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불위의 지략 2

“그리고 신의 말도 전해주십시오.”

그제야 홍나부인이 정신을 차리며 말을 받았다.

“그러시지요. 전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무엇인지...”

여불위는 차를 한 모금 들이킨 다음 자분하게 속내를 털어 놓았다.

“화양부인께옵서는 자식이 없사옵니다. 그리고 후계자를 정한 것도 아니옵니다. 이러다 안국군께서 태자에 봉해지시면 자식 없는 화양부인께서는 사랑을 받지 못할 것입니다. 더욱이 효성이 없는 자를 태자로 맞는다면 부인께서 늙으셨을 때 태자의 사랑도 받지 못할 것입니다.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이옵니까?”

홍나부인은 여불위의 말을 들으며 사념에 잠겼다. 백번 곱씹어도 옳은 말이었다. 그동안 자신과 자신의 집안이 호의호식하고 있는 것도 화양부인의 득이었다.

그런데 화양부인이 안국군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나아가 태자의 사랑마저 받지 못한다면 집안의 몰락은 불을 보듯 뻔 한 일이었다. 사실 오래 전부터 이를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뾰족한 묘안을 찾지 못해 차일피일 그렇게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참으로 고심할 일이지요. 무슨 묘안이라도 있단 말이외까?”

홍나부인이 풀죽은 모습으로 여불위를 올려다봤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이온데 안국군과 화양부인을 하늘처럼 사모하는 왕손이 있습니다.”

“그게 누굽니까?”

홍나부인이 고개를 쭉 빼며 물었다.

“조나라에 볼모로 가있는 자초 왕손입니다. 그는 현명하여 빈손으로 내몰렸음에도 많은 재물을 모아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또 그곳에서 많은 빈객들과 사귀고 있으며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를 양자로 삼으신다면 화양부인께서는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홍나부인은 여불위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인께서도 그래야 집안을 보전할 수 있사옵니다. 화양부인께서 권세를 잃는다면 대부인께서도 다를 것이 없을 것이옵니다.”

여불위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대인의 말이 옳소이다. 즉시 화양부인을 찾아가 꼭 그렇게 말을 전하겠소이다.”

홍나부인은 다음날 한걸음에 궁으로 달려가 화양부인에게 진귀한 재물을 전하고 동시에 여불위의 뜻도 전했다.

그러자 그일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며 근심해온 화양부인은 천하의 묘안을 찾았다며 밝게 웃었다. 늘 꿀꿀했던 하늘이 화사하게 벗겨지며 맑은 햇살이 쏟아지는 형국이었다. 이보다 더 즐거운 방책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화양부인은 스스로 길게 숨을 내몰았다.

화양부인은 즉시 사람을 시켜 조나라에 볼모로 가있던 자초에 대한 뒷조사를 시켰다. 그는 정말 여불위의 말처럼 조나라에서 유명한 인사가 되어있었다. 조나라의 고위관료들과 친구로 지내고 있었으며 널찍한 집을 장만하여 보란 듯이 살고 있었다.

홀몸으로 조나라에 건너가 그 정도로 발을 넓히고 재물을 모았다면 양자로 삼아도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았다.

화양부인은 그날 밤 안국군이 침소로 온다는 전갈을 받고 슬피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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