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구 기고]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 국학박사

청심등대세계평화탑은 지난 1967년 10월 3일 신선도 백원(白源) 김백룡(金白龍) 지도법사가 주도하는 종교연합평화의회가 종교 간의 화합, 남북한의 평화적 통일, 세계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건립한 6층 철탑이다.

해발 457m의 보문산 북쪽 기슭 야외음악당 우축의 산봉우리에 우뚝 솟아 있었던 청심등대세계평화탑은 사시사철 보문산을 오르내리는 등산객들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았던 대전의 명물이었다. 그런데 보문산공원관리사업소가 지난 6월 9일부터 14일까지 6일간 전격 철거함으로써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청심등대세계평화탑은 원방각으로 건축되어 역사적 의미가 큰데, 김백룡 지도법사가 1994년 의문사한 이후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다. 그러다가 10여 년 전 유족이 6억원에 부동산중개업소에 탑을 매물로 내놓았으나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매도를 포기했다. 김 법사의 후손과 제자들이 대전에 여러 명 거주하고 있고, 보문산공원관리사업소가 관리 책임을 맡고 있으면서도 거의 관리를 하지 않아 사실상 흉물로 전락한지 오래되어 시민들의 빈축을 샀다.

보문산청심등대세계평화탑유지보수추진위원회 홍보위원인 필자는 지난 2014년 6월 초 지방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종파를 뛰어넘어 세계평화와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의미로 시유지에 건립된 상징물이 흉물로 전락해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탑이 붕괴되기 전에 관련 기관이 서둘러 보수하고 철저히 관리해 대전의 대표적인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보문산공원관리사업소 관계자는 "개인 사유물이고 종교와 관련된 상징물이라 지자체에서 지금까지 관여하지 않고 있었다"며 "등산객들의 민원이 제기되는 만큼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지 확인을 해 본 후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자치단체와 보문산공원관리사업소가 4개월 전 일방적으로 철거 결정을 했다. 그리고는 김백룡 지도법사 유가족들에게 보상을 해준 다음 전격적으로 탑을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매주 힘들게 오르내리며 관리해 온 보문산청심등대세계평화탑유지보수추진위원회와는 한마디 상의도 없었다.

필자는 지난 6월 12일 청심등대세계평화탑이 일방적으로 전격 철거된 것에 대해 불만이 많지만, 탑이 위치해 있던 곳에 서울의 남산타워처럼 대전을 상징하는 멋진 전망대(보문산타워)를 새로 세워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래 탑이 있던 자리여서 그 자리를 그대로 활용하면 되므로 산림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풍수지리적으로도 국토의 중앙에 위치해 있는 데다가 무궁화꽃봉우리 형상을 하고 있어 명당으로 알려져 있다. 전망이 좋아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활용되면 구도심 활성화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청심등대세계평화탑은 김백룡 지도법사가 이 땅에 국조 단군의 고조선 건국 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理化世界)를 이룩하기 위해 직접 <천부경원전(天符經源典)>을 저술하고 해설교육과 선기도법(仙氣道法)을 수련하면서 50여 명의 제자를 양성한 역사적인 명소였다. 그래서 철거의 아쉬움이 크다. 

대전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우리의 소중한 전통문화와 근현대 건축물들이 하나 둘 사라져버려 정말로 안타깝고 어처구니없고 한심하다. 이미 박용래 시인의 고택은 사라진지 오래됐고, 정훈 시인의 창작 공간이었던 고택도 지금 매도 절차가 진행 중에 있어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대전문협(회장 권득용)이 정훈 시인 대흥동 고택을 지키기 위해 관계기관에 탄원서를 내고, '정훈 선생 고택 살리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유다. 

전통문화와 근현대 건축물은 일단 사라져버리면 원형 그대로 복원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철거보다는 유지 보수하는 방향으로 문화재 관련 정책을 펼치고 있다. 

청심등대세계평화탑은 이 탑을 설계한 채수황(蔡洙凰, 79) 씨의 증언에 따르면 약 3000만 원이면 원래의 모습으로 보수가 가능했다. 하지만 자치단체와 보문산공원관리사업소가 건축전문가나 유지보수추진위원회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많은 비용을 들여 철거해버려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제는 시민단체들이 전면에 나서서 지자체와 문화재청의 문화재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감시하면서 우리의 소중한 전통문화와 근현대 건축물들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데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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