무력화시킬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공익 제보자는 교육청이 특별 채용해 공립학교에서 남은 교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신분을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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