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반기문 대망론' 조력 자처한 충청 거목
김종필(90) 전 국무총리. 충청 정치권의 거목(巨木)이자 ‘3김(金) 시대’를 주도한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의 산 증인이다.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중 유일하게 대통령 자리에 앉지 못했지만, 2번의 국무총리와 9선 국회의원을 지내며 충청도와 대한민국 정치사의 한 획을 그었다.
구순의 나이에도 ‘훈수정치’를 하면서 천지간에 ‘건재함’을 알리고 있다. 그런 김 전 총리에게서 자신이 이루지 못한 ‘대망의 꿈’을 대리인을 통해 실현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반기문 '킹 메이커' 나선 충청 정치권 '거목'
대표적 인물이 바로 충청 출신(충북 음성)의 반기문(72) 유엔 사무총장이다. 김 전 총리는 최근 반 총장의 ‘킹 메이커’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 전 총리는 지난 15일 자신의 ‘정치적 아들’격인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충남 공주·부여·청양)의 방미(訪美)길에 반 총장에게 구두 메시지를 보냈다.
올해 연말로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는 반 총장은 내년 1월 귀국 예정이다. 그런 그에게 김 전 총리는 “결심한대로 하라. 비록 힘은 없지만, 마지막으로 혼신을 다해 돕겠다”는 말로 조력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정치 경험이 전무한 반 총장은 내년 초 ‘귀국 보고회’ 등을 통해 여론의 기대감과 지지를 더욱 끌어올린 뒤 ‘대권 플랜’에 따라 대선 후보로서의 본격 행보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귀국 보고회 이후 곧바로 언론과 야당을 비롯한 여당 내 경쟁자들이 본격적으로 ‘검증의 칼’을 들이밀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총리의 메시지는 그 험난한 검증 과정에서 반 총장의 연착륙을 돕겠다는 의지가 담겨져 있다. 그 의지는 김 전 총리의 “이 악물고 하셔야 한다”는 메시지에 함축돼 있다.
정치 9단의 '반기문 띄우기', 신중해야 하는 이유
혹자들은 “정치는 마약”이란 말처럼 구순의 나이에도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어떻게든 이루어 내려는 노(老) 정객의 허황된 욕심, 즉 노욕(老慾)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반 총장의 ‘자질론’이나 ‘인물론’보다 ‘지역주의’ 정서와 이미지로 대권을 끌고 가서도 승산이 없다. 충청 정치권의 맹주로 불리는 김 전 총리의 언행이 보다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국민의 대통령’이어야 한다. 누구보다 국민을 위하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가를 이끌 대통령을 이 시대는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낸 김 전 총리가 남긴 명언이 새삼 떠오른다. "정치는 허업(虛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