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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종 충북지사의 국비 확보 노하우

[김학용 칼럼]

김학용 주필2016.09.10 14:20:53

우리나라가 1년 동안 지출하는 전체 예산의 80%는 중앙정부가 걷는 국세로 충당된다. 지방에서 걷는 비율은 20%에 불과하다. 돈을 민간에 푸는 비율은 거꾸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60%, 중앙정부에서 40%를 지출한다. 전체 예산의 40%는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넘겨 집행되는 구조다.

국비 확보 성과, 지역 정치인들 평가에서 중요한 기준

▲김학용 주필

이 40% 가운데는 지방교부세를 비롯, 저소득층이 노인복지 예산 등 법적으로 정해져 있어서, 더하고 뺄 여지가 없는 부분이 많으나 국고보조금이나 특별교부금 등 대통령과 관료가 예산 분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금액이 상당하다. 이 돈을 자기 지역에 한 푼이라도 더 많이 가져오는 것이 시도지사와 지역 국회의원의 중요하고 책무다.

정치인이 지역을 위해 일을 잘 했느냐를 따질 때 ‘국비 확보 성과’는 중요한 기준일 수밖에 없다. 어떤 정치인이 스스로 잘했다고 아무리 선전해도 다른 지역보다 국비확보에서 뒤처지면 무능한 시도지사, 있으나마나한 국회의원이다.

충북도 ‘국비확보 전쟁’은 그야말로 총력전

이시종 충북지사의 국비확보 노력은 도지사와 공무원들이 함께하는 ‘총력전’이다. 국비확보 전쟁이 최후 단계에 돌입하면 이 지사 자신부터 국회에 상주한다. 예산이 최종 확정될 날짜가 잡히면 이틀 전부터 국회를 떠나지 않고 스스로 뛰면서 직원들을 독려한다. 이 때 도청 예산부서 과장과 사무관 등 3~4명도 이 지사와 함께 국회를 떠나지 않고 각자 막바지 로비전을 펼친다고 한다.

국비확보는 ‘방어와 증액’의 전투다. 정부 예산안에 일단 반영은 되었지만 삭감 우려가 있는 사업비는 깎이지 않도록 방어하고 미반영 사업비는 끼워 넣거나 증액해야 한다. 예산 투쟁에 동원된 충북 공무원들은 소기의 목적을 최종 달성한 것으로 확인되면 즉시 지사에게 보고한다. 하급 공무원도 부서 상관보다 도지사에게 먼저 보고해야 하고, 도지사는 ‘승전 소식’을 바로 다른 ‘전사(戰士)’에 알려 분발을 독려한다.

충북도 공무원들은 국장도 과장도 사무관도 각자 필사적으로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 충북도의 예산 담당 공무원들에게 국비확보는 피를 말리는 그야말로 ‘예산 전투’다. 도지사가 선두에서 예산 전쟁을 지휘하고 공무원들은 각자 맡은 분야에서 예산 전투를 수행하는 셈이다.

▲이시종(왼쪽) 충북지사가 지난 7월 14일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지역 현안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국회의원 집까지 찾아가는 충북 지사

공무원들의 노고는 그래도 이시종 지사를 따라 갈 수 없다. 이 지사는 충북 특산품이나 과일 박스를 들고 마지막 예산 전투가 벌어지는 국회를 찾는다고 한다. 예산 전장터에서 이 지사가 직접 건네는 과일 한 조각은 도지사의 열정이다. 생사가 오락가락하는 사업비면 살아나게 돼 있다. 그게 인지상정이다.

이 지사는 심지어 국회의원 집까지 찾아가기도 한다. 어느날 아침 느닷없이 이 지사의 방문을 받은 모 국회의원은 “집에까지 찾아오면 어떻게 하느냐?”며 화를 냈다고 한다. 그 의원은 충북의 요구를 들어주기 어렵다며 화를 냈지만 이 지사의 요청은 결국 받아들여졌다.

도지사의 이런 노력은 다른 지역에선 못 따는 예산을 따낸다. 충북의 청주공항과 전남의 무안공항은 같이 활주로 관련 예산을 넣었으나 청주공항 예산만 통과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전남 국회의원이 펄펄 뛰면서 예산 소위로 달려갔으나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 의원은 문을 부수고 들어갔고 결국 무안공항 예산도 살아났다.

국회 예산 사무실 부수고 들어간 호남 국회의원

대전 충남에는 이런 정치인이 거의 없다. 예산 확보 얘기가 나올 때 많이 회자되던 충청 정치인은 고인이 된 이원범 의원이었다. 지인이 전해준 일화다. 어떤 장관이 이 의원의 호출을 받고 불안한 표정으로 이 의원 사무실로 찾아왔다. 이 의원은 “정말 이럴 거냐”며 그 장관 앞에 서류 뭉치를 패대기쳤다. 그리고 바로 110억 원이 대전시교육청에 꽂혔다.

이 의원은 장관에게 호통을 치고 망신을 주는 많이 방법을 자주 썼던 건 사실이지만 막무가내로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 같은 사업인데도 특정 지역에서만 배정되면 “왜 경상도 전라도는 주면서 대전은 왜 안 주냐?”고 호통을 치며 물고 늘어졌다. 서구청에 근무했던 한 공무원은 “이 의원 때 예산을 많이 따온 건 사실이며 정림중학교 신설도 이 의원 작품”이라고 했다.

예산 로비 위해 국회 실무자 옛 친구까지 찾아내는 충북

이 의원의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고 아직도 통할지도 미지수다. 그렇다면 충북도 방식이라도 배워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청사를 짓는 데는 본래 국비 보조가 없다. 청원군과 합친 청주시는 새 청사를 짓고 있다. 1500억 원 사업이다. 시군통합을 명분으로 내세워 정부가 전액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지원해줄 근거가 없었다. 그러나 충북은 특별교부금 명목으로 500억 원을 결국 따냈다.

당시 예산 업무에 참여했던 국회 실무자는 만난 지 10년도 더 된 옛 친구의 연락을 받고 놀랐다. 청주 신청사 예산 부탁이었다. 정부도 아닌 국회 예산 실무자의 과거 친구까지 찾아내 예산 투쟁에 투입할 정도면 충북의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된다.

국회 사무실에서 이시종 지사에게 과일 한 조각을 건네받은 공무원이 물었다. “도지사께서 이렇게까지 하셔야 합니까?” 바로 답이 돌아왔다. “당신이 도지사가 돼 보면 이렇게 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예산 체면 때문에 뒷짐진 시도지사는 분발해야

중앙 쪽의 말을 들어보면, 같은 충청도라도 대전 충남 세종은 충북과는 다른 것 같다. 지역언론에는 시도지사가 국비 확보를 위해 국회를 방문한 사진기사가 종종 실리지만 대개는 보도용이다. 국비확보 전쟁의 이면을 아는 사람들은 “이런 식의 방문은 효과가 전혀 없다”고 말한다.

국비확보 전쟁은 우리나라만 있는 게 아니다. 미국 주정부는 연방정부의 보조금을 더 받아내기 위해 로비스트까지 쓴다고 한다. 국비 확보는 지방으로선 피할 수 없는 전쟁이다. 지금 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역 대표인 시도지사가 체면 때문에 국비확보 전쟁의 후방에서 뒷짐만 지고 있다면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이유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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