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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우 ‘대전시장의 길’ 끊고 새로운 도전

[김학용 칼럼]

김학용2016.08.19 17:28:55

▲김학용 주필

국회의원이 청와대를 방문할 때는 별도의 장소에서 기다렸다가 청와대에서 제공하는 차량을 이용해서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본관에 이른다. 정당의 최고위원은 다르다. 자신의 승용차로 직접 본관 앞까지 갈 수 있다고 한다. 여당 최고위원은 정부의 각종 정책에 대한 당정협의 사항을 수시로 보고받고 발언도 할 수 있다.

당내 권력 4위 자리에 오른 이장우 의원

여당 최고위원이 된 이장우 의원의 어제 기자회견은 금의환향의 자리였다. 정치권의 변방, 충청권에서 재선 의원이 최고위원 도전에 나설 때 가능성을 높게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1위와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하며 집권당의 당내권력 4위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여유 있는 모습으로 고향을 찾았다.

하지만 말은 준비돼 있었다. 그는 “중앙정치에서 역할을 다하겠다. 대전시장 출마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다음 지방선거에도 시장에 출마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 기자들이 물어서 나온 대답으로 알지만 재판중인 현직시장에 대한 배려 이상의 메시지가 담긴 ‘대전시장 불출마 선언’이었다.

그가 시장직에 맘이 있는 것으로 아는 사람들에겐 너무 나간 답변으로 들렸으나 최고위원 선거 이전의 이장우가 아니라는 선언임은 분명했다. 그는 “시장은 굉장히 중요한 자리지만 중앙정치 차원에서 대전의 미래를 위해 앞장서 뛸 사람이 있어야 하고, 대전의 현안 해결을 위해 비중 있는 역할을 할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역할을 자신이 하겠다는 뜻이다.

지방보다 중앙 정치 욕심 내게 된 이유

충청권은 세대교체기에 있다. 한때 ‘포스트 JP’로 거론되던 심대평 지사와 강창희 의장은 현역에서 물러났다. 대권후보까지 바라보던 이완구 총리도 중도 낙마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권후보 물망에 오르내리는 안희정 지사와 여당 원내대표가 된 정진석 의원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이 의원도 그런 도전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최고위원 선거 과정에서 얻은 자신감이 도전 욕구를 북돋웠을 것이다. 그는 새누리당 대변인과 국회상임위원회 간사를 하는 과정에서 정치와 정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체험하면서 중앙무대에 대한 욕심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 정치를 염두에 두고 충북 등 타지역까지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이장우 최고위원 당선에 대한 시각 차이

이 의원의 최고위원 당선은 대단한 일로 평가되지만 요인과 의미에 대해선 시각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우선 최고위원 당선이 ‘정치인 이장우’에 대한 일반적 평가와 기대의 반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친박의 행동대장으로서 받은 보상’이라고 보는 것이다.

새누리당 지도부 선거는, 총선 대패 이후 친박이 수세에 몰리면서 결집한 반면, 공세적 입장에 있던 비박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를 부리다 패한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서 다들 이긴다던 새누리당이 야당에게 오히려 참패한 것과 비슷한 면이 있다. 그렇다면 이 의원의 최고위원 당선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

반론도 있다. 이 의원 측 인사는 “이 의원은 집안이 좋은 것도 아니고 학벌이 대단한 것도 아니며 판검사 출신도 아니고 돈이 많은 사람도 아니다”면서 “새누리당도 역경과 고난을 이기고 일어선 보통 사람들이 희망을 꿈꾸고 정의를 만들어 가는 정당이 돼야한다는 이 의원의 호소가 당원들에게 울림을 준 것”이라고 했다.

부자 정당으로 인식되는 새누리당도 이제는 ‘흙수저’가 나서는 시대로 바뀐 것이며, 이 의원이 이 점을 강조함으로써 많은 표를 얻었다는 것이다.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조원진 이장우 최고위원 등 당선자들 대부분이 흙수저에 가까운 후보들이었다는 점이 이를 반영한다고 측근 인사는 주장한다.

충청권 정치 중심 인물되겠다는 이 의원

당선 요인이 무엇이든 이 의원은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여당 최고위원으로 얻게 될 경험은 정치인으로서 큰 자산이다. 그런 자산을 지역 발전을 위해 쓸 것이고, 여야를 막론하고 ‘충청권 정치판의 중심 노릇’을 하겠다는 게 이 의원의 메시지다.

이 의원은 어제 권선택 시장에 대해 “당은 다르지만 재판 결과가 좋게 나오길 바란다. 시장이 좋은 결과를 얻어 본인이 갖고 있는 비전을 실현하는 것이 대전을 위해 바람직하다. 좋은 결과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여당 최고위원이 된 사람의 여유라고 해도 야당 시장에 대한 대단한 아량이다. 한 인사는 이 의원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지역을 끌어안고 가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최고위원이 성공의 출발점은 아니다. 그동안 여야의 당대표 원내대표 최고위원을 지낸 사람들이 수두룩하지만 그것을 발판으로 성공한 사례는 별로 없다. 오히려 이름조차 잊혀진 정치인들이 대부분이다. 여당대표를 지내고 지방으로 내려가 도지사나 기초단체장이 된 경우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그들의 꿈도 원래는 그게 아니었을 것이다.

이 의원의 말이 식언이 되지 않는다면, 그는 이제 고향으로 되돌아오는 길을 스스로 끊어버리고 배수진을 친 셈이다. 중앙 무대에서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수밖에 다른 길은 없다. 더 넓은 바다에 나가 꿈을 펼쳐보겠다는 지역 정치인의 포부는 박수를 받을 일이다. 특히 대전으로선 격려해줄 일이다.

‘행동대장’ 노릇 못 벗어나면 난망

대전의 처지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진짜 철도는 빼앗기고 철도박물관에 매달리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못하다. 지역의 정치력 부재도 큰 원인이다. 군수 구청장 한 번 하면 국회의원 하고, 국회의원 한 번 하면 시도지사가 꿈인 우물안 정치인들만 너무 많다.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게 이 의원의 공언이다.

보다 큰 정치라야 가능한 일이다. 범처럼 싸울 수 있는 용맹이 필요하지만 그것을 어느 편의 행동대장 노릇 하는 데 써선 안 된다. 정치인으로서 스스로의 메시지가 있어야 하고, 진정성과 열정이 느껴질 수 있게 해야 한다. 구태정치 부패정치도 물론 안된다. 이장우 최고위원이 그런 것들을 보여줄 수 있을까? 보여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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